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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고 잤다가 "악취에 깼다"···대전 아파트 무슨 일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콘크리트 덩어리를 깨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사장에서 불과 80m 떨어진 곳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을 호소한다. 강찬수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콘크리트 덩어리를 깨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사장에서 불과 80m 떨어진 곳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을 호소한다. 강찬수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 해군회관 인근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도 콘크리트 덩어리를 부수는 작업 때문에 소음과 먼지가 심했다.

전기료에 에어컨 마냥 틀 수 없고
창문 열면 소음·먼지·악취로 고통
집값 내려갈까 '쉬쉬' 가슴앓이만

 
공사장에서 불과 80여 m 떨어진 도로 건너편 H 아파트 담벼락에는 "주말 공사 중단하여 주민 생활권을 보장하라", "소음, 크레인 공사로 인한 주민 사생활 침해를 방조하지 마라" 등 공사에 항의하는 플래카드 여러 개 걸려있었다.
 
H아파트 주민을 포함해 공사장 인근 세 단지 아파트의 주민 2527명은 지난 5월 말 총 22억여 원 규모의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사생활 침해"…대규모 분쟁 발생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사장 맞은 편 아파트에서는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찬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사장 맞은 편 아파트에서는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찬수 기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H아파트(왼쪽)과 공사 현장(오른쪽).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H아파트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강찬수 기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H아파트(왼쪽)과 공사 현장(오른쪽).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H아파트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강찬수 기자

H 아파트 생활대책위원장 안정희(58) 씨는 "2016년 가을부터 철거작업에, 2017년 3월부터 공사가 계속됐다"며 "가림막도 제대로 안 치고, 물도 제대로 안 뿌리는 탓에 베란다에 분진이 가득 쌓여서 물청소를 엄청 자주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그는 "공사가 한창일 때는 덤프트럭이 하루 100대가 넘게 다니고, 새벽 3시부터 공사장 앞에 서서 공회전하는데 소음과 매연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주민들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CCTV까지 설치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구청에서는 제대로 단속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리지는 않고, 분쟁 조정 신청이나 하라고만 했다"며 "구청과 시공업체는 우리가 돈이나 받아내려는 걸로 여긴다"고 호소했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도로 소음 자체가 심한 곳이고, 인근 다른 아파트 공사 차량도 소음의 원인"이라며 "주민들 요구와 감시가 심해 공사를 함부로 진행하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청 측도 “주말에도 소음기동반을 운영했고, 측정 결과 법적 기준치를 넘기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환경분쟁 81%가 공사장 소음·진동 

환경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세종청사 6동. 환경부에서도 민원을 제기하는 시위가 흔하다. [중앙포토]

환경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세종청사 6동. 환경부에서도 민원을 제기하는 시위가 흔하다. [중앙포토]

공사장 소음 민원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민이 사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면서 공사 소음·먼지를 둘러싼 민원이 쏟아진다.
 
경기도 광명 철산지역에서도 주공 7단지 재건축 공사장의 철거 소음‧분진에 항의하는 13단지 주민 300여명이 지난 3일 광명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기존 주택 지역이나 상가 인근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벌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갈등도 빈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강찬수 기자

최근 기존 주택 지역이나 상가 인근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벌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갈등도 빈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강찬수 기자

지난 한 해 중앙환경분쟁위에 접수된 238건 분쟁 조정 신청 중 81%인 195건이 공사장 관련 소음‧진동 사건이었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소음이나 진동은 창문을 닫는다고 막히지 않고, 공사가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도 이어지다 보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건설사와 원만한 피해보상 합의가 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공공기관에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악취로 고통 겪어도 가슴앓이만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주민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밤 대전시청과 유성구청, 대덕구 목상동 환경감시단원들이 합동으로 대전 대덕산업단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24시 악취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는 유성구, 대덕구 공무원을 투입, 주민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고정으로 산업단지 등 악취 발생 주변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대전=김성태 프리랜서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주민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밤 대전시청과 유성구청, 대덕구 목상동 환경감시단원들이 합동으로 대전 대덕산업단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24시 악취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는 유성구, 대덕구 공무원을 투입, 주민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고정으로 산업단지 등 악취 발생 주변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대전=김성태 프리랜서

미세먼지로 창문을 못 열던 겨울과 봄이 지났지만,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소음·진동뿐만 아니라 악취도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인천은 대표적인 악취 민원 다발 지역이다.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공단 악취가 주로 남동풍을 타고 바람에 퍼지면 민원이 빗발친다.
담당 공무원은 "남동풍이 심하게 불면 주말에도 아예 출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 29일에도 청라국제도시에서만 악취 민원 41건이나 접수됐다.
서구청 김민수 주무관은 “당시에도 남풍이 강하게 불었고, 복합 악취가 바람에 따라 났다 사라졌다 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인천에는 공단·폐기물처리장·하수처리장 등 악취 발생 시설들이 많은 데다, 빗물과 오수를 분리하지 않은 하수관이 많아 냄새가 심한 지역이 많다.
신고된 악취 배출 사업장만 서구에 1279곳, 연수구에 26곳이다.
악취관리 구역 밖의 신고 안 된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실제 악취배출 사업장은 더 많을 것으로 구청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이 때문에 서구청은 악취 민원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24개 지점에서 악취 관련 화학물질을 측정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악취측정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618건의 민원이 쏟아져 시 전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던 송도국제도시도 악취 감시 시스템과 함께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박옥희 사무처장은 “갯벌을 매립해 만든 송도의 특성상 갯벌이 썩는 냄새와 쓰레기 자동집화시설 문제까지 더해져 지난해 악취 대란이 발생했다”며 “이후 민관협의체를 만들고 지도 점검을 강화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갈등 예방을"

 인천 서구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실시간 악취 측정자료' [자료 인천 서구청]

인천 서구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실시간 악취 측정자료' [자료 인천 서구청]

대전시도 악취로 골머리를 앓는 지역이다. 연구‧산업단지와 폐기물 관련 시설이 많은 대덕‧유성구에 악취 민원이 많다.
 
주민들은 "자다가도 잠을 깰 정도로 악취가 심각하다"면서도 피해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파트 이미지가 나빠져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까 염려해서다.

 
대전시청 환경녹지국 이석기 주무관은 “대덕구와 유성구를 합쳐서 2016년 758건, 2017년에 952건, 2018년에 1468건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악취 민원이 급증한 뒤 악취방지 종합대책을 세우고, 올해부터 주민들과 함께 사업장 합동 순찰을 주 3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대전 지역의 악취는 오래전부터 있던 문제고, 최근 약해지는 추세기는 하지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많다 보니 새로운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법적 배출 기준치를 넘는 곳은 없지만, 바람불면 냄새가 나는 것은 사실이고, 시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냄새를 안 맡을 수 있는 정도’로 나아지는 방향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기존 주민들과 새로 이주한 주민들은 악취 등 환경오염에 대한 민감도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며 "관계 당국이 공사나 혐오시설에 대한 인허가 절차 때 문제 소지가 없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주민들에게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악취 발생 시설 등 혐오시설 설치로 편익을 얻는 다수와 불이익을 당하는 소수 주민 사이에 비용-편익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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