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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대형은행과 이마트, 그리고 쿠팡

한애란 금융팀 기자

한애란 금융팀 기자

“은행끼리는 이직이 없어요. 국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옮긴다? 그런 일은 없죠.” 예전에 한 은행원이 해준 이야기다. 순혈주의, 그 이면엔 시중은행의 몰개성이 있다. 상품과 서비스에 차이 없이 간판만 다를 뿐이기 때문에 그 간판이 전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얼마 전 대형 은행 A사가 속한 금융지주사 임원이 이렇게 말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이 도입되면 A은행 플랫폼에서 B은행, C은행 상품도 같이 팔게 될 겁니다.” A은행 간판을 달고서 B은행 예금·대출을 판매한다? 정말로 은행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그 임원은 이렇게 반문했다. “그걸 하라고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닙니까.” 금융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거래 고객의 금융 정보는 해당 금융회사가 독점적으로 소유했다.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략은 단순했다. 수십 년간 지점을 통해 확보해둔 2000만명 넘는 고객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오기만 하면 됐다. 오프라인에서 구축한 신뢰와 명성에 기대어 모바일 뱅킹의 지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노트북을 열며 8/14

노트북을 열며 8/14

마이데이터 사업이 도입되면 판도가 달라진다. 금융 데이터 소유권은 금융회사가 아닌 고객이 가진다. 고객은 A은행에 쌓아둔 금융 데이터를 아주 쉽게 B은행이나 C은행, 심지어 토스·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업체에 몽땅 넘길 수 있다. 은행 간, 은행과 핀테크 간 울타리는 사라진다.
 
더 이상 오프라인 점유율은 대형 은행의 무기가 되지 못한다. 고객 수라는 계급장을 떼고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고객 선택을 받기 위해 핀테크 기업과 맞장을 떠야 한다. A은행뿐 아니라 B은행, C은행 상품까지 팔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유통업계는 은행산업의 미래다. 비유하자면 4대 시중은행은 대형 마트 3사, 토스·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기업은 쿠팡과 마켓컬리쯤 된다. 이마트는 모바일쇼핑 공세에 밀려 2분기에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최대 이익을 올린 은행권이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마트가 좀 더 빨리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변모했으면 결과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 오프라인의 명성과 고객 수라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 파괴적 혁신만이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길이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이미 이런 혁신을 구상하고 있다니 반갑고 놀랍다.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을 골자로 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한애란 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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