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첫손에 꼽을 ‘노래’는 없어도 ‘이야기’에 빠져든다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에서 탐정 스톤 역의 테이(왼쪽)와 도나와 울리 역의 박혜나. [사진 샘컴퍼니]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에서 탐정 스톤 역의 테이(왼쪽)와 도나와 울리 역의 박혜나. [사진 샘컴퍼니]

입가에 맴도는 히트 솔로곡 없이도 물 건너온 뮤지컬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 ‘시티 오브 엔젤’은 이런 우려와 궁금증을 남긴다.  
 
이야기 얼개는 흥미롭다. 1940년대 ‘천사의 도시’ LA에서 활동하는 사립탐정 스톤. 그가 미스터리 범죄에 휘말려드는 과정을 플래시백(회상)으로 보여주던 무대는 어느 순간 이 탐정소설을 영화로 각색 중인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의 세계로 바뀐다. 스타인이 거물 프로듀서 버디의 간섭 때문에 갈등을 겪는 중에 불쑥 스톤이 스타인의 세계로 겹쳐 들어온다.
 
웹툰과 현실 간의 경계를 허물었던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 ‘W’(더블유)를 연상시키는 서사다. 198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와 일본을 거쳐 올해 한국 초연에 나섰다. 논 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극본과 음악만 가져오고 디테일은 국내 상황에 맞게 바꿨다.  
 
초연이란 점을 감안해도 1부 감상은 인내를 요한다. 스캣(의미 없는 음절을 갖고 즉흥적으로 노래하기) 재즈 선율로 시작해 누아르 탐정 세계와 할리우드의 속물 군상을 훑는데 그 과정이 다소 지루하다. 스타인과 스톤의 세계를 각각 천연색과 흑백으로 구분하는 무대장치와 조명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 고비를 넘기면 2부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펼쳐져 흥미의 가속도가 붙는다.  
 
관전 포인트는 1인 2역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지난 10일 저녁 공연에서 백주희(칼라·어로라)와 박혜나(도나·울리)가 매끄럽게 현실과 영화를 넘나들었다. 작가와 극중 인물로서 긴장 관계에 놓인 최재림(스타인)과 테이(스톤)의 호흡도 출중했다. 스타인·스톤에 각각 더블 캐스팅된 강홍석·이지훈도 다른 색깔의 매력을 발휘한다.      
 
반면 노래의 존재감이 약했다. 특히 최재림과 테이처럼 노래 잘하는 이들의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인상적인 곡이 아예 없진 않다. 1막 마지막에 극의 강렬한 전환을 선도하는 ‘넌 안돼 나 없인’(You’re Nothing Without Me)은 2막 마무리에 ‘너 없이 난 안돼’로 변환돼 위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강한 한 방’이 없다.  
 
오히려 이 점에서 참신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뮤지컬 프로듀서 출신의 김종헌 성신여대 교수(문화예술경영학)는 “서사 중간중간 열창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방식에 관객도 이미 질리고 있다”면서 “‘시티 오브 엔젤’이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걸 넘어서는 무대 예술의 재미를 전한다”고 말했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는 ‘링’ 방식 회전무대는 오경택 연출과 국내 제작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오마주하고 영화제작 시스템을 풍자한 대목도 흥미롭다. 현실과 극중극에서 영화계 거물로 등장하는 버디와 어윈 역은 ‘무한도전’ 종영 이후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는 정준하, 뮤지컬계 감초 임기홍이 함께 맡았다. 공연은 10월 20일까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