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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믿고 대놓고 대남 조롱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한ㆍ미 연합훈련에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시위로 반발해 오던 북한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극력 비난하며, 2발의 발사체를 쐈다. 단거리 미사일로 무력 시위를 해오던 것에서 이번엔 '담화 도발'까지 한꺼번에 내놨다.
 

미국엔 "한미 훈련 끝나면 만나자" 한국엔 "다시 만날 생각 말라"
문 대통령에 "뻔뻔한 사람" "세게 웃기는 사람"
광복절 경축사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당국자 "북한 공식 입장이라기엔 도 넘는 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전날(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불만이다. 북한의 남북대화 주무 부처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향해 웃는다) 노릇”이라고 폄하한 뒤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주장했다. “남북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를 건설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담화는 또 문 대통령을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이라거나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는 저급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해 하루만에 반응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을 내세워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 외무성 대변인이나 미국국장, 미국연구소장 등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북ㆍ미 대화에서 한국은 빠지라”거나 “남북간 물밑 대화는 진행되는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침묵하고 있던 조평통 대변인이 지난 4월 25일 이후 113일만에 등장한 것이다. 외무성과 군사적 긴장 고조에 이어 조평통을 동원하는 카드 다양화인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위에 “미국 공격용이 아니다”며 면죄부를 주고, 북ㆍ미 정상간 친서외교를 통한 직거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 남북 비공개 접촉을 통한 실무차원의 협력은 물론,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6월 12일)을 앞둔 5월 26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로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유엔 대표부에서 북ㆍ미 채널이 가동되고, 정상끼리 소통을 ‘원할’히 진행하며 연합훈련의 한쪽 축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을 부정하는 언급을 하자 한국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한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한국에는 합의이행과 메시지 관리를 잘하라는 차원에서 반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해 미안하다. 훈련이 끝난뒤 대화하자”는 친서를 통해 눈치를 보면서도, 한국은 레드라인이 없다고 인식해 “기존 합의를 이행하라”는 차원에서 비난과 반발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입은 무오류성의 상처를 한국에 돌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수령)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는 논리를 주민들에게 주입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서명한 지난해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과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 입장에선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진전이 없자 이를 문 대통령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또 군사적 긴장 완화 역시 김 위원장의 ‘작품’인데, 한국의 국방력 강화와 한ㆍ미 연합훈련이 진행되자 내부 단속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훈련은 전작권 환수를 위한 평가가 핵심인 만큼 북한이 그냥 넘길 수도 있다”며 “그러나 한달여 전 부터 관영매체를 통해 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이런 주장이 먹히지 않자 자신들이 무시를 당했다거나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무기를 시험하는 명분으로 삼는듯 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날 '뻔뻔하다' 비난 담화는 향후 남북 관계가 상당 기간 동안 절연 상태로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광복절 다음날 험담을 한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그간 한미 연합 훈련이 북측을 겨냐한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 아니라 전작권 전환 대비한 연합 지휘소 훈련임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오늘 비난한 것을 보면 당국의 공식 입장 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남북이 상호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지킬 것은 지켜가는 노력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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