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북한의 오랜 막말… 4년전 야당 대표시절 “국민전체 모욕”이라던 文 대통령 지금은

북한의 ‘막말’은 오래고도 현란했다. 11일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담화문에서 우리 정부와 군에 대놓고 ‘바보’ ‘겁먹은 개’ ‘똥’ ‘횡설수설’ ‘웃기는 것’ ‘도적’이란 표현을 쓰며 비난한 자체는 특이한 일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좋을 땐 자제했다는 점에선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결국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야권에선 “(청와대는) 북한에 큰 빚이라도 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총선 때 신세 지려고 지금부터 엎드리고 있는 건지 국민은 의혹을 갖고 있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고 우려했다. 
 
실제 분단 후 오랫동안 북한 당국은 대남 망언을 계속해왔고, 도가 지나칠 경우엔 우리 정부가 직접 대응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대표적인 게 김영삼 정부 때의 ‘서울 불바다’ 위협 사건이다. 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실무접촉 때 북측 대표로 나온 박영수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차관급)은 비공개회의에서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했다.
 
이에 발끈한 김영삼(YS) 정부는 육성 녹음테이프를 아예 언론사에 공개했고, 당일 저녁 보도가 나오자 전국적인 파문이 일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특사교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거센 압박을 계속했다. 
 
1994년 3월 30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통화 중인 모습. [중앙포토]

1994년 3월 30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통화 중인 모습. [중앙포토]

결국 김일성 주석은 같은 해 4월 16일 미 CNN 인터뷰에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고, 박영수 부국장은 같은 달 경질됐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땐 김 대통령을 향해 ‘파쇼광신자’ ‘괴뢰통치배’ ‘남조선 집권배’ 등의 표현을 썼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엔 비난을 자제했다. 노무현 정부 땐 비교적 비난 수위가 약해졌다.  
 
그러다 보수 정부에선 거칠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초반인 2008년 4월 1일 노동신문은 “이명박 역도(逆徒)”로 규정했고, 이후에도 ‘천하역적’ ‘매국역도’ ‘파쑈깡패무리’ 등의 표현을 썼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비난의 강도는 더 세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전 야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아비를 개처럼 쏘아 죽인 미국에 치마폭을 들어 보이는 더러운 창녀야”(2006년 6월 14일 우리민족끼리)라고 비난했다.
 
특히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서 ‘드레스덴 선언’을 하자 4월 1일 북한 노동신문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망언 폭탄을 쏟아냈다. 기사 내용엔 ‘암개(암캐) 같은 X’ ‘괴벽한 노처녀’ ‘오물처럼 쏟아낸 망발’ 등의 표현으로 가득했다.  
2014년 4월 1일자 북한 노동신문.

2014년 4월 1일자 북한 노동신문.

이에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은 자신들의 소위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 중상 중단을 주장하면서, 우리 국가원수를 저열하게 비방함으로써 북한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사숙고해서 신중히 언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한의 망언은 계속됐고, 야당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2015년 7월 25일 북한 전국연합근로단체가 “박근혜의 천하 못된 입이 다시는 놀려지지 못하게 아예 용접해버려야 한다”고 하자,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튿날(26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2015년 7월 26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전날 북한 전국연합근로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자 "선을 넘지 말라"며 올린 글이다. [페이스북 캡처]

2015년 7월 26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전날 북한 전국연합근로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자 "선을 넘지 말라"며 올린 글이다. [페이스북 캡처]

 
“상대방의 국가원수를 막말로 모욕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들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막말에는 모욕감을 느낀다. 북한의 그런 태도는 남북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국민에게도 북한에 대한 비호감을 키울 뿐. 선을 넘어선 안 된다”
 
북한이 막말할 때 청와대가 공개 반격해야할까. YS처럼 대응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선,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 북한이 왜 강온전략을 쓰는지를 분석하고, 북·미 대화를 통한 비핵화 달성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정부의 전략적인 침묵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