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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가마우지에서 펠리컨 넘어 앨버트로스로 진화하려면

김동렬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김동렬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가마우지라는 새 이름이 요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가마우지 낚시는 나고야 인근의 소도시 기후의 관광 상품이다. 나고야박람회와 도요타자동차 방문을 마치고 묵었던 나가라 강 근처 작은 호텔은 깨끗했고 빈방도 없어 보였다. 밤이 되자 가마우지를 활용한 은어 낚시, 즉 ‘우카이’ 배들이 1300여년 전통의 방식으로 낚시를 시작한다. 긴 목의 중간이 줄로 묶인 가마우지는 오래 잠수하여 잡은 은어를 먹을 수가 없다.
 

소재·부품의 특정국 의존 위험
8·5 대책, 20년 이상 지속해야

고무로 나오키는 1989년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소재·부품 산업이 부실하여 대일 무역적자가 심각한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꼬집었다. 오마에 겐이치는 99년 소재·부품 산업 적자로 인해 낮은 원화 가치(높은 환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전략 물자의 수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한국 경제가 일본 소재·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환기시켜 줬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가 소재·부품을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점을 알려줬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강소기업에도 대기업과 거래할 기회를 줘야 함을 인식시켜 줬다.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비용을 당연하고 중요한 리스크 관리 비용으로 계상할 필요도 생겼다. 리스크 관리는 글로벌 대기업과 선진 금융기관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과 조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8·5 대책 이후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전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소재·부품 개발을 위해 필요한 테스트베드를 보다 자유롭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된 소재·부품의 신뢰성을 향상하고 보장할 수 있는 인증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과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개발되고 신뢰성이 입증된 소재·부품도 결국은 누군가 사줘야 한다. 즉, 수급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방위사업청·한전 등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소재·부품을 개발한 강소기업은 그런 납품 실적을 토대로 민간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글로벌화다. 한국이 소재·부품 글로벌 공급기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박람회를 국내에 유치하거나 새롭게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직 피해가 구체화하진 않았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주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중소기업(4254개)의 6.2%(262개)만이 “피해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고 안심하면 곤란하다. 2001년 제정된 부품소재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2009년 해체된 소재부품산업진흥원을 부활해 전담 공공기관화해야 한다.  
 
소재·부품은 개발에 최소 10년 걸리며, 기초과학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 인력 양성과 확보가 중요하며,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도 중장기적이어야 한다. 소재·부품의 개발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므로 관련 정책도 오래 지속해야 하는데, DJ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지속하던 정책이 그다음 정부에서 변질돼 버리면 곤란하다.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접촉을 통한 변화’와 ‘작은 발걸음’이라는 동방정책의 큰 원칙이 여야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지속했기 때문이다.  
 
소재·부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8·5대책의 큰 틀이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 지속되기 바란다. 우리 정부와 대·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공공기관의 상생 협력과 ‘은밀하고 조용한 국산화’를 향한 노력이 오래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는 핵심 기술을 남에게 의존하는 가마우지에서 서로 돕는 펠리컨으로, 가장 멀리 나는 앨버트로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렬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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