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530조원까지 거론되는 초수퍼예산 뒷감당할 수 있나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비공개 당정 협의를 열고 내년에 최소 510조~최대 530조원에 이르는 초(超)수퍼예산 편성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도록 준비해 달라”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론적으로는 경기가 하강하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 것은 타당하다. 케인스의 재정 확대 처방이 미국을 대공황에서 건져내는 데 기여한 것처럼 말이다.
 

경기 불씨 살리려면 재정 확장은 필요
하지만 누울 곳 보고 발 뻗어야 하듯
미래 세대 위해 재정 건전성 지켜져야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우선 급증하는 국가부채가 문제다. 내년 예산이 5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정부 총지출은 2017년 400조원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5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문 정부 들어 불과 3년 만에 예산이 100조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전임 정부 8년간 늘어난 예산 13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만큼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정 국가채무 비율 40%를 지켜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여당은 “그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면서 확장적 재정을 요구해 왔다. 국가채무 비율이 100% 안팎에 이르는 선진국이 적지 않은데 왜 한국만 문제가 되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대부분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심지어 부채비율이 250%에 달한다면서 일본의 경우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한국과 맞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 일본은 그만큼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데다 일본인이 그 채권의 9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스·아르헨티나는 어떻게 됐나. 이들 국가는 과도한 복지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 잠재적 재정 파탄 국가로 분류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리스의 국가채무 비율이 40%에서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단 10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국가별 재정 여건의 차이다.
 
더구나 누우려면 발 뻗을 곳부터 살피라고 하질 않았나. 지금 우리는 재정을 눈덩이처럼 불릴 처지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는 59조5000억원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1조원 감소했다. 세금은 안 걷히고 적자는 쌓여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의 역할이 긴요한 것은 맞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도 확장적 재정을 권고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이고 있다. 그래야 2%대로 추락한 성장률을 높여 다시 세수가 늘고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주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예산 씀씀이는 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470조원 규모의 수퍼예산에서 보건·고용을 아우른 광의의 복지 예산은 161조원이다. 전체 예산의 34.3%에 달한다. 그러니 확장 재정이 총선용 ‘퍼주기 예산’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래서는 미래 세대를 빚더미에 앉힐 공산이 크다. 나라 살림이야 어찌 되든 과도하게 복지에 재정을 퍼부어선 미래 세대에게 빚 덤터기를 씌우는 것밖에 안 된다.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낭비를 줄이고 성장 동력을 높이라는 주문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그래야 불어나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