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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정수급 판치는 고용장려금, 눈먼 돈인가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용노동부가 지난 8일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제도를 개선해 신규 신청 접수를 다시 받기로 했다.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은 5명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만 15∼34세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 1명당 연간 최대 900만원씩 3년 동안 모두 27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6800억원가량 예산이 배정됐으나 신규 수급자 급증으로 지난 5월 신청이 중단됐다. 얼마 전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추경 예산에 2160억원이 포함되자 다시 신규 신청 접수를 재개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에도 부정 ‘구멍’
지원 절실한 중소기업·청년 피해

그동안 고용장려금제도는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부정수급이 가장 큰 이유다. 중소기업이나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고용장려금은 피같이 소중한 돈이다. 고용 여건이 열악하고 충분한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인재를 적시에 채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고용장려금은 중소기업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존 재직근로자를 신규 채용으로 위장하거나, 자격 없는 사업주의 4촌 이내 친인척에게 지원하거나, 비정규직 근로자를 서류상 정규직으로 위장해 장려금을 부정하게 받는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뒤늦게 일부 사업체에 대해 점검과 감사를 통해 부정수급을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부정수급은 오히려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청년뿐만 아니라 장애인·여성·중장년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장려금 예산이 거의 6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수급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 두렵다. 부정수급은 고용부 장관도 지적했듯이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한국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된 일자리 안정자금도 부정수급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고용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553억 이상, 17만명 이상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이 부정하게 집행됐다고 자인했다. 고용장려금과 일자리 안정자금에 싱크홀이 발생하면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과 청년들에게는 재난이다.
 
정부는 안팎의 비판이 커지자 뒤늦게 몇 가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에 대해서는 기업당 지원 한도를 90명에서 30명으로 줄여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최초 신청 자격도 청년 채용 이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인정된다. 그밖에 기업 규모별로 지원 방식을 차등하거나 신규 사업장에 대해서도 지원 인원의 한도를 설정했다.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 대체로 지급 기준에 초점을 맞춘 개선 방안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서는 지도 점검 시기와 대상 사업장을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부정수급을 막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 고용장려금이든 일자리 안정자금이든 정부는 확보된 예산의 집행 실적을 높이는데 급급해했다. 이렇게 잘못된 관행은 쉽게 고치기 어렵다. 이런 관행을 악용하는 브로커까지 나타나 국민 세금을 ‘눈먼 돈’처럼 가로채려는 행태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정부가 잘못 집행해 놓고 다시 이를 적발 및 환수하는 비효율과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행정 능력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이유다.
 
지능적인 부정수급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급방식과 적발방식 등 운영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정보기술(IT)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이를 행정에 응용하지 못하거나 단순 기능만을 활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력 부족 탓만 하지 말고 정부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고순도 전산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 국난에 정부의 스마트한 행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은 더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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