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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출입기자가 콕 찝어 본 '북한, 왜 이러지?', 북한의 4대 변심 요인

 김일성 주석이 사망(1994년 7월 8일)하기 직전이니 올해로 만 25년이다. 기자가 북한을 들여다(연구) 본 기간이다. 그 동안 남북관계는 언제든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2000년대 중반)도, 일촉 즉발의 전쟁 위기도 있었다.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과 천안함 폭침사건ㆍ연평도 포격전(이상 2010년) 등이 대표적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치며 나름 규칙성도 보였다. 북한이 최근 미국과 직거래를 하며 거론되고 있는 통미봉남(通美封南,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통함)이라는 단어도 1990년대 후반에 나왔으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지난 2년 남북관계 냉탕→온탕→냉탕 급변
리더십의 교체, 경험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
신년사에서 밝힌 금강산 개성공단 무조건 재개
하노이 회담 이어 남북관계에서도 무오류성 상처
명운 걸고 있는 미국 대신 주변 때리기
한국 입장 잘 아는 통일전선부의 입김 약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협의했다. 지난해 5월 26일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6월 12일)을 앞두고 깜짝 정상회담도 했다. 그러나 올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때 이곳을 찾은 김 위원장이 문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협의했다. 지난해 5월 26일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6월 12일)을 앞두고 깜짝 정상회담도 했다. 그러나 올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때 이곳을 찾은 김 위원장이 문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태도를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북한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철저한 업무분장과 다른 업무에 관여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대남담당인 통일전선부는 보이지 않은 채 외무성이 나서서 “한국은 빠지라”거나 “남북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것도 외무성 미국 국장이 담화 형식으로 한국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는 지도부 차원에서 외무성에 역할을 맡긴 것일 수 있다.  
 
또 한국 더러 빠지라고 하면서도 계속 한국 때리기는 여전하다. 이전엔 내부 정비기간이나, 뭔가 마뜩치 않으면 함구와 무대응이 일쑤였던 북한이다. 그런데 군사훈련을 미국과 함께 하고 있는데 미국은 일절 거론치 않은 채, 한국을 빠지라고 되풀이 하거나, 한국을 목표로 한 미사일 발사와 비난하는 담화의 연속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국주의자라고 멀리해야 하는 존재로, 한국은 우리민족끼리라고 교육하면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지난 2000년 6월 15일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뒤 참석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0년 6월 15일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뒤 참석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대통령님 덕분에 은둔에서 벗어났다"고 했듯,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덕에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났다. 북한이 역사적이라는 남북 정상회담에도 최근 북한은 한국에 불만이 가득하다.
 
남북은 지난해 23차례 회담(정상회담 3회 포함)을 하며 속도를 냈다. 그러나 올해 남북 회담 개최 횟수는 ‘0’이다. 꼭 1년전인 지난해 8월 13일 남북은 4차 고위급회담을 열어 9월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조금더 거슬러 지난 2년전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2017년 9월 3일)으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거론되기도 했다. 2년동안 남북관계가 냉탕에서 온탕으로, 온탕에서 다시 냉탕으로 간 모양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과 북은 아직 신뢰가 부족해 사소한 사건으로 불목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내부 정세 및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말한다. 남북관계의 현주소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 바라기’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내세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배제하는 경제 보복성 조치에도 “남북이 평화 경제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니 최근 남북관계의 이상 징후는 북한의 변심에 기인한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①김정은의 시행착오?= 여기엔 북한 리더십의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0년대 초반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20여년 이상 남북관계를 직접 챙긴 뒤 94년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반면 후계자 수업 기간이 2년 남짓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2011년 12월) 후 절대적인 권력을 확보하고, 체제 안정엔 성공했지만 남북관계 경험은 많지 않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남북관계에서도 시행착오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김정일 위원장의 주변처럼 충분한 고민과 경험이 있는 참모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소 즉흥적인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②무오류성 상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쌓여 있을 수도 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적절한 시기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조건없이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깊이있는 대화와 약속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작 두 사업을 재개하려 보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한발자국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실수’를 한 셈이 된다.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의 결정은 오류가 없다는 무오류성(유일사상 10대원칙)을 강조하는데,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 이어 남북관계에서 마저 무오류성에 상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문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책임을 한국에 돌리면서 자신들이 미국과 직접 거래에 나서 풀겠다는 북한 내부 분위기가 작용한 듯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북미 정상이 53분간 회동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공간에서 기다렸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북미 정상이 53분간 회동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공간에서 기다렸다. [사진 연합뉴스]

③미국 올인= 특히 미국은 제재해제라는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고, 북한 역시 미국에 명운을 걸고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회담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미국을 정조준하기 어려운게 북한의 현실이다. 그러니 미국의 ‘주변’인 한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외무성이 자신들을 공격하자 정상회담 취소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이 미국의 ‘한 성질’을 경험한 이상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만, 한국에 대해선 언제든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냉탕도 온탕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④통전부의 입김 약화 = 지난해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서 주역을 맡으며 전성기를 보낸 통일전선부의 ‘몰락’도 최근 분위기의 원인일 수 있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특사로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두 차레나 만났고, 지난 1월 백악관 방문에선 등받이에 기대 앉을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로 한국의 정세와 사정을 꿰뚫고 있는 통전부는 부장이 교체되고, 검열(총화)을 당하며 외무성에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통전부로 넘어갔던 대미 협상 라인이 외무성으로 복원됐듯, 북한이 올인하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남북 관계가 머지 않은 시기에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통미봉남이 아니라 선미후남(先美後남)”이라는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 때리기에 외무성 국장급이 나선 것도 정상적인 관계로 복원이 될 경우 얼굴을 붉힌 책임을 통전부가 떠맡지 않으려는 치밀한 계산일 수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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