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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9화. 톨킨의 가운데 땅

작은 호빗 하나가 탄생시킨 거대한 판타지 세계
 
가운데 땅의 거대한 이야기. 그것은 세상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운데 땅의 거대한 이야기. 그것은 세상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했다.

100여 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현대전이라 불린 제1차 세계대전은 정말로 끔찍한 전쟁이었는데요. 그는 병에 걸린 덕분에 무사히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새겨집니다. 친한 친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느꼈기 때문이죠. 한가한 요양 병원에서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동료,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그가 좋아했던 자연과 신화의 이야기를….
 
전쟁은 끝났지만, 그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학교수가 되어서도 전쟁 때의 일을 잊지 않았는데요. 이를 씻어내려는 듯 신화와 전설을 연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였죠. 그럴수록 그의 마음속에 ‘나만의 신화’에 대한 생각은 더욱 커졌습니다. 어느 날 그는 시험지 채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이 흐르고 텅 빈 답안지를 발견한 후 자신도 모르게 펜을 들었습니다. “땅에 난 구멍 속에 한 호빗이 살고 있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그 자신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이 글에는 뭔가 비밀이 감추어져 있는 것 같았죠. 그는 이 말에 몰두하여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존 로널드 루엘 톨킨. 바로 현대 판타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 사람입니다.
 
톨킨이 창조한『호빗』과『반지의 제왕』은 수많은 이를 매혹하며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고향 호비튼 마을을 떠나 거대한 용이 머무르는 외로운 산으로 향한 여정을 통해서. 반지를 짊어지고 운명의 산을 향하는 거대한 운명을 통해서. 사람들은 가운데 땅이라 불리게 되는 그 땅의 이모저모를 만끽합니다. 순간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장소에 빠져들고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게 했죠. 그리고 ‘나도 가운데 땅을 여행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세계의 어떤 곳도 아니고, 정말로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세계. 그러한 세계를 만들어서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하이 판타지’란 장르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톨킨은 처음부터 이런 것을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자신이 창조한 신화시대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었을 뿐이죠. 노래를 통해 세상이 태어난 이야기, 아름답고 매혹적인 보석을 둘러싼 선과 악의 싸움, 훗날 그의 아들이『실마릴리온』이라고 정리해서 내놓은 바로 그 설정을 톨킨은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기 시작한 작품『호빗』이었습니다. 처음에『호빗』은 옛날 동화처럼, 작지만 똑똑한 빌보가 용을 물리치고 보물을 얻어내는 내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드워프가 등장하지만, 모험을 헤쳐 나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죠. 결국 빌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트롤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고, 거미를 쓰러뜨리고, 엘프로부터 탈출하고, 나중엔 용의 약점도 홀로 알아내는…. 그야말로 주인공만을 위한 공상의 모험이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야기는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빌보와 함께 그 세계를 여행하는 톨킨 자신이 그 세계(당시엔 ‘가운데 땅’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죠. 그는 생각했습니다. ‘이 세계에는 빌보만 있는 게 아니다…. 빌보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용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용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호수 마을 사람과 일찍이 용에 맞섰던 영웅의 후손, 바르드를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빌보가 아닌 바르드가 용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게 되죠.
 
그럼으로써 죽어버린 용이 남긴 보물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엘프와 드워프, 인간이 손을 잡고, 사악한 오크 세력을 물리치고 다섯 군대 전투가 펼쳐진 것이죠. 정작 빌보는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기절해버렸지만, 자신이 손에 넣은 막대한 보물을 기꺼이 내놓음으로써 선한 세력의 동맹을 완성하는 데 이바지합니다. 그리고 되살아난 우정과 모험의 추억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죠. 이로써 세상을 매혹한 ‘가운데 땅’ 이야기는 완성됩니다. 한 영웅이 보물을 얻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이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고 살아가는 이야기로써.  
 
톨킨은 처음에 상상했을 뿐입니다. 누구나 심심할 때 하듯, ‘이러면 재밌겠지’ 공상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펼쳤을 뿐이죠. 하지만 그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 살아가는 이들에 눈길을 돌리면서 그 세계는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세계의 창조자인 톨킨이 자신의 세계에 살아가는 여러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했기 때문이죠. 그 마음은 그의 작품에 깊이 새겨져 사람들이 그가 만든 세상에 몰입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아가 이에 감명받은 이들이 자신들의 공상으로부터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게 했습니다. ‘나만의 신화’를 넘어서 ‘모두의 세계’로… 판타지는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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