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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강간미수범 반성문 본 판사 "뜬구름 잡는 얘기"

관악경찰서는 지난 5월 29일 '강간미수 동영상' 속 남성 A씨(30)를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 28일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CCTV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뉴스1]

관악경찰서는 지난 5월 29일 '강간미수 동영상' 속 남성 A씨(30)를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 28일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CCTV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뉴스1]

"지난번에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가 있어서…"
 

재판장 "반성문 구체적으로 다시 써달라"
법조계 "재판장 반성문 언급 이례적, 고민 많은듯"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첫 공판기일. 재판장인 김연학 부장판사는 증거조사 전 피고인 A씨가 제출한 반성문을 먼저 언급했다. 
 
A씨는 지난 5월 술에 취한 여성을 뒤쫒아 원룸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뒤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달 구속된 A씨는 이날까지 약 석달간 재판부에 총 6부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에 처음 출석한 A씨에게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 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반성문을 다시 보고 이 사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써서 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사건에 관해 써달라"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원에 나온 A씨의 상의 주머니에는 법원에 제출할 또 한 부의 반성문이 꽂혀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으로 안다"며 "(오늘 말한 내용을)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A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해 여성에게 사과문도 전달했다.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지난 5월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지난 5월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행 피고인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성폭행 사건은 '진정한 반성'이 양형 사유에 해당해 어떤 피고인은 선고 전까지 재판부에 매일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한다.
 
재판부는 성폭행 사건에서 반성 없는 피고인은 가중 처벌을 할 수 있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피고인 상당수도 반성문을 제출한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는 "이번 사건처럼 많은 피고인이 실제 '뜬구름 잡는' 반성문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폭행 사건 반성문에 "부모님께 효도하겠다" 

이 변호사는 "성폭행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반성문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적지 않고 '앞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잘 살아가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사건에 관한 내용이 없는 반성문은 별 효과도 없지만 대다수의 반성문이 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 트위터]

지난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 트위터]

하지만 일각에선 피고인의 반성문 제출은 흔할지라도 재판장이 먼저 반성문 내용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주거 침입과 협박이 아닌 강간 미수로 기소된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형사법 전문가인 최주필 변호사는 "재판장이 피고인의 반성문부터 읽고 재판 중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재판부도 이번 사건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 장면"이라 지적했다. 
 

반성문 언급한 재판장 "사건에 대한 고민 많은 듯" 

최 변호사는 "일반적인 경우 피고인의 반성문은 판결문에 '피고인이 진정어린 반성을 하고있다' 정도로 간단히 언급된다"며 "재판부 입장에서 주거 침입에 실패한 A씨에게 강간 미수 혐의가 적용될지 따져볼 게 많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 이 사건은 재판 시작부터 검찰과 변호인이 '강간 미수' 혐의를 놓고 법리적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의 과거 성범죄 전력을 언급하며 "동종범죄와 성향 등을 종합하면 재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거침입강간죄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변호인은 이런 검찰의 주장에 "강간 의도가 없었다"고 바로 반박했다. A씨는 강간 미수가 아닌 주거침입과 폭행협박죄만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최 변호사는 "A씨의 반성문에 '뜬구름 잡는 얘기'만 있는 것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반성문을 제출했기 때문일 것"이라 설명했다. 반성문에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썼다가 자칫 반성문이 아닌 일종의 '자백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인이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피고인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변론 전략과 어긋나지만 성폭행 양형 사유에 '진정한 반성'이 들어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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