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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받아요?"… 돈 벌려고 엄마된 것 아닌데

기자
배은희 사진 배은희

[더,오래] 배은희의 색다른 동거(5)

 
“얼마 받아요?”
대뜸 물어보는 질문에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돈을 벌기 위해 은지 엄마가 된 게 아닌데, 다른 사람의 눈엔 그렇게 보이기도 하나 보다. 은지를 키우고, 늘 시간에 쫓겨서 기존에 하던 일까지 포기했는데도 말이다.
 
“예, 보조가 나오긴 해요.”
정확한 금액을 알고 싶은데 두루뭉술 넘어가는 게 싫은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한참을 더 이어지다가 끝이 났다. 자본주의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건지…. 한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론 침울해졌다.
 
어쩌겠나.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르니까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젠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엔 가장 힘들고 아픈 말이었다. 돈을 많이 받으니까 하는 거 아니냐고, 마치 돈벌이 수단으로 믿고 물어볼 땐 귀를 꽉 막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은지와의 첫 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사진 배은희]

은지와의 첫 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사진 배은희]

 
은지와의 첫 일주일은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낮엔 비몽사몽으로 일했고 입술은 부르터서 물집이 잡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 가정위탁지원센터 담당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왔다. 은지 주소를 우리 집으로 이전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동네 주민센터로 갔다. 위탁 아기는 입양과 달라서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기록된다고 했다. 그리고 아기 이름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하고 심사를 거쳐 통과되면, 은지 통장으로 매달 생활비가 입금된다고 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또 한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입금된 생활비는 6개월에 한 번 영수증과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식비, 의류비, 물품 구매비 등 지출내용을 기록하는 서류였다. 이제부터 물건을 살 때는 은지 것은 따로 계산하고, 영수증도 따로 모아두라고 했다.
 
접수한 서류가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기간은 2개월 정도고, 그 기간엔 아무런 지원이 없다고 했다.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조금 걱정이 됐다. 카시트며, 유모차며 당장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아기용품 가격도 만만치 않았고, 그즈음 차가 고장 나서 목돈을 쓴 상태였다.
 
우리 사정을 잘 아는 가정위탁지원센터 담당 선생님이 유모차며 장난감, 옷가지들을 챙겨다 주셨다. 또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초기 정착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지원해 주셨다. 기저귀, 물티슈, 분유 등 아기 필수품을 구매하고 영수증과 함께 사진을 찍어 제출했다.
 
서류가 정리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은지도 밝아져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사진 배은희]

서류가 정리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은지도 밝아져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사진 배은희]

 
서류까지 정리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은지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무표정하던 아기가 웃고, 소리 내고, 장난도 치며 온종일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은지 때문에 할 얘기가 많아졌고, 은지 때문에 항상 웃었다.
 
둘째 어진이는 ‘언니’가 되어 은지 손을 잡고 걸음마를 시키고, 울 땐 옆에서 분유를 타주고, 내가 아기를 업고 있으면 집안에 흩어진 물건들을 치워줬다. 친구들에게 동생 이야기를 많이 해서 주말엔 친구들이 놀러 오기도 했다.
 
당시 첫째 아이는 서울에 가 있었는데 아기가 보고 싶다고 매일 사진이며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휴대폰 프로필 사진은 가족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아기 사진으로 바꿨다. 가족 단체 대화방엔 아기 사진과 동영상이 매일 올라왔다.
 
가족 단체 대화방은 아이 사진으로 가득 찼다. [사진 배은희]

가족 단체 대화방은 아이 사진으로 가득 찼다. [사진 배은희]

 
지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대단하다, 큰일 하는 거다, 하며 응원해 주시는 분도 많았고 지금 상황이 그런 일을 할 때냐, 하며 혀끝을 차는 분도 있었다. 의외의 반응에 나도 조금 마음이 닫히고 무거웠지만 어쩌겠나,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른걸….
 
위탁 엄마로 살면서 가끔은 화가 나고, 답답해서 쏘아붙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단단한 편견에 대해, 차가운 고정관념에 대해, 형식적인 행정에 대해….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되묻고 싶었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또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인디언 속담에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지 않았다면 그를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그 걸음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색다른 동거, 우리의 걸음이 축복의 걸음이 되길 기도한다.
 
배은희 위탁부모·시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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