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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이상 無"…인천공항 '철통방어' 검역관

충남 홍성에서 돼지를 키우는 김 모(70) 씨. 김 씨는 지난 5월 중국 상하이로 4박 5일 여행을 다녀왔다. 축산업자는 중국을 포함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국을 여행할 때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김 씨는 인천공항으로 나가면서 출국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가 출국 심사대에 여권을 내밀자 곧바로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휴대품검역1과 이주희(44) 수의주사의 모니터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 주사가 곧바로 김 씨에게 전화했지만 김 씨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4일 뒤 김 씨가 다시 인천공항으로 입국을 시도하자 검역본부 직원들이 곧바로 김 씨에게 달려 내려갔다. 신발ㆍ옷ㆍ가방은 물론 캐리어 바퀴까지 남김없이 소독하기 위해서다. 신고하지 않고 출국한 데 대한 계고장(경고장)도 전달했다. 김 씨는 “꼭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주희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주사가 인천공항에서 검역 탐지견과 포즈를 취했다. [검역본부]

이주희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주사가 인천공항에서 검역 탐지견과 포즈를 취했다. [검역본부]

인천공항에서 실제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이 주사 같은 검역본부 소속 공무원이 ‘매의 눈’으로 이런 사례를 걸러내는 일을 한다. 그는 2005년 검역본부에 입사했다.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주로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길을 택한 대학 동기와 달리 검역본부에 지원했다. 이후로 수의사로서 전문성을 살려 ASF뿐 아니라 구제역ㆍ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 전염병 검역의 최일선에서 뛴 ‘베테랑’이다.
 
검역 업무가 가축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평시(平時)’와 그 반대 경우인 ‘전시(戰時)’로 나뉜다면 요즘은 완연한 전시 상태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ASF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어서다. ASF는 전염성이 높은 데다 치사율이 100%다. 베트남에서만 250만 마리, 중국은 100만 마리 돼지가 폐사하거나 도살 처분됐다. 지난 5월엔 북한에서도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5월 강원도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 방역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강원도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 방역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청정지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실시한 전국 모든 양돈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모두 ASF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비결은 검역본부가 전국 공항ㆍ항만 등에서 진행하는 24시간 철통방어 덕분이다. 그는 “평시엔 본부에서 축산 관계자의 입출국 동향을 파악하고 교육ㆍ홍보하는 일을 하지만 전시인 최근엔 출입국 심사대 검역 지원까지 나가 ASF 유입을 막는다”며 “특별 검역 기간이라 한 달에 세 번꼴로 24시간 꼬박 근무한다”고 말했다.
 
여행객 수하물 검역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엑스레이 조사(전수)→검역 탐지견 조사(선별)→검역관 동태 조사(선별) 순서다. 화물 검역은 크게 서류 조사→조직검사 등 현장 조사→엑스레이 등 정밀 조사 순으로 진행한다. 그는 주로 여행객 검역을 맡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시지ㆍ육포 같은 축산 가공품이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반입 금지 물품인데 현장에서 확인할 경우 즉시 폐기한다. 그는 “엑스레이 기계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의사와 마찬가지로 영상을 판단하는 건 전문가(사람)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희 주사(가운데)가 여행객의 휴대품을 조사하고 있다. [검역본부]

이주희 주사(가운데)가 여행객의 휴대품을 조사하고 있다. [검역본부]

그는 “검역은 곧 감추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의 싸움”이라며 “감추려는 자의 기술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엑스레이 검사대에 반입 금지 물품을 넣으면 쉽게 발각되니 고기를 배에 잔뜩 둘러온 경우, 죽은 생선(반입 가능)의 배를 갈라 고기를 넣어 들여온 경우, 검색이 잘 안 되는 쇠파이프 수십 개 안에 소시지를 꽉 채워 들여온 경우가 그가 겪은 사례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민원이 고충이다. 그는 “여행객 중에선 반입 금지 물품 처분을 내릴 경우 ‘돈 주고 산 물건을 정부가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얼린 사골 국물 반입을 금지했다가 여행객이 던진 얼음덩이에 맞은 검역관도 있다.
 
그는 “가축 전염병은 또 다른 테러”라고 정의했다. ASF가 국내로 유입할 경우 피해 규모만 1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경제 피해뿐 아니라 돼지고기라는 ‘국민 먹거리’와 연계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ASF 유입을 100% 막는다고 장담할 순 없다”면서도 “질병을 막는 최전선에서 오늘도 국민 안전을 위해 ‘매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검역관을 격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의 나공
[나공]은 “나는 공무원이다”의 준말입니다. 세종시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헌신하는 이들의 고충과 애환, 보람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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