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전자제품 큰 고장 아닌데 또 산다? 새 배터리로 바꾸면 윙~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전자 제품 쓰레기는 5000만톤에 이른다. 이중 단 20%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80%는 전 세계를 떠돌며 매각되고 소각되면서 계속해서 지구를 오염시킨다. 이렇게 많이 나오는 전자 제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오래 쓰는 것이다.  
 

필(必)환경라이프④ 인라이튼 신기용 대표

하지만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다한 전자 제품을 무작정 끌어안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고쳐서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고쳐서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단하다면? 조금만 고쳐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전자 제품들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이유다.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센터 1층에 위치한 인라이튼의 사무실. 고쳐 쓰기 어려워 쉽게 버려지는 전자 제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쉽고 편리한 전자 제품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인라이튼]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센터 1층에 위치한 인라이튼의 사무실. 고쳐 쓰기 어려워 쉽게 버려지는 전자 제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쉽고 편리한 전자 제품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인라이튼]

 

“결국은 배터리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에 자리한 사회 혁신 기업 ‘인라이튼(ENLIGHTEN)’의 신기용 대표는 버려지는 전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배터리에 주목했다. 최근 무선 가전제품이 많아지면서 배터리를 장착한 가전제품이 늘었다. 제품의 수명과 배터리의 수명의 균형이 맞지 않는 일도 자연히 늘어났다. 대부분 제품의 수명은 남아있는데, 배터리의 수명이 부족해 멀쩡한 제품들이 버려지곤 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단순 고장을 수리해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배터리뉴(better-renew)’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무선 청소기부터 가습기, 공기 청정기 등 배터리 수명이 다했거나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난 소형 가전 제품을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들이 수리하고 있다. 가운데가 신기용 대표. [사진 인라이튼]

무선 청소기부터 가습기, 공기 청정기 등 배터리 수명이 다했거나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난 소형 가전 제품을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들이 수리하고 있다. 가운데가 신기용 대표. [사진 인라이튼]

 
전자 제품 브랜드의 애프터서비스(AS)가 잘 되어 있는데, 굳이 수리 서비스를 이용할까 싶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올해 들어 배터리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매일 100여명을 상회한다. 지난 2016년 5월 서비스 시작 이래, 매월 1000건에서 1500건의 수리를 처리했다.  
 
대기업 브랜드의 경우 공식 AS 센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은 수리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웬만한 해외 브랜드의 경우 위탁 업체에 AS를 맡기는데, 수리 센터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보증기간이 지나 AS를 받기 쉽지 않은 제품들도 많다.  
 
배터리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접수된 소형 가전들.무선 청소기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녹즙기, 전기 제모기에서 전동 퀵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배터리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접수된 소형 가전들.무선 청소기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녹즙기, 전기 제모기에서 전동 퀵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문제는 또 있다. '차이슨' 등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가전제품의 소비가 늘면서 전자 쓰레기가 급증했다. 고쳐서 사용하기보다 새로 사는 게 더 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최근 3~4년 사이 전자 제품 해외 직구의 규모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1~2년 사이에 500만 개 이상의 전자 제품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왔다. 직구 제품의 경우 아무리 브랜드 제품이라도 공식 인증이 없기 때문에 국내 AS 센터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예전에는 전자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찾는 수리점이 동네마다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췄다. 대기업 전자제품이 양산되면서 AS 센터가 늘어났고 굳이 동네 전파상에 맡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찾아보면 용산 전자 상가 등 수리 전문가를 찾을 순 있지만 불투명한 가격 책정 등 믿고 맡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모바일로, 온라인으로 처리해 집 앞으로 오는 서비스를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작은 전자 제품 수리를 위해 먼 길을 오가는 수고를 기대하긴 어렵다.  
 
배터리뉴 서비스는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믿을 수 있는, 무엇보다 편리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수리를 신청하면 집 앞으로 박스가 온다. 박스에 수리하고 싶은 전자 제품을 넣어 배터리뉴로 보낸다. 제품이 배터리뉴에 도착하면 제품의 상태를 체크하고 이 과정은 영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수리가 가능한지, 비용은 얼마인지를 안내받은 뒤 수리를 원하면 상주하는 전문 엔지니어가 수리한다. 이 과정에서 먼지 등 오염물질이 쌓여 고장 원인이 되기 쉬운 전자 제품의 클리닝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완료된 제품은 다시 포장되어 집으로 배송된다.  
 
수리를 신청하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포장 박스. 파손에 약한 전자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튼튼한 배송 박스를 만들었다. 유지연 기자

수리를 신청하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포장 박스. 파손에 약한 전자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튼튼한 배송 박스를 만들었다. 유지연 기자

 
수리방식도 다르다. 공식 AS 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어떤 경우 모터가 고장 나면 모터 전체를 바꾸는 식의 수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 브랜드 가전의 경우 부품 하나하나를 공수하기 어려워 전체를 바꾸다 보니수리비용이 비싸다. 배터리뉴는 작은 소자 하나만 교체하면 쓸 수 있는 모터의 경우 소자를 바꾸는 방식을 택한다. 비용도 줄일 뿐 아니라 수리 과정에서 또 다른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물론 작은 소자가 고장 난 것이 아닌, 메인 부품이 고장 난 경우는 전체를 바꿀 수밖에 없다. 수리비용이 높게 나올 경우 고객에게 안내한 뒤 수리를 진행할지를 결정한다. 고치기 어려운 제품의 경우 보상 매입도 받고 있다. 제품을 매입해 다른 제품을 수리할 때 부품으로 사용한다.  
 
현재 배터리뉴에서 수리 가능한 제품 모델은 470개. 무선 청소기가 가장 많고, 공기 청정기, 가습기, 로봇 청소기, 블루투스 스피커, 레이저 제모기, 녹즙기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 전동 자전거 등의 문의도 많다. 지금까지 누적 신청 건수는 3만1000건. 이중 되살린 제품은 2만1000여개다. 보통 청소기를 기준으로 수명 주기가 한 번 늘어나면 제품 1대당 65kg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된다고 한다. 이는 9.8그루의 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하다.  
 
인라이튼 사무실 한쪽에는 되살린 제품 수와, 이산화탄소 절감에 따른 나무 심은 효과를 표기하는 현황판이 걸려있다. 유지연 기자

인라이튼 사무실 한쪽에는 되살린 제품 수와, 이산화탄소 절감에 따른 나무 심은 효과를 표기하는 현황판이 걸려있다. 유지연 기자

 
신기용 대표는 “전자 제품을 오래 쓰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취향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며 “나는 오래 쓰고 싶어도 새로 사는 게 나은 쪽으로 구조가 짜여 있으면 새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배터리뉴를 통해 이런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편리한 수리 서비스를 만들고 알리면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고치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나아가서는 제조사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더 오래 쓸 수 있게 만드는 쪽으로 유도하고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당연한 얘기가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좋은 제품은 오래 쓰는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의 수명이 있는 제품을 주기적으로 많이 파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전제로한 지금의 산업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제품의 내구성보다 현혹하는 디자인을 내세우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제조와 판매에는 공을 들이되, 수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  
 
신 대표는 “고쳐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다면 제조사도 소비자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에게 주도권이 넘어간다면 기업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배터리뉴는 수리 노하우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집에 방치된 가전을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리페어 워크숍도 연다. 신 대표는 “배터리뉴 서비스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