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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39년전 등장한 지하철 경로석...당시에도 "어린 학생들이 자리 차지" 갈등

교통약자석. 노인과 임산부, 장애인, 유아 동반 승객 등을 위한 배려석이다. [중앙포토]

교통약자석. 노인과 임산부, 장애인, 유아 동반 승객 등을 위한 배려석이다. [중앙포토]

 '노약자 보호석', '노약자 지정석', '경로석', '교통약자석'.
 
 명칭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지정 좌석을 의미하는데요.  
 
 우리나라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노약자석이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980년입니다. 지하철이 먼저인데요. 1980년 8월 20일 서울시는 지하철 전동차의 오른쪽 및 왼쪽 끝의 좌석 각 3개씩을 노약자 지정석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은 개통 전이니 1호선에 처음 생긴 겁니다. 
지하철 1호선에 경로석이 처음 생긴 건 1980년이다. [중앙포토]

지하철 1호선에 경로석이 처음 생긴 건 1980년이다. [중앙포토]

 
 서울시가 노약자석을 지정한 건 당시 경로 우대를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고 하는데요. 1979년 신임 진의종 보사부 장관이 경로효친을 거론하며 경로 우대석 지정과 경로우대 제도 시행을 추진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80년 서울 지하철에 노약자석 등장  

 시내버스는 지하철보다 4개월가량 늦은 12월 5일에 공식으로 '경로석'이 설치됐는데요. 이보다 앞서 버스 회사별로 일부 운영하던 경로석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일반열차에는 이보다 앞선 1979년에 '노약자 보호석'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는데요. 당시 철도청이 마련한 제도로 별도의 좌석지정이 없는 보통열차 이하에 '노약자 보호석'을 여덟 자리 마련해 노인과 어린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좋은 취지로 만든 자리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는데요. 1980년대 초반 신문에 실린 '독자의 소리'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설치된 교통약자석. [중앙포토]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설치된 교통약자석. [중앙포토]

 
  "시내버스의 운전사석 뒤쪽에 「경로석」이라는 표지 세 쪽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세 자리엔 모두 10대 소녀들이 앉아 있었으므로, 「경로석」의 뜻이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모른다고 대답한다. (중략)만의 하나라도 이 아가씨들이 「경로석」의 참뜻을 몰랐다면, 우리나라의 2세 교육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보겠고, 그 뜻을 알고도 시치미를 뗐다면 순수해야 할 젊은이들의 공중도덕심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당시에도 경로석 둘러싼 세대 갈등  

 철도청이 도입한 '노약자 보호석'에도 역시 불만이 나왔는데요. 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노약자 보호석엔 홍익회 판매원이 앉아 술잔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옆에 한 노파가 서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어느 날 6 순 할머니가 발을 절며 승객들로 가득 찬 열차에 발을 들여놓고는 차장에게 좌석을 마련해달라고 했으나 못 들은 체 그대로 지나쳐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철도 당국의 맹성을 촉구합니다."
 
 이렇게 보면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노약자석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거의 4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셈입니다. 아니 어쩌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일텐데요.  
교통 요금을 면제 또는 할인해주는 경로우대제도는 1980년 5월 8일에 처음 시행됐다.[중앙포토]

교통 요금을 면제 또는 할인해주는 경로우대제도는 1980년 5월 8일에 처음 시행됐다.[중앙포토]

 
 이런 갈등은 특히 지하철에서 더 잦은데요. 아마도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이 많아서 일 겁니다. 
 
 참고로 노인들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 또는 할인해주는 등의 경로우대제도는 1980년 5월 8일에 처음 시행됐습니다. 당시에는 70세 이상 노인이 대상이었는데요. 교통요금은 물론 목욕료, 이발비까지 할인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82년에 대상을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했고, 교통요금 할인이나 면제는 그 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빨라지는 고령화로 자리 갈등 더 악화  

 실제로 낮 시간에 지하철을 타보면 노인 승객이 상당히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교통약자석은 이미 꽉 차 있고, 다른 일반 좌석에도 노인들의 모습이 꽤 많이 보입니다. 물론 자리를 잡지 못해 서 있는 노인 역시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종종 일어납니다.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노인과 이에 항의하는 젊은 층의 다툼 말입니다. 때론 물리력까지 동원되기도 하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아이는 줄고 노인만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한 공익광고. [중앙포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아이는 줄고 노인만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한 공익광고. [중앙포토]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로 인해 이런 현상은 더 악화될것으로 예상됩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올해 14.9%에서 2030년에는 20%를 훌쩍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멀지않은 겁니다. 
 
 그래서 지하철의 가운데 긴 좌석이 노약자석이고, 양 끝의 세 자리가 일반석인 상황을 가상으로 표현한 공익광고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새로운 젠더 대결(성 대결)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에 서울 지하철에 처음 도입됐고 2016년 전 노선으로 확대됐습니다. 
 

 임산부 배려석 두고는 젠더 대결까지  

 핑크색으로 좌석을 명확하게 구별해놓고, 안내 스티커도 붙여 놓았지만, 아직도 무신경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승객들이 적지 않은데요. 특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남성들의 사진을 찍어 지하철 운영기관에 고발(?)하는 사례들도 있다고 합니다.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 서울 지하철에 도입됐다. [중앙포토]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 서울 지하철에 도입됐다. [중앙포토]

 
 반대로 임산부 배려석에 일부러 앉아서는 약간 비만한 여성 승객이 타면 임산부로 착각한 것처럼 자리를 양보해 골탕을 먹이는 사례가 온라인에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또 몇 년 전에는 누군가가 교통약자석에 표기된 임산부 그림에 'X' 표시를 해놓아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임산부는 교통약자가 아니라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임산부들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젠더 대결을 유발하는 서글픈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임산부 배려석을 차지한 중년 남성. [블로그 캡처]

임산부 배려석을 차지한 중년 남성. [블로그 캡처]

 
 외국에서도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교통약자석'을 많이 운영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상당히 엄격(?)하게 자리의 주인을 따지고 충돌하는 현상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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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취지로 마련한 자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서로 조금씩 더 배려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해 보입니다. 기본만 지킨다면 대중교통 속의 세대 갈등, 젠더 대결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줄어들 거란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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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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