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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일본 전범기업 때리기 법안, 실효성 따져보면 ‘글쎄’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전범기업제품 공공구매제한 조례 제정 공동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일본정보의 경제보복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전범기업제품 공공구매제한 조례 제정 공동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일본정보의 경제보복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에서 이른바 ‘일본 전범기업 때리기’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없는 전범기업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규제를 해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취지인데 실효성과 통과 가능성에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공공기업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일본 전범기업의 입찰 자격을 원천 배제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당 김정우 의원도 전범 기업이 투자해 설립한 외국인투자법인은 한국 정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경상북도 등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의회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전범기업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들도 나와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국부 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두 8월 한 달 동안 제출된 법안들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불매운동 시민촛불발언대' 행사에서 서울겨레하나 회원과 시민들이 일본 상품과 전범기업의 로고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짓밟으며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불매운동 시민촛불발언대' 행사에서 서울겨레하나 회원과 시민들이 일본 상품과 전범기업의 로고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짓밟으며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전범기업 때리기 법안이 추진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간의 논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8대 국회이던 2010년 이명수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소속)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은 일본 기업의 입찰 자격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국가계약법을 발의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했는데 기재부는 난색을 표했다. 특정 일본 기업에 대해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중 ‘내국민 대우 및 차별금지’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기재부는 “국가계약법은 국가계약 절차에 관한 것인데 일제강점기 피해자 보상을 안한 기업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건 계약이행과 무관하다고 본다“며 ”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에 수용이 곤란하다”고 했다.
 
해당 법안은 결국 국회 본회의에 올리지도 못하고 여야 합의로 폐기됐다. 다만 법안 취지는 살린다는 의미로 ‘조달청이 법안 취지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그 후 달라진 건 없었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은 일본 전범기업 물품을 21만9244회 구매했고 여기에 9089억원을 사용했다. 수의계약만 따져도 943억원(3542건)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법안의 실효성을 놓고선 범여권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광수 평화당 의원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75곳의 일본 전범기업에 1조23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국민 정서에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양국의 연·기금이 투자 제한 대결을 하게 되면 손해는 우리가 더 클 수 있다. 서로의 투자금액은 6조~7조원으로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규모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보다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범기업의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건 여전히 WTO 조항이 걸림돌이다. 그 사이 달라진 거라곤 최근 일본의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 배제 조치 이후 반일 감정이 거세졌고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정도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성적인 대응을 주문한 상황에서 여당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겨서야 되겠느냐”며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입법 발상이고, 국민 정서만 고려한 ‘국민정서법’ 남발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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