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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아베의 빗나간 세 가지 화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일본 경제산업성은 7일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규제 시행세칙을 공개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절차가 까다로워졌지만 우려와 달리 ‘개별허가’ 품목을 따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고순도 불화수소처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차세대 성장동력 관련 품목을 콕 집어 ‘핀셋 타격’을 하는 3차 보복 카드는 꺼내지 않은 것이다. 일본 기업의 피해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숨고르기인지, ‘깜깜이 시행세칙’으로 오히려 혼선을 부추기려는 의도된 전술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공급망, 국론, 여론전 밀리지 않아
다음 수 대비해 감성대응 자제해야

다만 일사천리로 이어진 거칠고 거센 공세는 잠시 멈춘 듯 보인다.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도 허용했다. 일본이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전으로 흐르면 일본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조금씩 판세가 달라질 기미가 보이는 이유는 뭘까. 공격적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광범위한 규제 개혁이라는 ‘세 가지 화살’로 일본 경제의 부흥을 꾀한 아베 총리가 한·일 경제전쟁에서는 또 다른 ‘세 가지 화살’을 잘못 쏜 게 아닌가 싶다.
 
아베 총리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산업을 흔들 급소를 겨냥했다. 갑작스레 날아온 화살에 한국 정부도, 삼성전자도 당황했다. 세계 경기 둔화 속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수출전선에도 이상이 생긴 마당이라 당혹감이 더 컸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 정부의 극일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데다, 삼성전자도 예전에 일본 반도체 기술을 한 수 배우던 수준의 기업이 아니다. 아베 총리의 첫 화살이 허공만 가를 듯한 이유다. 고도의 분업·전문화 시대에 고품질의 일본산 소재를 들여오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고 생산 효율이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아베 총리의 도발은 이런 악조건을 감수할 만큼 자극제가 됐다. 특히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소재에 들어가는 원재료까지 일본산은 쓰지 않겠다는 ‘재팬 패스’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프레임을 향해 날린 화살도 빗나갈 공산이 크다. 아베 정부의 거듭된 말 바꾸기에도 한국과의 정치·외교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풀려고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구 언론은 물론 일본 언론에서도 아베 정부의 신뢰 추락을 염려할 정도다.
 
아베 정부의 잇단 위협에도 한국의 적전분열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려고 국론이 분열되고 정부를 성토할 것이라고 계산했다면 오산일 확률이 높다. 특히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관광을 자제하자, 한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일본 지방정부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장차 최대 고객을 잃을 수 있는 일본 반도체 소재 업체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도 없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겨냥해 날린 세 가지 화살은 일본에 패착이 될 수 있다. 그의 다음 수가 무엇일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수가 나오든 거기에 말리지 않아야 한다. 다음 수를 편하게 둘 공간을 줘서도 곤란하다. 일본의 급소를 공략할 수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간 패착에 이르기 십상이다. 한국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카드가 대표적이다. 일본이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 매달리는 사안이다. 이를 연장하지 않고 판을 깰 수도 있지만 그러면 ‘한국은 믿지 못할 국가’로 몰아세우고 싶은 일본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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