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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만들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 온 국민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 온 국민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궁극의 목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이를 위한 중간 목표로 책임 있는 경제 강국과 교량 국가, 그리고 평화경제.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이 논리를 뼈대로 살을 붙여나갔다. 경축사 전체를 꿰뚫는 핵심은 경제로, 청와대는 이번 8·15 경축사를 “광복절 최초의 경제 연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방 직후, 시인 김기림이 쓴 ‘새 나라 송(頌)’ 중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라는 문구에서 따 온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경축사를 관통하는 핵심 문구이자 문 대통령이 설정한 궁극의 지향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당당한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고, 김구 선생이 소원했던 문화국가의 꿈도 이뤄가고 있다”면서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돼 있기 때문”이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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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게 동아시아, 그리고 일본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에 대해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까지 60여 년간의 기나긴 전쟁이 끝난 날이며, 동아시아 광복의 날이었다. 일본 국민 역시 군국주의의 억압에서 벗어나 침략 전쟁에서 해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한국을 흔들려 한다고 했고, 그 이후 국제 분업체계(global value chain) 훼손을 겨냥하면서 일본을 간접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간 목표로 제시한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통해 자신감과 극일(克日)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기적처럼 이룬 경제발전의 성과와 저력은 나눠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수는 없다”며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동의 열사, 태평양의 파도, 경공업, 중화학 공업, 정보기술(IT) 강국, 5G 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선진국을 추격해 왔지만, 이제 앞서서 도전하고 선도하는 경제로 거듭나고 있다”며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교량 국가’라는 표현을 통해선 전략적 비전을 제시했다. “4대 강국에 둘러싸여 힘이 없으면 강대국의 각축장이 됐지만,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번영이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면서다.
 
평화경제 6번 언급 “이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으면 안돼”
 
여야 정당 대표들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와 관련,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낸 경축사“라고 강조했지만 한국당은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 정당 대표들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와 관련,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낸 경축사“라고 강조했지만 한국당은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를 위한 수단으로 중국·러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뻗는 신북방정책, 아세안과 인도의 관계 개선을 통한 신남방정책을 꼽은 문 대통령은 특히 “남과 북 사이에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 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연설 중에 여섯 번 등장한 ‘평화경제’는 지난해 광복절과 올해 3·1절에 이어 이날도 주요 테마로 거론됐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프로세스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곤 “6월 말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평화경제의 미래도 그려 보였다. “202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돌파할 것”(IMF), “2050년께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결과” 등을 인용해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언급한 문 대통령은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린다. 막대한 국방비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극일의 방편으로 평화경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 이튿날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조롱하는 듯했고, 일부에선 “평화경제의 답이 미사일 도발”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 상황을 겨냥한 듯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2031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45년 광복 100주년까지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 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새로운 한반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로 경축사를 맺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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