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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M으로 미리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는 '극일'?

 8·15 광복절에도 컨셉트가 있다. 장소, 등장인물, 기념사(PPM·Place, People, Message)가 대통령 메시지의 3대 요소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기념식과는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5일 취임 3년 차 광복절 경축사를 앞두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려 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ㆍ일 갈등의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올해는 3ㆍ1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기도 하다. 이번 광복절 메시지에 한ㆍ일 양국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두 차례 광복절 메시지를 크게 3가지 코드로 비교 분석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Place(장소)=광복절 경축식이 진행되는 장소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택한 장소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었다. 광복절 경축식이 주로 열려온 곳이긴 하지만 바로 옆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렸던 만큼 촛불 정신을 계승한 정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촛불 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이라 그 의미가 유달리 깊게 다가온다”고 직접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용산을 지칭하며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된 서울의 심장부”라고 표현했다. 용산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군사기지였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주한미군 사령부가 주둔했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그해 6월 평택으로 이전하자 문 대통령이 용산을 두고 “온전히 우리 땅이 됐다”고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광복과 함께 한ㆍ미 동맹의 역사가 시작된 곳”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온 기반”이라며 용산이 한ㆍ미 동맹의 상징적인 장소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올해는 극일(克日)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독립운동 등의 의미를 담은 장소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을 마치고 국가기록특별전을 관람해 도보다리 모형앞에서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을 마치고 국가기록특별전을 관람해 도보다리 모형앞에서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②People(인물)=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매번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넋을 기렸다. 취임 첫해에는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과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발명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독립운동가 김용관 선생, ‘아리랑’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 등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가 광복을 만든 주인공”이라며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가부장제와 사회ㆍ경제적 불평등 구조 속에서도 독립운동에 뛰어든 여성 운동가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평양 평원 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로 일제의 임금삭감 반대 투쟁을 한 강주룡 씨, 제주에서 해녀 항일운동을 이끈 고차동·김계석·김옥련·부덕량·부춘화 씨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 광복절 이후 1년 간 여성 독립운동가 202분을 찾아 광복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며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통령이 2017년 8월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통령이 2017년 8월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③Message(메시지)=문 대통령의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는 건국절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맞아 효창공원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후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고 내년 8ㆍ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며 지난 100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진보 진영은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을, 보수 진영은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보고 있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좌파진영이 1919년을 건국일로 보는 건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건국’이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이라는 중의적 표현으로 논란을 피해갔다. 대신 강조하고자 한 메시지는 ‘평화=경제’ 구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은 전쟁의 공포를 일상화했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역량 소모를 가져왔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다. 남북 분단이 초래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구상은 최근의 한·일 갈등 국면에 다시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서 두 차례 광복절에 문 대통령은 일본과 관련한 내용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일(對日) 메시지 수준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별도의 일정 없이 참모진과 경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메시지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비판하면서도 위기를 기회 삼아 일본을 극복하자는 ‘극일 메시지’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앞두고 열린 12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늘 평화를 강조해왔지만 최근 연이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과 대남 막말 비판을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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