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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DJ 이후 고용정책 근간 안 흔들려…문재인 정부에서 현금 지원 강화

DJ·노무현 정부에서 청년 실업대책의 큰 틀이 잡혔다면 보수 정부에선 이를 개선하고, 다듬어 업그레이드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청년 고용대책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역대 정부 실업자와 청년 실업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역대 정부 실업자와 청년 실업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역대 정부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역대 정부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역대 정부의 청년고용대책

역대 정부의 청년고용대책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기조가 확 바뀐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청년에게 돈을 직접 쥐여주는 형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2일 '2018 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보고서에서 "직접 일자리 사업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는 2017년까지는 점진적으로 실현됐으나 2018년 이후 이러한 추세가 일부 반전됐다" 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0년 예산안에서는 직접 일자리 사업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이명박 정부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하면서 청년 실업이 심각해졌다. MB 정부의 청년 고용대책은 노무현 정부의 대책을 좀 더 다듬고 발전시키는 쪽이었다. 2008년 글로벌 청년 리더 양성계획, 그해 8월 청년 고용촉진대책, 이듬해 청년 고용 추가대책, 2010년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 2012년 고졸시대 정착을 위한 선취업 후진학 열린고용 강화 방안 등 거의 매년 청년 고용대책을 쏟아냈다.
 

"복지보다 일자리 창출에 우선…민간 개입 유의하고 생산성 하락 안 돼"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2월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복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가운데 정부는 우선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하지만 민간의 세세한 영역까지 개입하는 것은 자칫 비효율을 부를 수 있음을 유의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MB 정부는 단기적으로 직업체험을 확대하면서 산업수요에 맞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형태로 미스매치를 완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중장기 대책은 수요·공급·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뒀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대학과 대학 내 유사학과 통합 같은 구조개혁,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의 민간위탁을 통한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 육성(인프라)이 그것이다.
 

선취업-후진학 체계 구축…블라인드 채용의 모태인 NCS 탄생

MB 정부는 특히 선(先)취업-후(後)진학 체계 구축에 나섰다. DJ·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학교와 현장 체험 연계 정책을 업그레이드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재직자 특별전형, 기업과 대학이 연계된 계약학과 신설, 산업체 위탁교육 등을 시행했다. 고졸 취업자에게 지속해서 공부하고, 학습할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이다. 대학 진학을 위한 또 다른 고교 교육과정으로 변질해 가던 실업계고를 기술 중심의 마이스터고로 바꾸기도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도 이때 태동했다. 고졸자와 지방대 출신자에게 취업기회를 넓혀주기 위한 조치였다.
 
또 창업과 창직(새로운 직업 만들기)을 지원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취업성공패키지를 청년층으로 확대했다. 고용지원센터에는 온라인 시스템, 심층상담, 집단상담 체계를 이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청년 창업자로부터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워치의 설명을 듣고 있다. [당시 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청년 창업자로부터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워치의 설명을 듣고 있다. [당시 청와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청년 고용과 높은 실업률, 낮은 고용률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16년부터 시행된 정년연장 의무화로 청년 고용에 적색등이 켜졌다. 고용 절벽이란 말이 나왔다. 수요와 공급 간의 미스매치, 인문계 전공자의 취업난, 여성의 낮은 취업률도 심각성을 더해 갔다.
 

"노동시장에 대한 구조개혁 이뤄져야 일자리 활성화"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고, 주거가 부담이 돼 결혼할 마음이 안 생기고, 가족의 시작이 안 된다. 시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기조에 따라 내놓은 근본 대책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었다. 그해 노사정은 구조개혁을 위한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좌초했다.
 
당시 고용부 고위직에 있던 한 인사는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노동시장의 시스템을 21세기에 맞게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어떤 일자리 정책을 내놔도 약발이 안 먹힌다는 진단에 기반을 뒀다"고 설명했다.
 

구직, 취업, 근속, 전직 등 단계별 맞춤형 고용대책 수립 

박근혜 정부는 고용을 세 단계로 나눠 단계별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자 했다. 교육·훈련 단계, 구직·취업 단계, 근속·전직 단계다. 2014년 '학교에서 직장까지'라는 부제를 단 '단계별 청년 고용대책'은 이런 기조에서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 이기권 당시 고용부 장관은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층에 집중하되 일자리 찾기에 집중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워크넷의 구인정보를 다양하고 세분화해서 꾸리고, 체험형 인턴제 확충, 기업과 대학 간의 연계 취업망 구축, 인문계 전공자 취업촉진 방안 등은 그렇게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선 능력중심사회 조성방안과 청년과 여성의 취업 연계방안 등을 발표하는 등 매년 2~3개의 청년 고용대책을 내놨다. 경력 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종합대책도 이때 마련돼 시행됐다.
 
기존 해외취업 지원사업인 K-Move 사업의 일환으로 전담 센터 조직을 꾸려 청년의 해외 취업 촉진도 도모했다. 일·학습 병행을 통한 현장 중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 토대를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7년 청년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는 인구구조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구구조 때문에 청년 고용 더 어렵다는 인식에서 고용대책 출발

문 대통령의 말처럼 현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신규인력 감소를 청년 고용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임금격차가 더해져 청년의 구직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 정부는 ▶기업과 청년에 대한 고용 인센티브 패키지 ▶청년의 취업준비 지원 ▶취업지원 인프라 확충을 정책의 골격으로 삼았다.
 
이전 정부 때부터 해오던 인프라 확충 정책을 제외하곤 두 가지 골격이 모두 현금이나 세제 혜택을 주는 형태다. 청년을 채용한 기업이나 청년 본인에게 돈을 준다. 정부가 돈을 쥐여주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셈이다.
 

현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정부가 돈 들여 일자리 만드는 데 진력

예컨대 고용부는 7일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관련한 자료를 냈다.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활동에 필요한 돈을 주는 정책이다. 현 정부에서 새로 만들었다. 졸업·중퇴한 지 2년 이내인 만 18~34세 미취업 청년이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일 경우 준다. 일부 보도에선 '헷갈리는 지원 기준'이라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헷갈릴 것도 없다. 사실상 "청년이세요? 돈 가져다 쓰세요"식의 정책이어서다.
 
지원금의 사용 제한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도박이나 유흥업소 등에서 탕진하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 방값으로 써도 되고, 노트북을 사도 된다. 용모를 꾸미는 데 써도 뭐라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공돈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 제도는 현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이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가 나오자 정부가 그 돈을 대겠다고 내놓은 정책이다.
 

선진국은 현금지원에 사중손실 등 문제 많아 폐지…국회 예산정책처도 비판

유럽 등 외국에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같은 고용 보조금이나 장려금 정책을 1990년대부터 폐지하는 추세다. 사중손실이나 전치효과 때문에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효과분석 결과가 쏟아졌다. 한국은 거꾸로 돈 주는 정책을 늘리는 역주행을 택한 꼴이다.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청년내일채움 공제를 통해 최대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정부가 계좌에 돈을 부어 주는 정책도 만들었다.
 
현 정부에서 만든 이런 돈 뿌리는 정책의 효과를 분석하거나 관련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2일 '2018년 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보고서에서 정부의 이런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평가 결과의 상세 내용을 비공개로 하거나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평가 결과를 공개해 국회 예산 심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지원조직이 당초 구상과 달리 민관 합동이 아닌 정부 중심으로 구성돼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2018년 재정지원을 통한 일자리 사업에는 20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현 정부에서 확충한 인프라라고 해야 기존의 시스템을 보완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워크넷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구직자의 이력서와 경력 등을 분석하고, 적당한 직장을 매칭시켜주는 식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성과 공유 같은 직장문화를 개선하면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MB정부에서 처음 만들어 박근혜 정부에서 활성화했던 NCS에 기반을 둔 블라인드 채용(투명 채용 확산 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청년고용 정책은 상(上)편에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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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작성을 위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용역보고서(서울대 권일웅 행정대학원 교수)와 결산 분석 보고서,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의 최근 세미나 발제문(모두를 위한 고용정책의 방향)을 비롯한 다수의 논문, 전 대통령의 기념관 사료, 국가기록원의 대통령 기록관 자료,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 자료 등을 참조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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