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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에 비해 인지도 없던 한국 차(茶), 디자인 더하니 외국서도 놀랐다

HOBAC-CHA(호박차), YUZA-CHA(유자차), GAMIP-CHA(감잎차)…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의 차가 손님을 맞이한다. 지난 2017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찻집 ‘티 컬렉티브’는 한국의 전통차도 이토록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문 공간이었다. 고재를 활용해 만든 테이블은 예스러우면서도 품격이 있었고, 흰 소파와 패브릭으로 단장한 공간은 멕시코의 고급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세련미가 있었다. 현대적인 터치가 담긴 찻그릇들, 접시 등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만듦새의 것이었다.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②
티 컬렉티브 김미재 대표

티 컬렉티브 청담점 전경. 고재를 활용한 선반이 눈에 띈다. 작가와 협업해 만든 찻그릇 등을 전시해 두었다. [사진 티 컬렉티브]

티 컬렉티브 청담점 전경. 고재를 활용한 선반이 눈에 띈다. 작가와 협업해 만든 찻그릇 등을 전시해 두었다. [사진 티 컬렉티브]

 

“외국에 방문하면 그 나라의 차를 가벼운 선물로 사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국에도 멋진 우리 차 브랜드가 있었으면 했어요.”

 
이 공간을 만든 이는 디자인그룹 ‘아트먼트 뎁’을 이끄는 김미재 대표다. 공간 브랜딩, 디자인 디렉팅만 15년 이상을 지속해온 베테랑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빵집 ‘르 알래스카’, 카페 겸 케이크 숍 ‘블룸앤구떼’, 삼청동의 베이커리 카페 ‘우드앤브릭’ 등 만들어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서울의 외식 공간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공간의 전체 콘셉트부터, 메뉴를 정하는 일, 매장에 놓일 가구와 패브릭 기물 등을 정하는 일, 음식 플레이팅, 메뉴판 디자인, 배경 음악 선정까지 하나의 공간을 만들 때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한다. 지금까지 약 15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티 컬렉티브, 아트먼트 뎁 김미재 대표. [사진 김미재]

티 컬렉티브, 아트먼트 뎁 김미재 대표. [사진 김미재]

 
‘티 컬렉티브’는 김미재 대표가 처음으로 전개하는 자신의 브랜드다. 2015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4층을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재단장하는 컨설팅 작업을 하면서 요가복 매장과 식물 등이 어우러진 공간을 기획했다. 한쪽에 차를 내는 ‘티 바(Tea bar)’도 함께 구상했는데, 서양 차보다는 한국 차를 넣고 싶어 브랜드를 수소문했다.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한국의 차 브랜드를 찾았지만 마땅한 브랜드가 없었다. 직접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그때 만들어진 것이 ‘티 컬렉티브’다.  
 
갑자기 차에 꽂힌 것은 물론 아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영국 런던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어서, 차를 늘 가까이 두고 즐겼다. 한국에 돌아와 쑥차, 옥수수차, 둥굴레차 등을 접했는데, 깜짝 놀랄 만큼 맛있고 새로웠다. 녹차나 홍차보다 맛이 직관적이어서 즐기기 쉽고, 카페인도 없는 데다, 건강한 재료를 활용해 몸에도 좋았다. 정작 한국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새롭게 보지 못한 한국차의 가능성이었던 셈이다. 언젠가는 이런 한국의 차를 활용한 브랜드를 전개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게 ‘티 컬렉티브’로 구현된 셈이다.  
 
일상에서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데다, 마실 수록 건강해지는 한국의 대용차에 주목했다. [사진 티 컬렉티브]

일상에서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데다, 마실 수록 건강해지는 한국의 대용차에 주목했다. [사진 티 컬렉티브]

 
김 대표는 차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차를 어디서 가져와야 할지 몰라 포털 검색창에 ‘한국차’ ‘시배지’ 등의 단어를 넣어 검색했을 정도로 차를 전문적으로 알진 못했다. 검색 결과로 경남 하동에 무작정 내려가 군청에서 작은 농장을 소개받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비전문성이 결과적으로는 행운을 가져왔다. 기존 찻집들이 차의 맛과 깊이를 강조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마시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차를 어렵게 풀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티 컬렉티브’는 거추장스럽거나 어려운 다도를 곁들이는 대신 쉽게 마실 수 있는 한국의 차를 지향한다. 찻그릇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크기를 키우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작가와 협업해 직접 제작했다. 청정 지역인 하동의 농장과 협업해 건강하고 좋은 차를 함께 개발했다. 패키지에도 공을 들였다. 차를 내는 테이크 아웃 잔부터 차를 포장하는 패키지를 직접 제작했다. 티백이 아닌 고급스러운 차의 느낌을 낼 수 있도록 원물이 돋보이도록 했다.
 
티 컬렉티브의 차 패키지. 세련된 색감과 폰트 등 패키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진 티 컬렉티브]

티 컬렉티브의 차 패키지. 세련된 색감과 폰트 등 패키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진 티 컬렉티브]

 
6개월 정도 신세계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 후, 곧이어 서울 신사동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퀸마마마켓’ 1층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티 바 형식이었던 백화점과 달리, 앉아서 제대로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찻그릇에 차를 냈다. 곧 입소문이 났고 ‘티 컬렉티브’의 팬들이 생겨났다. 2017년 청담동에 정식으로 공간을 냈고, 2019년에는 삼성동에도 확장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청담점은 재단장을 위해 잠시 문을 닫았고 오는 8월 21일 재오픈을 앞두고 있다.  
 
식물과 나무 테이블이 어우러져 도심 속 휴식처를 표방하는 티 컬렉티브 삼성점. [사진 티 컬렉티브]

식물과 나무 테이블이 어우러져 도심 속 휴식처를 표방하는 티 컬렉티브 삼성점. [사진 티 컬렉티브]

 
티 컬렉티브에서 내는 차의 특징은 쉽게 마실 수 있으면서도 건강하다는 점이다. 청정 지역인 하동의 농장과 협업해 건강하고 좋은 차를 함께 개발했다. 녹차와 홍차 외에도 다양한 한국의 재료를 활용한 차를 낸다. 감나무의 어린 순만을 채집해 만드는 감잎차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호박의 순수한 단맛을 그대로 살린 호박차는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쑥차와 생강차도 있다. 이런 차들은 특히 외국인들에게 반응이 좋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식재료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재료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기존 잘 알려져있던 일본의 말차나 중국의 푸얼차(보이차) 등과 달리 새롭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건강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감나무에서 피는 어린 순만을 가지고 만드는 감잎차. 달콤한 맛과 구수한 향을 낸다. [사진 티 컬렉티브]

감나무에서 피는 어린 순만을 가지고 만드는 감잎차. 달콤한 맛과 구수한 향을 낸다. [사진 티 컬렉티브]

 
‘티 컬렉티브’를 시작한 이후 특히 외국에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션 브랜드 ‘코스(COS)’와 협업해 전 세계 코스 매장에 나가는 감잎과 모과를 섞은 블렌딩 차를 만들었다. 뷰티 브랜드 ‘이솝’의 한국 매장에 가면 ‘티 컬렉티브’의 감잎차와 호박차를 만날 수 있다. 영국 기반의 여행&라이프 잡지 ‘시리얼’의 창립자인 ‘로사 박’이 오픈한 프랜시스 갤러리를 위한 티와 티 패키지, 런던의 조명 스튜디오 ‘탈러’를 위한 유자차 패키지를 제작했다.  
 
2016년에는 패션 브랜드 준지와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사진 티 컬렉티브 인스타그램]

2016년에는 패션 브랜드 준지와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사진 티 컬렉티브 인스타그램]

 
지난 2016년에는 독일 베를린 기반의 FvF매거진에서 현지 외식 업체 종사자들을 초청한 F&B 행사에서 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호박차와 우엉차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요즘 외국에서 한식이 붐인데,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차에 대해 호감도 역시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입점 제안도 많다. 한국에서는 오는 11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과 내년 1월 서울 한남동의 한 복합쇼핑몰에 입점한다. 2021년에는 런던 베터시 화력 발전소를 재개발해 들어서는 복합문화단지에 입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만든 공간 중 오랫동안 사랑받는 공간도 있지만, 문을 닫아 없어진 공간도 많다”며 “인스타그램만 켜도 비슷비슷한 공간이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지금은 예쁘고 멋진 공간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고 했다. “결국 공간만의 이야기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최근 젊은 층들이 일본 교토 여행을 많이 가고 좋아했던 이유가 그들의 정체성을 근사하게 풀어낸 공간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조금 더 한국다운 것, 한국다우면서도 세련되고 근사한 공간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적인 소재인 삼베를 활용해 만든 패키지 디자인. [사진 티 컬렉티브]

한국적인 소재인 삼베를 활용해 만든 패키지 디자인. [사진 티 컬렉티브]

 
김미재 대표는 요즘 세련된 편집숍보다 골동품이나 민속품을 취급하는 상점에 더 자주 들른다. 부채나 소반, 대나무 돗자리 등 한국의 공예품을 활용해 ‘티 컬렉티브’의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다채로운 한국차의 매력을 알리면서도 한국의 색과 멋이 담긴 테이블 웨어, 공예품과 소품, 가구 등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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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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