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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판 도가니' 그 학교, 발달장애인 홀로서기 터전 된다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지난달 10일 옛 자림학교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를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적응 훈련과 고용을 연계한 평생학습관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지난달 10일 옛 자림학교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를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적응 훈련과 고용을 연계한 평생학습관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관이 옛 전주자림학교 부지에 들어설 전망이다. 자림학교는 일명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특수학교다. 사회복지법인 자림복지재단이 운영하던 5개 시설 중 하나다.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복지재단에서 여성 장애인들이 성폭행을 당했다. 

 
11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난달 31일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실에서 발달장애인 부모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 자림복지재단(자림원) 부지(2만1000평) 중 전북도가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장애인복합커뮤니티센터(1만3000평) 외 나머지 부지 일부에 발달장애인 평생학습관을 설립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발달장애인은 또래보다 신체적·정신적 발달이 늦은 사람으로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장애인 등을 말한다.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옛 자림학교 부지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관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바닥에 적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옛 자림학교 부지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관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바닥에 적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구형보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은 "자림학교 부지가 2000~3000평 정도 되는데 자림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용역을 맡긴 상태"라며 "용역 내용에 '(자림원 부지 일부에) 발달장애인 평생학습관을 넣겠다'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구 국장은 "발달장애인 평생학습관은 전국적으로 시·군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전북도가 옛 자림학교 부지를 전주시에 넘기고 평생학습관 운영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주시 관계자도 "애초 자림원 부지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으로 쓰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도와 시는 이견이 없다"며 "도에서 하면 시에선 적극적으로 따르겠다"고 했다. 수년간 자림학교 폐교와 부지 활용을 두고 발달장애인 부모와 자치단체가 빚은 갈등이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 재단에 대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사업이 구체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자림원 부지 소유권은 전북도에 있지만, 땅 소유권을 비롯해 평생학습관 운영 주체와 방식, 규모와 기능 등 세부 계획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자림복지재단은 지적장애인 170여 명을 보호하던 시설로 전북 최대 복지법인이었지만, 지금은 공중분해 됐다. 
 
'전주판 도가니' 사건은 자림원 전 원장과 전 국장이 2009년부터 수년간 시설 내 여성 장애인 4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각각 징역 13년과 10년을 선고받아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사건이다. 2012년 7월 내부 직원들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사건이 불거지자 전북도는 2015년 4월 자림복지재단 대표와 이사 7명 등 총 10명에 대해 임원해임 명령을 내렸다. 또 같은 해 12월 14일 법인설립허가도 취소했다.

 
이에 반발한 자림원 측은 "전북도의 처분은 재량권을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6월 전주지법 행정2부는 "전북도의 설립허가 취소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애인들에게 반복적으로 가한 성폭력은 사회복지법인의 관리 영역 아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 중 하나"라며 "성폭력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설립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지난달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 부지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관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지난달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 부지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관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자림학교 학부모들은 폐교를 반대했다. 덕진구 내 유일한 특수학교였기 때문이다. 초·중·고교 재학생 100여 명이 완산구·완주군으로 전학했고, 1시간 안팎의 장거리 통학은 불가피했다. 지적장애 2급 아들을 둔 이미라(46·여)씨는 "발달장애 아이들이 학교 졸업 후 3~5년 기간을 둬 사회에 나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전북 지역 특수학교 10곳의 학생은 1135명으로 이 중 75.6%(859명)가 발달장애인이다. 도내 발달장애인은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발달장애인이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학교 밖으로 나오면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발판 삼아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은 뭔가를 습득하고 인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시간에 잊어버린다"며 "이 때문에 평생 교육은 발달장애인에게는 생존을 위한 요구"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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