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8e46596c-f0a6-45e8-8ab9-838b7153964c.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드라마의 명가 HBO는 올해 천국과 지옥을 오갔을 겁니다. 장장 10년간 대장정을 해온 <왕좌의 게임>은 마지막 시즌을 거하게 말아먹는 바람에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지만, 조용히 공개한 <체르노빌>은 모든 매체를 비롯해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극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은 드라마로는 도달하기 힘든 역사적 사실의 생생한 전달과 다큐멘터리로는 도달하기 힘든 스토리텔링의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TV 시리즈 역대 IMDb 평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습니다.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af5e235d-443f-4752-819a-cbbfd88474d3.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체르노빌에서 원전이 폭발합니다. 정부는 끔찍한 방사성 물질 피해 사실을 부정하고 은폐하며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바로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실상은 자세히 몰랐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입니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고증이 거의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저 무지하고 우매한 구소련의 실수 정도로만 이해되곤 했던 역사적 사실에 디테일한 상황 묘사와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버무려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전혀 드라마틱한 구성이 아님에도 매회 긴박감이 유지됩니다.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죽는지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리얼하게 보여주는데 웬만한 호러영화보다 더 무섭습니다. 우리는 뉴스에서 실제 피폭된 사람들의 모습을 볼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선 방사능의 농도에 따른 피폭 과정을 거의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은폐하는 정부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bc6d705b-c740-4c85-870e-02672db255c3.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정말 무서운 점은 아무리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한 일이 터져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대중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점입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단지 한 지역의 비극이 아니라 러시아 전체를 위험에 빠트렸고, 방사능 위험물질은 바람을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그런데도 발전소의 수석 기술자인 아나톨리는 "좋은 건 아니지만, 위험한 것도 아니다"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소장 빅토르는 "책임 있는 자들의 명단을 가져왔소"라며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합니다.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7557010a-cf75-4288-8d6a-0cd59adef138.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초반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덕에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단순 폭발사고로 알고 출동한 소방수들은 방사능 덩어리인 흑연을 만지고 바로 피폭돼 살과 뼈가 녹아버립니다. 푸르게 빛나는 발전소를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지켜보던 시민들은 흩날리는 방사능 먼지에 오염됩니다. 뒤늦게 투입된 방화용 헬기는 발전소 연기에 다가갔다가 와이어에 걸려 추락합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습니다.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d7709811-a158-46ad-a6b7-ba073ba06c95.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f360c974-547f-425e-9ff4-32e612f2aa88.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처음으로 생명을 죽여야하는 군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파벨 에피소드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fc9e2a9b-5819-49dc-ad9b-2af5454d997c.jpg)
처음으로 생명을 죽여야하는 군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파벨 에피소드 [사진 HBO /IMDb]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16/b5cef741-a145-4657-b8a4-d71d348acb30.jpg)
미드 체르노빌 [사진 HBO /IMDb]
이 드라마는 완벽한 각본, 극적인 연출력,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완성도 높은 미장센,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심지어 매 에피소드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재미를 논하기보단 지구적인 재난을 수습하고 국가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영웅적 인물들의 모습을 다시 확인하고 기억한다는 데에 더욱 초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강추합니다.
TMI
1. 체르노빌은 2019년 에미상 후보에 19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었다.
2. 드라마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1화의 첫 장면, 발레리의 독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순진해진다는 것이다. 진실을 찾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진실을 원하는 자들이 드물다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그러나 진실은 늘 어딘가에 존재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아도. 진실은 우리의 필요와 바람에, 체제와 이데올로기와 종교에도 관심이 없다. 진실은 숨어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체르노빌의 진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한때 나는 진실의 대가가 두려웠으나, 이제 다만 묻는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To be a scientist is to be naive. We are so focused on our search for truth, we fail to consider how few actually want us to find it. But it is always there, whether we can see it or not, whether we choose to or not. The truth doesn't care about our needs or wants. It doesn't care about our governments, our ideologies, our religions. It will lie in wait, for all time. And this, at last, is the gift of Chernobyl. Where I once would fear the cost of truth, now I only ask: What is the cost of lies?"
◈수정 : 2019년 8월 16일
애초 기사에 방화용 헬기가 발전소 연기에 다가갔다가 피폭돼 추락했다고 썼지만, 와이어에 걸려 추락한 것이기에 수정합니다.
글 김광혁·와칭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