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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ho&Why] “아베 정권은 유한하지만 일본은 계속된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 1차 회의에서 정세균 특위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 1차 회의에서 정세균 특위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5월 임기를 마친 정세균(6선·68) 전 국회의장의 지난 1년 여  동안의 행보는 정중동(靜中動)이었다. 한·미의원외교포럼 단장, 한·러 수교3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장 등 의원 외교와 관련된 자리를 맡고 민주당 후원회장 역할과 지역구 활동도 놓지 않았지만 언론에 주목을 받는 정치적 행보와 발언은 삼갔다.
 

‘항일’ 민주당서 정세균 왜 주목 받나
노무현 정부 때 산업부 장관으로
여당 소재·부품 등 특위 위원장 맡아
“난 무역하던 사람” 냉정 대응 주문
종로 출마설엔 아무런 언급 없어

그러던 그가 “아베 정권은 유한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계속된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긴 이름의 새 일자리를 얻으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당·정·청 일일대책점검반 좌장. 지난 8일 위원회 첫 회의서부터 ‘냉정과 합리’를 강조하면서 ‘항일(抗日)’ 모드 일색이었던 민주당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9일 전화 통화에서 그는 “나는 무역하던 사람”이라고 전제한 뒤 “국제분업질서를 망가뜨리고 한·일 경제협력체제를 무너뜨리는 아베의 행위는 그런 시각에서 봐도 말이 안 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정계 입문 전 정 전 의장은 쌍용그룹에서 일한 17년 6개월 중 9년을 종합상사 역할을 하는 (주)쌍용에서 대미 무역을 담당했다.
 
정 전 의장은 “냉정하게 어떻게 극일(克日)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베만 보고 대응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국민을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나오는 정부의 소재·부품 기업 지원책 등은 2006년 정 전 의장이 노무현 정부의 산업부 장관 시절 쏟아냈던 정책들과 닮았다. 당시 부품·소재 중견 핵심기업(수출 1억 달러, 매출 2000억원 이상)을 300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정책을 폈고 이용득(현 민주당 의원)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일본에 가서 부품·소재 기업을 상대로 투자환경 설명회도 열고 경제산업상과 회담도 했다. 그는 ‘소재·부품’을 테마로 맺은 일본과의 인연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08년과 2009년에도 일본을 방문해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간사장과 만나는 등 최근까지 이어졌다. 정 전 의장은 한국 측 의원 대표단장 자격으로 지난 7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 참석했다. 그런 정 전 의장의 말에선 짙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의원. 정효식 기자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의원. 정효식 기자

국회의장 시절인 2017년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아베가 상당히 코너에 몰려 있던 때다. 일부 사학 부당 지원 의혹 등 스캔들로 지지율도 떨어져 있었다. 과거사나 영토 문제와 한·일의 경제·외교 협력 관계는 별개로 투트랙으로 가자고 이야기했고 아베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기대했는데….”
 
부품·소재 산업 강조 이후 성과는.
“부품·소재 독립은 제1의 정책 목표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부품 분야의 자립은 상당히 이뤄졌지만 소재 쪽의 기술력이 여전히 떨어져 있다. 부품은 비교적 빨리 성과가 눈에 들어오지만, 소재는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기업도 정부도 소홀했던 면이 있었다.”
 
지원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이번에는 진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2700억 내년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소재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면 영원히 선진국은 안 된다.”
 
양국 의회 간 대화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꼭 그렇지는 않다. 여·야 관계와 마찬가지로 한·일 정치인들은 싸우면서도 만난다. 워싱턴에서도 공식 회의 외에 물밑 접촉이 오가기도 했다. 아베가 문제다. 아베의 핵심 측근들이 아베와 똑같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어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이번 방일단 의원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여서 할 말이 없어 피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양국간 의원외교 채널은 계속 가동되리라고 본다.”
 
일본의 경제 공세 대응 국면에서 정 전 의장의 역할이 주목받으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그의 20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치1번지’라는 서울 종로 지역구의 상징성도 있지만 그의 출마 여부에 지난 6월 종로로 이사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치적 운명도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도 “결국 불출마할 것” “출마로 기운 것 같다” “불출마해도 임 전 비서실장에 지역구를 물려주진 않을 것”이라는 등 해석은 엇갈린다. 하지만 그에게 직접 출마 여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은 아직 찾을 수 없다. 정 전 의장은 “기업들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홍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현황 파악 명분으로 당황하는 기업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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