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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에 3852억 회사 판 남자, 넥슨 ‘구원투수’로 떴다

인기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인 네오플 창업자 허민(43ㆍ사진) 원더홀딩스 대표가 넥슨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허 대표의 넥슨 내 구체적인 직급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미 넥슨의 신규 개발 프로젝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허 대표는 2008년 자신이 세운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한 바 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51) NXC 대표가 허 대표를 직접 만나 넥슨이 보유한 현금 전부와 당시 넥슨재팬을 통해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에서 추가로 500억원을 대출받아 3852억원에 네오플을 사들인 건 유명한 일화다. 
허 대표는 게임업계에서도 단연 '튀는 인물'이다. 서울대 재학 중 최초의 비(非) 운동권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네오플 매각 이후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 운영했다. 허 대표 본인도 미국 독립리그 야구팀에 입단해 투수로 활동한 바 있다. 
 
2011년 12월 당시 대한민국 최초 독립구단이었던 고양원더스 창단식에서 당시 허민 구단주가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1년 12월 당시 대한민국 최초 독립구단이었던 고양원더스 창단식에서 당시 허민 구단주가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비(非) 넥슨인으로 넥슨 체질 고칠까 

허 대표 영입은 넥슨 임직원들에게는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넥슨은 비교적 순혈주의가 강한 회사다. 기존 경영진 중 오웬 마호니(53) 넥슨 대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넥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넥슨인(人)’이 대부분이다. 허 대표 영입은 ‘넥슨 출신 만으론 어렵다’는 김정주 NXC 대표의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허 대표가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창업자라는 점도 고려됐다. 던전앤파이터는 현재 넥슨의 주력 게임이다.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한 해 3조원에 달한다. 훗날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면 '던파 제작자가 넥슨에 있다'는 점은 매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허 대표가 넥슨에 합류하긴 했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 대표 본인이 ‘구조조정은 맡지 않겠다’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대신 이런저런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실제 넥슨 아메리카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사무실 두 곳을 폐쇄하고, 관련 인원들을 정리했다.
 

박지원 GCOO 등 2선 후퇴 불가피  

허 대표의 합류로 넥슨 내부 역학관계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넥슨 매각 추진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했던 박지원(42) 넥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는 후선으로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헌(40) 넥슨코리아 대표 체제는 일단 유지된다. 넥슨의 게임 개발 총괄인 정상원(49) 신규개발총괄 부사장과 허 대표 간 역할 분담도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52주 최저치 수준까지 밀려 

허 대표가 넥슨에 합류하긴 하지만, 넥슨 앞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번 매각 추진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던전앤파이터’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 게임 ‘트라하’역시 아직까진 그에 미치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흥행 게임의 부재는 지난 2014년 김정주 NXC 대표가 지적했던 것이기도 하다. 당시 김 대표는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 참석해 "넥슨의 황금기랄 수 있는 2003년과 2004년 출시된 게임들 이후 (지난 10년간) 그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개발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5년여의 세월이 지났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주력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버전의 연내 출시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니 넥슨은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1469억엔)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증시 상장법인인 넥슨의 주가는 9일 하루 동안 23.96%나 빠진 1257엔(1만4360원)을 기록했다. 기존 52주 최저치(1253엔) 수준까지 밀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차기 흥행작이 없다면 넥슨의 미래는 과거보다 밝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개 스튜디오 중 2개 스튜디오의 장(長)이 넥슨 떠나 

올해 2분기 이후 출시 예정인 넥슨의 게임들. [사진 넥슨]

올해 2분기 이후 출시 예정인 넥슨의 게임들. [사진 넥슨]

 
여기에 핵심 개발자들이 잇따라 넥슨의 품을 떠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4월 넥슨이 게임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의 전환을 선포한 이래 김희재 원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와 불리언게임즈의 반승철 총괄 프로듀서가 각각 넥슨을 떠났다. 현재 넥슨 내에는 7개의 스튜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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