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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스스로 누군지를 분명히 해야 휘둘리지 않는다

최훈 논설주간

최훈 논설주간

초강대국을 빼고 ‘흔들 수없는 나라’의 전범은 이스라엘이다. 특히 안보엔 팃포탯(Tit for tat,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응징을 주저 않는다. 인구 858만 명, 전라도 크기 나라를 둘러싼 10여 곳 이슬람 대국들도 건드리질 못한다. 2천5백여 년 디아스포라 끝에 세운 나라. 생존엔 철저하다. 과잉대응에 욕도 자주 먹는다.
 

안 흔들리는 나라 표본 이스라엘은
자신이 누군지 분명히 한 결기 지녀
이념편향, 대북유화로 정체성 혼란
‘자유민주 대한민국’ 재정립 할 때

후원자인 미국의 반대, 겁박에도 이라크(1980년)와 시리아(2007년)의 핵시설을 급습, 파괴한 ‘배짱’이 이들의 역사다. 베긴 총리는 이라크 핵시설 폭격 직후 말한다. “우리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을 선택했다. 나중은 너무 늦을 수있다. 아니, 영원히 늦을 수있다. 손놓고 있으면 이 나라, 민족은 사라진다. 무슨 일에도 적이 해치지 못하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 국민을 보호할 것이다.”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설인 메이르 아미트 전 국장도 “누군가의 변덕에 따라 그의 빵부스러기나 얻어먹는 건 지극히 불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한 이스라엘군대의 비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나라인지를 안팎에 분명히 한다.
 
이 정도 결기(물론 한반도에 적용할 방법은 결코 아니겠지만) 가 없다면 흔들리지 않는 건 지난한 일이다. 아니 결기만으로도 부족할 터다. ‘50cm 해상도’로 적국을 뒤지는 ‘오페크’ 위성, 미국도 벤치마킹한 미사일 방어망 ‘아이언돔’의 개발…. ‘최강의 국방이 곧 평화’라는 계율에 늘 충실했던 결과다.
 
‘4만2천 달러 GDP 나라’의 두 번째 방어막은 경제다. 군에서부터 ‘수월성 교육’을 강조한 탈피오트 제도로 IT 등의 인재를 키워낸다. 정부규제 혁파와 민간투자 중심의 창업 생태계. 미국 나스닥 상장사만 83개(작년 기준 세계3위)에 스타트업 인구 비율 세계 1위인 ‘경제로도 넘보기 힘든 나라’다.
 
삼중의 방어망은 노련한 동맹 외교. 미국 내 정·재계, 이익집단의 연줄을 총동원한 로비는 막강하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스라엘에 반기 든 어떤 정치인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없다”가 불문율이다.(『이스라엘 로비』)  동맹을 돈거래 대상 삼은 트럼프 대통령 조차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영토”라며 미대사관을 분쟁의 중심지 예루살렘으로 옮겨 줄 정도이니….
 
광복절의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없는 나라’를 제시했다. 만병통치약 쯤 된 ‘평화경제’를 그 방법으로 강조한 다음날 북한의 응답은 올 8번째 미사일이다.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행위”라고 규정한다. 우린?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못 부르니, ‘미상의 발사체’ 가 반복된다. 광복절 경축사에선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으로만 표현됐다.
 
‘휘둘리지 않는 국가’는 영토·국민·주권의 위협을 단호히 저지한다. 최근의 북한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430~500㎞. 남한 전역이 타깃이다. 미 랜드연구소는 “북 미사일 800여발을 요격하려면 한국은 1000여발로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 때문이다. 이미 30~60발의 핵탄두 보유(미 정보당국 추정)로 비대칭 전력의 주도권을 쥔 북한이 재래식 전력 마저 우위를 점하려는 수순이다. 결기있고 준엄한 경고가 마땅하다. 대화는 대화고 안보는 안보다. 나중엔 처칠의 얘기처럼 “호랑이 입에 머리를 넣고 호랑이와 대화하자는 꼴”을 면치 못한다.
 
시중의 최대 걱정은 미국과의 엇박자다. “나도 (김정은 위원장처럼) 워게임(한미군사훈련)이 마음에 든 적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는 정점이다. “김정은이 ICBM 실험만 중단해 주고, 트럼프가 재선되면 그 보상으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마저 나온다. 그 조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6·30 판문점 회동 부터다. 한국 대통령이 빠진 채 우리측 지역에서 이뤄진 미·북 정상만의 53분 회담. 자존감이 좀체 용납치 않는 구도다. 스스로가 목소리를 거두고 미·북 중간에서 눈치만 보면 어떻게 나라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이건 세계 12위의 국격(國格)에 합당한 과정인가. ‘소득 8만달러의 8천만 단일시장’ ‘2045년 원 코리아’…. 한번도 경험 못한 나라로의 흥분되는 구호에 박수만 치며 기다려야 하는 건지….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 건가.
 
흔들리지 않을 나라. 수단은 단 하나다. 거꾸로 경축사엔 한번도 등장않은 단어 ‘자유민주주의’다. 사회·공산주의 등 어떤 전체주의적 이념에도 맞서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스라엘 응집력의 근원이 신앙이라면 안팎에서 우리를 묶어줄 공통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일 뿐이다. 헌법에 명기된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 등이다. 어떤 진영의 이념도 ‘평등’이란 이름만으로 ‘자유’의 본질을 해쳐선 곤란하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의 근거를 찾기 힘든 북한. 과도한 유화(宥和)만으론 ‘자유민주 대한민국’에 쏟아질 의구심을 면키 어렵다. 동맹인 미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조차 이를 의심하고, 중·러 마저 ‘자유민주주의 보루’였던 우리를 허투루 흔드는 이유 아닌가. 스스로가 누군지 분명히 하자. 그래야 휘둘리지 않는다.  
 
최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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