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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극단선택 4분의 1로 줄인 비결

“거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되네….”
 
2017년 3월 강원도 횡성군에 사는 정춘자(78)씨는 이웃 주민 A씨가 지나가며 던진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울증을 앓아온 A씨는 최근 아내가 간암으로 입원한 상태였다. 그는 동네사람들에게 “마누라 가면 나도 따라가겠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정씨는 A씨를 혼자 두면 위험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센터)에서 생명지킴이(자살예방) 교육을 받은 덕분에 금새 위기 징후를 알아챘다. 정씨는 정신센터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센터의 자살예방 담당 직원이 A씨를 살핀 뒤 정씨에게 “내가 종일 지켜볼 수 없으니 정씨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뒤 저녁시간인데도 A씨의 집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정씨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정신센터에 신고했고 센터 직원이 문을 따고 들어갔다. A씨가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다시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즉시 병원으로 옮겼고, A씨는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인구 4만6000명 남짓인 횡성군은 한때 자살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2014년 10만명당 자살률이 51.3명(전국 27.3)에 달했다. 그랬던 횡성군이 확 달라졌다. 2017년 자살률을 28명으로 줄였고,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2.8명으로 확 줄였다.14일 ‘지역사회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을 주제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정책세미나에서 횡성군이 화제가 됐다. 횡성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강은옥 팀장은 “초·중·고등학교 학생 등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6년 동안 교육에 집중했다.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자살예방교육을 꾸준하게 해왔다”고 말했다. 또 중·고생과 직장인, 군부대, 주민에게 생명지킴이 교육을 한다. 이 교육에서는 자살 징후가 있는지 잘 살피고(보고), 자살 위험자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듣고), 이들의 어려움을 전문가에게 연결(말하기)하는 법을 배운다.
 
주변의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고 극단적 선택을 막는 ‘게이트키퍼(지킴이)’가 되는 것이다. 강 팀장은 “자살 고위험군 가정을 찾는데 1시간 30분 걸릴 때도 있다. 그래서 이웃의 생명지킴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횡성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6.6%로 전국 평균(14.9%)의 두배 수준이다. 그래서 노인 자살률이 높다. 강 팀장은 “독거 노인 30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자살위험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여기서 577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마을 이장·통장 213명과 함께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한다”고 말했다.
 
횡성에는 정신의료기관이 없다.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환자가 횡성군 내과에서 약 처방을 받는다. 이 점에 착안해서 약국 15곳의 약 봉투에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과 정신센터 번호를 넣었다. 또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계도 있다. 강 팀장은 “직원 1명이 37명을 집중 관리하다보니 버겁다. 또 인건비가 제한돼 있어 호봉이 높은 경력자를 뽑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원혜영 국회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는 “최근 서울 노원구의 돌봄서비스를 받는 독거노인 2200명 중 자살자가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지방정부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자살로 내몰리는 사람을 줄인다”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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