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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이코노믹스] 미·중 ‘쩐의 전쟁’ 가열될수록 금값도 뛰어 오른다

금값에 반영된 세계 경제 흐름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온스당 1200달러에 머물던 금값은 최근 15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지금 추세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금 가격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금값은 뛴다. 기축통화의 정점에 있는 달러 위에 금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통화전쟁 때문에 촉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이 경기를 떠받치려고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고 저물가가 계속되자 최고의 안전자산인 금으로 돈이 몰린다는 얘기다. 금값이 뛰자 은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금값은 어디까지 더 오를까. 경기지표의 최대 바로미터로 떠오른 금값 변동의 배경을 짚어봤다.
 

주요국 아무리 돈 찍어도 돈 안돌아
결국 통화전쟁 불 붙자 금으로 몰려
경제 불확실성 커 금값 상승 부채질
중국, 미 채권 대신 금 매수 열 올려

1973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금값을 결정하는 미 달러지수, 글로벌 유동성(통화량/국내총생산), 세계 소비자물가지수로 회귀분석해보면, 미 달러지수가 1% 하락하면 금값은 1.2% 상승했다. 또 글로벌 유동성이 1% 증가하면 금값은 1.5% 올라갔고, 소비자물가가 1% 상승하면 금값도 0.1% 상승했다. 달러지수와 글로벌 유동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도가 매우 높게 나왔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예측하면, 달러 가치는 조만간 미국 경제의 수축국면 진입과 더불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는 ‘골디락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Fed가 금리를 내린 이유는 경제 각 부문에서 경기가 정점에 다가가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이 역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5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년 수익률보다 낮아지기 시작했고, 올해 6월 이후에는 대표적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단기금리(3개월 국채수익률) 이하로 떨어졌다.
 
금리 하락을 기대하면서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지난달에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S&P500)는 산업생산·소매판매·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에 비해 20% 정도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1965년 이후 경기 순환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주가 정점이 경기 정점에 2~11개월 선행했고 경기 정점 이후 주가가 평균 11개월에 걸쳐 23% 하락했다. 바로 직전 경기 정점은 2007년 12월이었고, 그 후 주가가 17개월에 걸쳐 49%나 폭락한 적이 있다. 미국 가계가 금융자산의 36%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으니 주가 하락은 소비 심리 위축을 통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최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1.7%까지 하락한 것은 금융시장에서 올해 남은 세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한 두 번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리 하락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는 정책금리를 5.25%에서 0%로 내려 영향이 컸다. 이번에는 그럴 여지가 없다. 게다가 가계와 기업은 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에 있다. 연방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여지도 크지 않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해 대외 부문에서 수요를 부양하려 할 것이다. 최근 금값 상승은 달러 가치 하락을 선반영한 것이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시 금값은 한 단계 더 오를 전망이다.
  
통화전쟁 가열될수록 금값 뛰어
 
통화전쟁도 금값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6일 미국은 25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Fed가 통화 공급을 늘리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계속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본원통화(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통화)를 한 해 동안 99%나 늘리자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엔과 유로 가치가 상승했다. 이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일본의 통화 증발을 유도했다. 2012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 본원통화가 318%나 늘었는데 최근 경제사에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돈을 찍어내자 유럽중앙은행(ECB)도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다. 독일인은 1923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ECB는 독일의 암묵적 동의하에 2015년 한 해 동안 본원통화 공급을 45%나 늘렸는데, 그렇지 않으면 유로 가치가 달러나 엔보다 상승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 4년 사이 금 보유 83% 증가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과정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 예를 들면 세계은행에서 작성하는 세계 GDP 대비 총통화(M2) 비율이 2008년과 2016년 사이에 19% 증가했다. 이는 실물 경제보다 그만큼 돈이 더 공급됐다는 의미다. 이 시기에 금값이 온스당 650달러에서 1772달러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Fed는 2014년 10월부터 양적 축소를 단행했는데, 지난달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올해 8월부터 양적 축소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뚫고 올라가는 ‘포치’(破七)를 허용하면서 미국 주도의 환율 전쟁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확대는 금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값 상승에 또 다른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물가다.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었지만 2008년 이후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장기평균(1990~2007년 평균 9.95%)보다 낮은 4%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고 했다.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결국에는 물가가 오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는데도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누적된 통화량이 언젠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측면에서 봐도 금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경제적 요인 외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나 중앙은행의 금 매수 확대가 금값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값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국은 2001~18년 사이에 미국과의 무역에서 4조7987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 중 일부로 중국은 미 국채를 사들였는데, 2012년 말에는 1조 2700억 달러(외국인 보유금액 중 22%)를 보유했다. 그러나 올해 5월 말에는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이 1조 1102억 달러로 줄었다.  
 
반면에 인민은행의 금 보유는 올해 8월 현재 1927톤으로 2015년 3월보다 83%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외화보유액 중 금 비중은 2.7%에 불과해 유럽 주요 중앙은행들의 62~72%보다 훨씬 낮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중국은 미 국채 일부를 팔아 금을 더 살 가능성이 높다. 1조 달러면 현재 가격(온스당 1500달러)에서 약 1만9000톤의 금을 살 수 있다. 이는 미국 Fed가 보유하고 있는 8134톤의 2배가 넘는다.
 
개인은 물론 한국은행도 자산에서 금 비중 높여야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말 현재 4031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은 48억 달러어치로 1.2%에 불과하다. 우리가 채권을 보유하면 이자를 받고,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배당금을 얻는다. 금에는 이자도 배당금도 없다. 한국은행이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였다. 그러나 2011년 7월에서 2013년 2월 사이에 금값이 급등하자 한은은 47억 달러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 그 이후 금 보유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 한은이 금 매입을 늘려야 할 시기다. 개인들의 자산 구성에서도 미 달러보다는 금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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