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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기자들이 본 한일 충돌 "미국이 중재? 미션 임파서블"

 “한ㆍ일 갈등 기사를 쓰겠다고 발제를 하면 (미국) 본부 편집국의 반응은 이렇다. ‘또 싸워? 지겹네.’”  

 
외교에서 경제로 번진 한ㆍ일 갈등을 두고 몇몇 외신 기자들이 최근 털어놓은 얘기다. 한국과 일본을 잘 아는 제3국 출신 외신기자들에게 최근의 한ㆍ일 관계는 딜레마다.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정작 영ㆍ미권 국제사회 독자들에겐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하기 일쑤다. 이들에겐 양국 관계 악화 이슈가 기시감을 준다고 받아들여져서다. 

한ㆍ일 모두 잘 아는 英·美 외신기자가 보는 양국 갈등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을 모두 경험하고 양국 언어에도 능숙한 외신 기자 2명을 택해 전화를 걸었다. 양국 관계에 대해 비교적 제3자의 시각을 듣기 위해서다. 스티븐 허먼 현 미국의소리(VOA) 백악관 출입기자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알라스테어 게일 현 도쿄지국 소속 에디터다.  
 
미국 국적인 허먼 기자는 2012~2013년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장을 지냈다. 그 전엔 20년 가까이 일본 도쿄 지국에서 일하며 양국 관계를 들여다봤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취재한다. 영국 국적의 게일 기자는 2011~2016년 WSJ의 서울지국장을 지냈으며 1999년부터 서울과 도쿄를 주 무대로 활동해왔다. 20년 이상 한ㆍ일 관계를 취재해온 두 외신기자의 결론은 같았다. “한ㆍ일이 갈등의 파고를 넘어 화해 협력으로 경제뿐 아니라 북한 등 모든 이슈에서 시너지를 낼 때가 이제는 됐다”는 것이다.  
 

WSJ 게일: “미국이 한ㆍ일 중재? ‘미션 임파서블’이다”  

 
게일 에디터는 “(20년째) 한ㆍ일 관계를 보고 있지만 지금이 가장 심각한 국면”이라며 “그러나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압류가 현실화된다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유창한 일본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도 폭넓게 교류하며 취재를 해오고 있다.  
알라스테어 게일 월스트리트저널 도쿄지국 에디터가 일본 방송에 출연한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조카인 김한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알라스테어 게일 페이스북]

알라스테어 게일 월스트리트저널 도쿄지국 에디터가 일본 방송에 출연한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조카인 김한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알라스테어 게일 페이스북]

 
외신기자로서 보는 일본 내 기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양보(back down)할 거 같지 않다. 한국 독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아베 총리는 최근 몇 년간 한국에 대해 나름의 자제(refrain) 모드였고 융통성을 가지려 노력은 했다고 본다. 그런데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를 한국이 파기하고,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바뀌었다. 일본 정부 기류는 한국이 위안부 합의 파기에 이어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까지 부정한다고 보고 ‘이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반응은 어떻게 보나.
“일본 정부의 조치를 뜯어보면 냉철하게는 ‘수출 규제’는 아니다. 수출 특혜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인데, 내용이 어렵다 보니 ‘수출 금지’로 오해되면서 갈등이 고조된 면이 있다. 일본도 한국 반응에 놀란 분위기다. 특히 일본 국민에겐 한국에서 내년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나온 게 충격이다. 일본 국민 전체가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ㆍ일 관계는 WSJ에선 어느 정도 경중을 두나.
“에디터에 따라 다르지만 ‘지겹다(fatigued)’는 분위기가 있다. 에디터들은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한ㆍ일 공조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각종 이슈로 계속 갈등이 불거지면서 미국 내엔 피로감이 상당하다. 편집국뿐 아니라 미국도 비슷하다. 한국은 미국에 중재를 바라지만 그건 미국에 ‘미션 임파서블’이다. 한쪽만 어떻게 편을 들겠나. 게다가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위안부 합의를 중재했다가 실패(fall apart)를 경험했다. 지금 미국은 한ㆍ일 갈등이 잦아들기를 바란다.”  
 
 

VOA 허먼 “한ㆍ일 판단력 흐려졌다는 우려 있다”

 
미국의소리(VOA) 스티븐 허먼 기자가 판문점 취재 중인 모습. [스티븐 허먼 제공]

미국의소리(VOA) 스티븐 허먼 기자가 판문점 취재 중인 모습. [스티븐 허먼 제공]

 
허먼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하는 백악관 출입기자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헬기장으로 이동하기 전 사우스 론(South Lawn)에서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gaggle)을 자주 한다. 이때마다 허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자주 받는다. 미ㆍ중 갈등에서부터 러시아 스캔들까지 질문의 분야도 넓다. 한ㆍ일 관계도 물론 허먼의 주요 관심사다.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VOA 소속 기자가 아니라 한ㆍ일 관계에 애정이 있는 기자의 한 명으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허먼 VOA 기자가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었을 당시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를 외신기자회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허먼 VOA 기자가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었을 당시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를 외신기자회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ㆍ일 갈등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미국 내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격분(exasperation)’이라는 단어가 맞을 것 같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정보당국은 물론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장회의(NSC)를 통틀어 그렇다.”  
 
공식적으론 미국이 한ㆍ일 관계 중재에 관심이 많지 않아 보인다.
“밖으로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내가 만나는 당국자들 사이에선) 그렇지 않다. 동북아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이 이런 수위로까지 싸움(feuding)을 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경각심(alarm)이 분명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신조 총리가 지난해 베트남 다낭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정상기념촬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다낭=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신조 총리가 지난해 베트남 다낭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정상기념촬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다낭=청와대사진기자단]

 
한ㆍ일 양국에 근무해본 경험에 비춰 해결책을 제안해본다면.
“양국 모두 감정이 앞서는 것이 문제다. (미국에선) 한국과 일본 모두 감정이 앞선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진(clouding)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지금이 어떤 때인가.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해 중차대한 시점이다. 갈등을 털어버리고(knock off) 서로 협조해야 한다. 미국 정부도 이를 간절히 바란다.”    
 
쉽진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양국을 위해서라도 멈춰야 한다. 한ㆍ일 양국의 경쟁(rivalry)은 단기적으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장기적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만 좋은 일을 해주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자주 이런 상황에 대해 개탄(lament)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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