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위기 때마다 등판하는 구원투수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재정(財政)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나라 경제의 구원투수인가요, 아니면 꾸준히 수비를 책임져주는 유격수인가요. 재정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활동이나 공공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자금을 조성해 활용하는 경제 활동.’ 
 
쉽게 말해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랏돈을 적절히 쓰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경기가 좋지 않으면 나랏돈을 이런저런 사업 명목으로 평상시보다 더 풉니다(확장적 재정 정책).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죠. 이때 재정의 역할은 구원투수입니다. 문제는 이 경우 나랏빚이 늘어날 공산이 큽니다.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 지출 규모를 맞추기 어려우면 나라도 빚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부채는 이렇게 쌓입니다. 
 
지난 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

논쟁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재정 지출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나랏빚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나섰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 부채 논쟁이 벌어지자 2010년 40개국을 대상으로 200년에 걸친 데이터를 분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과 경제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이 결과 국가부채 비율이 90% 미만이면 경제성장률과 국가 부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국가 부채 비율이 90%를 넘으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나랏빚을 자제해야 한다는 재정 긴축의 목소리가 높아진 건 이때부터입니다.  
 
반전이 생깁니다. 2013년 미국 MIT의 경제학과 박사과정 학생인 토머스 헌던이 두 교수가 엑셀로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고, 일부 자료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헌던은 지도교수와 함께 오류를 수정해 분석한 결과 국가 부채가 90%를 넘어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논문 한 편으로 “국가 채무의 적정 수준은 이렇다”라고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나라마다 경제 구조와 환경이 다르고, 정책 목표 또한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국가부채 비율이 238%나 되지만(2018년 기준) 경제는 멀쩡합니다. 그리스는 국가 부채 비율이 일본의 반도 안 되는 117% 정도였을 때 재정위기에 빠졌습니다.
    
한국의 경상성장률과 재정지출 증가율 추이 및 전망

한국의 경상성장률과 재정지출 증가율 추이 및 전망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정 협의를 열고 내년에 510조~530조원에 이르는 초(超)슈퍼예산 편성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올해 세출 예산은 470조원이었습니다. 세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출 규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빚을 내야 합니다. 현재 40%에 못 미치는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부채 비율은 110% 수준이라 한국의 나라 살림은 건전한 편입니다. 정부가 위기 국면에서 재정 지출 확대라는 구원투수를 등판시켜 경기의 불씨를 살리려는 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자금시장에서 빚을 내면 민간으로 흘러갈 돈을 흡수하게 됩니다. 시장 금리는 오르고 이는 민간의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빚을 낼수록 민간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정부 지출의 효율성이 높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기대하기 힘듭니다. 현 정부 들어 늘어난 세출 예산은 경제 체력 강화보다는 일회용 일자리 같은 급한 불 끄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재정의 역할은 구원투수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수비를 책임지는 유격수에 머물러야 한다는 반론은 그래서 나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나랏돈을 무조건 아껴서도 안 되지만 흥청망청해서도 안 됩니다. 핵심은 효율성이 뒷받침되느냐입니다. 예컨대 정부가 1000억원의 예산을 써서 총생산을 1000억원 넘게 올리면 바람직한 지출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국민의 부담만 커질 뿐입니다. 빚을 내건 세금을 더 걷건 부담은 현재와 미래의 납세자가 지는 것입니다. 이런 중요한 이슈를 한쪽의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열린 토론이 필요한 주제입니다. 고맙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