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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386 세대 유감 ‘내로남불 끝판왕’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애국·민족주의 마케팅이 한창인 극장가에 의외의 흥행작이 있다. 800만 고지를 앞둔 ‘엑시트’다. 짠 내 나는 취준생 용남(조정석 분)과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당하는 의주(임윤아 분)가 대학 산악 동아리 경험을 살려, 유독가스 테러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다.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벗은 경쾌하고 코믹한 터치가 성공 요인이다.
 

한때 정의로웠지만 권력독점 386
세대전쟁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어
내로남불이 386정신일 수는 없다

오락영화라 메시지가 강하지는 않지만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용남의 백수 친구는 ‘지진예고’ 문자를 받고 “지진보다 지금 우리 상황이 재난”이라고 말한다. 도심에 퍼진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위로 올라가야 한다. 두 주인공은 마침내 타워 크레인에 올라 목숨을 구한다. 오늘 청년세대를 둘러싼 재난 같은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 읽힌다. 그래선지 젊은 층의 반응이 뜨겁다. CGV리서치센터에 의하면 이달 둘째 주까지 20대 관객이 34.8%였다. 다른 영화들의 20대 관객 비율(28.4%)보다 높았다.
 
최근 영미권에서는 ‘베이비부머인 척하는 그룹(A Group where we all pretend to be boomers)’이라는 페이스북 커뮤니티가 화제다. 지난 5월 20세 청년이 개설해 지금까지 27만명이 가입했다.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인 50~70 베이비부머 세대인 척 게시물을 올린다. 일부러 오타를 내고, 늙은 얼굴을 보여주는 앱으로 셀카를 찍거나 동성애·진보정치인 혐오 글을 올리는 식이다. 부모 흉내를 내면서 은근히 깎아내리는 놀이문화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밀레니얼 문화 전반에 더는 부모 세대와 같은 ‘벨 에포크(좋은 시절)’는 없다는 “베이비부머 선망”이 있다고 썼다. 기성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에 “게으르고 이기적”이란 낙인을 씌운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분석했다. 부모 세대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되고, 부모에게 양가적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전 지구적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386세대 비판 담론이 득세하고 있다. “그들은 평등교육을 말하면서 자녀를 특목고에 보냈고 부동산 투자(기)를 죄악시하면서 여러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평등의 역습』), “386 세대는 꿀 빨아먹고 헬조선 만든 세대, 사다리 걷어찬 세대, 무능한 꼰대 집단”(『386세대 유감』) 같은 날 선 비판이 나온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는 더 나아가 한국형 위계 구조 속에서 정치·시장권력을 장악한 386이 불평등을 고착화시켰다고 분석한다(『불평등의 세대』). “(대기업 정규직 노조 등) 386 세대의 독점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저해하고, 생산성과 효율성도 달성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다”는 진단이다. 이제는 “일자리, 고임금을 독점한 부모 세대(386)가 움켜쥔 자원과 권력을 자식 세대와 나눠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성공회대 석사과정인 최성용 씨는 ‘요즘 20대는 보수적’이라는 386의 비판에 대해 “민주진영이 20대에 기대하는 전형화된 이미지는 실은 20대가 아니라 86세대가 스스로 가진 자아상일 뿐”이라며 “86세대가 민주주의·진보·정의 편이라는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황해문화』 103호). “20대가 진실로 보수적이라면 부모 세대인 86세대의 보수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득권이 된 386의 자성을 촉구하는 담론이 거센 와중에, 진보 정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386 인사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여러 의혹에 휘말렸다. 불법 여부야 좀 더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평소 그의 언행에 비추어 ‘위선’ ‘내로남불’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딸의 이상한 장학금 수령, 외고 재학 시 2주 인턴 뒤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금수저 특혜 의혹’이 압권이다. 가진 자들을 악마화하며, 특목고에 비판적이고, “개천에서 용이 나올 필요 없다”던 조 후보자다. 한 네티즌의 말대로 “내 딸은 빼고”였으니 이쯤 되면 내로남불도 ‘끝판왕’ 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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