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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원 날아가"…웹소설 시장 불법 복제 골머리

로맨스 웹소설 작가 A씨는 지난해 9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소설의 불법 복제본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게시물 작성자를 저작권 침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가해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지난 1년간 3차례 경찰에 고소했지만 같은 이유로 모두 기소중지 처분됐다. A씨는 불법 복제로 입은 손해가 대략 6000만원가량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지난달부터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14건의 추가 고소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웹소설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문학 콘텐트다. e-book 형태로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되거나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웹소설 등 유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면서 주목을 받은 작품도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KBS 2016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tvN 2018년)가 대표적이다. 특히 '구르미…'는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원작 웹소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정경윤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네이버 웹소설 캡처]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정경윤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네이버 웹소설 캡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7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당 평균 유통 작품 수는 약 8만개다. 하루 평균 웹소설 조회 수는 200만건에 달한다. 플랫폼마다 500명 정도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한 달마다 등록되는 작품 수는 1만 건 수준이다.
 

“1분 뒤 '펑' 합니다" 게임처럼 불법 복제

문제는 불법 복제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네이버 밴드와 다음 카페에서 '웹소설 공유'를 검색해보니 관련 커뮤니티가 여러 개 검색됐다.
  
바이두나 메가 등 중국 기반 파일 공유 사이트에 불법 복제물을 올리고 커뮤니티에 링크를 공유하면 다른 네티즌들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 압축 파일 형태로 불법 복제물을 다운받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불법 공유자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복제물을 올려놓은 뒤 “O분 뒤 펑(삭제)합니다”란 말을 붙이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삭제한다’는 뜻의 ‘빛펑’이란 표현도 쓰인다.
 
이런 과정은 게임처럼 진행된다. 게시글에는 “놓쳐서 아쉽다” “무슨 소설인지도 모르고 일단 다운부터 받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밴드에 '소설공유'를 검색하니 214개가 검색됐다. "소설공유" "텍본(텍스트본)" "스캔본" 등을 해시태그로 달고 있는 밴드가 적지 않다. '텍본'과 '스캔본'은 웹소설 무단 복제물을 부르는 표현이다. [네이버 밴드 캡처]

네이버 밴드에 '소설공유'를 검색하니 214개가 검색됐다. "소설공유" "텍본(텍스트본)" "스캔본" 등을 해시태그로 달고 있는 밴드가 적지 않다. '텍본'과 '스캔본'은 웹소설 무단 복제물을 부르는 표현이다. [네이버 밴드 캡처]

 

경찰에 고소해도 잡기 힘들어 

현재로선 포털 측에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포털은 내용을 검토한 뒤 해당 글을 삭제한다.
 
하지만 네이버 관계자는 "비공개 카페는 프라이버시 영역이라 우리가 임의로 폐쇄하거나 임의로 감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페나 밴드 자체를 폐쇄하기는 어렵단 뜻이다. 이 관계자는 "마치 카카오톡을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는 사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카카오톡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웹소설 업계 종사자들은 경찰에도 불만을 느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해도 피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작가 A씨는 "고소장에 첨부하기 위해서 불법 복제된 내 소설을 다운로드 받을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정부에도 저작권 침해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 있는데 웹소설 업계 사정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국내 출판 저작권 침해 신고 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출판 저작권 침해 신고 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고서류 줄이고, 저작권 교육 필요해"  

보다 못한 웹소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불법 복제 금지 캠페인을 벌이거나 피해 사례를 수집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 작업에 참여한 한 이용자는 "웹소설 불법 공유 때문에 작가·출판사 모두 다 힘든 상황인 걸 뻔히 아는데 침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혼자 적발해내는 불법 복제 자료 용량만 일주일에 최소 400GB"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웹소설 유통 플랫폼들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며 자체적인 신고 센터를 두고 상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혀왔다.
출판사 레브에서 내놓은 웹소설 불법 복제 관련 입장문. 출판사들이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가를 대신해 고소ㆍ고발을 하는 일도 있다. [트위터 캡처]

출판사 레브에서 내놓은 웹소설 불법 복제 관련 입장문. 출판사들이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가를 대신해 고소ㆍ고발을 하는 일도 있다. [트위터 캡처]

 
업계는 불법행위 척결을 위한 정부의 도움을 요구하고 있다. 출판사 더클북컴퍼니 관계자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든 경찰이든 신고 창구를 단일화해주고 신고를 위해 갖춰야 할 증거 서류를 최소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웹소설 출판사 관계자는 "불법 복제물 유포범을 잡아보면 청소년들이 많다"며 "정부에서 저작권 보호 관련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 사이트에 기반을 둔 불법 복제 사이트를 잡을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복제·유포가 의심되는 아이피를 추적하고 해외에 서버를 둔 복제 사이트는 공조를 통해 수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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