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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의 이코노믹스] 최저임금보다 근로시간 단축 충격이 더 무섭다

‘주 52시간제’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저성장의 그림자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잠재성장률 1%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그 배경은 대외여건 악화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꼽힌다. 하지만 더 무서운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된 근로시간 단축이다.
 

노동자 소득 감소, 기업은 비용 증가
업무 방식 다양한데 불필요한 제약
노동·자본·생산성 늘려야 소득 증가
노동 시간만 줄이면 경제에 치명타

대상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법규위반 처벌을 비롯한 기업운영 위험이 증가할수록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주로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업종이나 산업 중심으로 영향이 컸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체가 주로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에 근로시간은 모든 고용관계에 적용되고 대상 범위가 넓어 경제 전반에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52시간제’는 흔히 법정 근로시간을 줄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52시간제’도 법정 근로 자체는 40시간으로 동일하다. 다만, 과거의 주(週) 최대 근로시간 68시간(법정 근로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 근로 16시간)을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즉 52시간제 핵심은 ‘주 단위 최대근로시간 제한’이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평균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주 단위 최대근로시간 제한’은 평균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 효과보다는 노동시장에 필요 이상의 강한 제약을 가해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현실에서는 매우 안정적 직장을 제외한 노동자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게 되고, 기업에는 노동투입 대비 비용이 증가하는 피해를 줄 수 있다.
  
제한 기준, 최소 6개월로 늘려야
 
이런 점에서 평균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최대 근로시간 제한을 6개월이나 1년 정도에 대한 평균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평균 근로시간은 줄여나가되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더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연장근로에 대해 일반적 법정 근로 임금보다 높게 보상받도록 함으로써, 연장근로가 꼭 필요한 때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게 하고 근로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연장근로에 대해 높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이를 제재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져도 일할 수 없게 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노동시장을 지나치게 경직시킨다.
 
더구나 현대 경제에서는 사무실이나 공장에 출퇴근하며 근무시간을 확정할 수 있는 경우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방식이 존재한다. 결국 이런 제도는 업무방식에도 불필요한 제약을 가하게 된다.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경제성장은 노동투입이 증가하거나, 투자로 자본이 축적되거나, 생산성이 향상해야 한다.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데 노동투입 시간만 줄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결국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을 단선적으로 반영한 경직적 제도 시행은 궁극적으로 경기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불황이 시작된 계기로 미·일 갈등 속에 수출이 난관에 봉착하게 된 ‘플라자 합의’를 꼽는다.  
 
그런데 이와 함께 주요 원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레스캇(Prescott) 교수가 당시 도쿄대 하야시 교수와 ‘일본의 1990년대: 잃어버린 시기’라는 제목으로발표한 ▶노동공급 축소와 ▶낮은 생산성 문제다. 즉 일본이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태에서 노동 공급만 줄였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일본은 1980년대(1981~1990) 평균 4.0% 경제성장률을 보이다가 1990년대(1991~2000) 1.5% (1인당 소득 기준 0.5%)대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일본의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1988년부터 1993년에 걸쳐 법정 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변경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노동비용 증가 와중에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곳이 늘면서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아졌다.
  
일본, 근로시간 줄여 저성장 가속
 
우리 역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OECD에 따르면 근로시간 당 국내총생산(GDP)으로 평가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7년도 미화 34.3달러(2010년 불변가격, 구매력평가 기준)다. OECD에서 2017년 자료를 제공한 42개 국가(평균: 48.2달러) 가운데 29번째다. 아일랜드가 85.9달러(1위)로 가장 높고, 미국 64.2달러(6위), 독일 60.5달러(10위), 영국 52.5달러(16위), 일본 41.8달러(20위) 등이다. 우리와 비슷한 국가로 체코(35.3달러)·포르투갈(34.9달러)·폴란드(33.9달러) 등이 있다.
 
따라서 주 단위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경직적으로 제한해 노동공급을 축소하고 이에 상응하는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에 치명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첫째, 근로시간 축소는 단순히 매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평균적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연근로제·탄력근로제처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는 작업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지금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고용-근로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과거의 연공서열에 기초한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성과가 반영되는 보상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또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적절한 자본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따라서 생산성 높은 직원이 더 나은 보상을 받는 체계를 마련하는 가운데, 기업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해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미국은 법정 근로시간 초과 근무 얼마든지 가능
미국의 연방 법정 근로시간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40시간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임원직, 관리행정직, 전문직, 컴퓨터 업무 및 외부 판매업 종사자에게는 법정 근로시간을 예외로 인정한다. 이런 제도에 대해 흔히 우리나라의 ‘52시간제’처럼 주당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이 미국도 정해져 있고, 이들은 예외적으로 최대 근로시간을 넘어서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개념이 아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직종에 대해 1주일에 일할 수 있는 주(週)당 최대 근로시간 자체는 제한하지 않는다. 다만 초과 근무수당 개념처럼 법정 근로시간을 넘어서는 시간에 대해서는 1.5배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즉 필요한 경우의 초과근무 자체는 제한하지 않지만, 이에 대해 철저히 보상한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주당 455달러(약 55만원) 이상을 받는 임원직·관리행정직·전문직·컴퓨터 업무 종사자의 경우는 법정 근로시간을 넘어도 시간에 따른 보상 이외에 할증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관리업무를 수행하거나 전문지식을 사용하는 경우는 시간에 따른 보상체계가 큰 의미가 없어서다. 또 사무직 근로자(화이트칼라)로 연봉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의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도 초과근무수당 개념이 없다.
 
그러나 수작업이나 육체적 기술과 에너지를 사용해 반복적 작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근로자의 경우는 아무리 고소득자여도 법정 근로시간을 넘어서면 초과근무수당을 받게 돼 있다. 결국 작업시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현실에서는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경직적으로 시행되면서 연구 및 개발, 전문직, 행정관리직 등을 포함해 상당한 산업과 업종이 부담을 갖게 됐는데 미국에서는 이들 업종이 법정 근로시간 예외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근로시간을 평균적으로 줄여간다는 큰 틀의 방향성은 공감하더라도, 개별 업종과 직무의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 단축이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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