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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 정권, 핵무기 사용하면 인류 역사에서 소멸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책

2010년 겨울 한국군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그해 3월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했고, 11월엔 북한군 포격에 연평도가 불바다로 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등극을 앞두고 벌인 도발이었다. 천안함 폭침으로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연평도 포격엔 해병대 병사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민의 비판을 받았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지금이 비슷한 분위기다. 실제론 북핵 위협이 더해져 더 심각하다.
  
2010년 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침체한 사기를 되살리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그해 12월 임명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연평도 사격훈련계획을 세웠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이 사격지점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한국군이 연평도에서 야포 사격훈련을 하면 다시 포격하겠다’며 협박했다. 물러설 곳이 없는 국방부는 강력한 작전지침을 정했다. 북한군이 재차 도발하면 ▶도발 원점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차례로 타격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남북이 의지대로 응전하면 순식간에 확전될 터였다.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도서와 북한 황해도가 전장이 되는 것이다. 여차하면 북한 포탄과 미사일이 서울에도 날아올 판이었다.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군 수뇌부는 고심했다. 하지만 전투가 발생해도 승리할 것으로 확신했다. 사태가 확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면전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북한이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확전하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그사이에 국제사회가 중재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런 분석에 따라 연평도 사격훈련을 추진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계획까지 군통수권자(대통령)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는 미국이 말리고 나섰다. 과잉 대응과 확전을 우려해서였다. 마이클 멀린 당시 미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가 서울로 날아왔지만, 한국 측은 단호했다. 사격훈련은 계획대로 시행했고, 북한군은 침묵을 지켰다.
 
국방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김 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先)조치 후(後)보고하라”고 전군에 명령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병사든 장교든 자위권 차원에서 현장에서 먼저 조치한 뒤 결과는 나중에 보고해도 된다는 것이다. 상급자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전방에선 북한 도발 시 말단 초병부터 반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에 군 기강은 자연스럽게 잡혔다.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엄현성 당시 2함대사령관은 퇴근도 하지 않고 여러 달을 야전침대와 함께 사령부 집무실을 지켰다.
 
2013년 2월엔 북한이 3차 핵실험 한 뒤 서울에 핵 공격할 것처럼 겁박했다. 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한다면 인류의 의지로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핵전략 원칙에 따른 핵우산을 설명한 것뿐이었지만, 국민은 용기를 얻었고 북한의 협박이 더는 먹히지 않았다. 북한은 2015년 8월 비열한 방식으로 다시 도발했다. 북한군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우리 수색로 출입구에 목함지뢰를 몰래 묻은 것이다. 수색정찰을 나섰던 우리 장병 2명이 그 목함지뢰에 다쳤다. 남북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북한군은 전 전선에 걸쳐 공격하겠다고 나왔다. 그러나 한국군의 단호한 대응 의지에 북한군은 추가 도발을 포기하고 사과했다. 결국 북한은 일련의 도발사건에서 우리 군과 국민의 강한 의지에 굴복한 셈이다. 강한데 약하고, 약한데 강한 공산주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신종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유도 방사포(다연장포) 발사로 우리 사회는 2010년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요격이 어려운 북한 미사일에 핵 위협까지 있어서다. 청와대는 침묵하고 군 당국도 말이 없다. 북한은 청와대를 ‘겁먹은 개’라는 경박한 언어로 놀리고 있다. 북한 외무성 국장이 지난 11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이라며 우리 군 전체를 비하해도 국방부는 모독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고개를 돌렸다. 그런 가운데 군에선 초병이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인 것을 은폐하고, 야간 거동수상자를 놓친 뒤 허위 보고하는 등 기강 해이가 잇따르고 있다. 믿을 구석이 없어 막막한 국민은 불안감과 패배의식에 싸여 있다.
 
그렇지만 한숨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북한 위협이 커지고 우리 군 기강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군인과 전투력은 멀쩡하다.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보고’ 지침도 야전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를 모두 요격할 수 없다고 너무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어떤 선진국도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의 완전 요격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초기 피해를 감수하고 적의 미사일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 한·미군도 마찬가지다. 북한 또한 미사일과 방사포로 수도권 민간지역을 지속적으로 타격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민간지역 공격은 초기 공포심은 유발할 수 있지만, 군사적인 효과는 적고 국제적 비난만 받기 때문이다.
 
최근 전역한 예비역 장성들에 따르면 한·미 연합군은 미사일과 전투기로 북한 미사일과 방사포를 개전 초에 제거하는 계획을 세워놨다고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한국 국방연구원 포럼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했다. 실제 북한군은 1000기가량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의 미사일 숫자도 그에 못지않다고 한다. 더구나 북한의 대부분 탄도미사일은 명중 오차가 크지만, 우리 미사일은 매우 정확하다. 북한군은 우리 군을 정찰할 능력이 없지만, 한·미군은 북한군 미사일 기지와 작전 위치까지 꿰뚫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로 공격할 전시 분위기가 되면 북한군에 대한 정찰은 더 정밀해진다. 그땐 9·19 군사합의로 중단된 우리 군의 북한군 전방지역 공중정찰도 재개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군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1단계로 패트리엇과 사드로 최대한 요격한다. 2단계로 육군이 보유한 현무와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 등으로 북한군 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타격한다. 3단계로 해군 이지스함과 잠수함의 정밀 미사일로 북한 미사일과 지휘·통신시설을 제거한다. 4단계로 공군 F-35 스텔스 전투기로 북한 상공에 침투해 이동 중인 북한 미사일이나 지휘부 벙커를 직접 타격한다. 이때 북한군 지휘부 벙커에는 흑연탄으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고, EMP(전자기파)탄으로 통신을 마비시킨다. 5단계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그럴 기미가 있으면 미군 전술핵무기로 응징한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북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사업을 가속하기로 했다.
 
우리 군 전투력으로 북한 미사일을 극복할 수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의 지지, 그리고 군인의 야전정신이 필요하다. 과거 북한군과 대치 상황에서 군통수권자와 국민의 의지가 모였을 땐 북한이 꼬리를 내렸다. 다른 문제는 북한 핵이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지만 실제 작동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과거 유럽에서도 소련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 핵우산이 미덥지 않았다. 그래서 나토(NATO) 회원국의 요구로 미군 전술핵을 동맹국과 공유했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같은 현상이 한반도에서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나토처럼 미국의 핵우산 보장책을 더 확실하게 요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쟁에 패배한 사례는 힘이 모자랐을 때보다 국민과 정부가 사분오열됐을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만큼 지금은 군 기강을 다잡고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내부의 적을 경계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군이 굳은 결심으로 제자리에 다시 서야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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