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출국 심사대에 여권을 내밀자 곧바로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휴대품검역1과 이주희(44) 수의주사의 모니터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 주사가 곧바로 김 씨에게 전화했지만 김 씨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4일 뒤 김 씨가 다시 인천공항으로 입국을 시도하자 검역본부 직원들이 곧바로 김 씨에게 달려 내려갔다. 신발ㆍ옷ㆍ가방은 물론 캐리어 바퀴까지 남김없이 소독하기 위해서다. 신고하지 않고 출국한 데 대한 계고장(경고장)도 전달했다. 김 씨는 “꼭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주희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주사가 인천공항에서 검역 탐지견과 포즈를 취했다. [검역본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19/072e225f-1952-47dd-9338-93301b32d9f8.jpg)
이주희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주사가 인천공항에서 검역 탐지견과 포즈를 취했다. [검역본부]
검역 업무가 가축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평시(平時)’와 그 반대 경우인 ‘전시(戰時)’로 나뉜다면 요즘은 완연한 전시 상태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ASF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어서다. ASF는 전염성이 높은 데다 치사율이 100%다. 베트남에서만 250만 마리, 중국은 100만 마리 돼지가 폐사하거나 도살 처분됐다. 지난 5월엔 북한에서도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5월 강원도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 방역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19/78191fea-0c72-4cfb-9636-28ffcc5a8d98.jpg)
지난 5월 강원도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 방역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객 수하물 검역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엑스레이 조사(전수)→검역 탐지견 조사(선별)→검역관 동태 조사(선별) 순서다. 화물 검역은 크게 서류 조사→조직검사 등 현장 조사→엑스레이 등 정밀 조사 순으로 진행한다. 그는 주로 여행객 검역을 맡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시지ㆍ육포 같은 축산 가공품이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반입 금지 물품인데 현장에서 확인할 경우 즉시 폐기한다. 그는 “엑스레이 기계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의사와 마찬가지로 영상을 판단하는 건 전문가(사람)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희 주사(가운데)가 여행객의 휴대품을 조사하고 있다. [검역본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19/9cbc7c01-5531-479e-9d06-20bc8f924240.jpg)
이주희 주사(가운데)가 여행객의 휴대품을 조사하고 있다. [검역본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민원이 고충이다. 그는 “여행객 중에선 반입 금지 물품 처분을 내릴 경우 ‘돈 주고 산 물건을 정부가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얼린 사골 국물 반입을 금지했다가 여행객이 던진 얼음덩이에 맞은 검역관도 있다.
그는 “가축 전염병은 또 다른 테러”라고 정의했다. ASF가 국내로 유입할 경우 피해 규모만 1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경제 피해뿐 아니라 돼지고기라는 ‘국민 먹거리’와 연계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ASF 유입을 100% 막는다고 장담할 순 없다”면서도 “질병을 막는 최전선에서 오늘도 국민 안전을 위해 ‘매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검역관을 격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