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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난민 인정, 아빠는 불인정···이란 부자의 엇갈린 운명

지난해 2월 이란 난민 소년이 아버지의 난민 인정 재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이란 난민 소년이 아버지의 난민 인정 재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지난해 10월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출신 소년 A군(16)과 달리 아버지 B씨(53)는 또다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8일 낮 1시 B씨의 난민재심사 결과 난민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B씨가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하고 있음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측은 "B씨의 주장은 난민협약 제1조 및 난민의정서 제1조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되지 않다"며 "B씨가 최초 난민 신청했을 때와 사실관계 등에서 어긋난 부분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B씨에 대한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인도적 체류는 정식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임시로 한국에 머물는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한국에서 법무부 장관 허가 없이는 취업활동이 제한되고, 생계비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 혜택에서 모두 제외된다. 또 1년마다 체류자격 심사를 받고 갱신해야 한다.
 
B씨 측은 반발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첫 난민신청 때와 다르게 그동안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교리에 따르려고 했는데도 '인도적 체류결정'에 그쳤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제한이 많아 양육에도 큰 어려움이 있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B씨 부자를 돕고 있는 오현록 아주중학교 교사도 "(지난해 난민 인정을 받은) A군과B씨의 난민신청 사유가 동일한데도 결과가 다르다. 이는 자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B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동천의이탁건 변호사는 "의뢰인과 논의한 결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난민법상 이의신청 제도가 보장돼 있는 만큼 이의신청을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사법부로 가져가 행정소송에서 다툴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B씨는 2010년 사업차 아들 A군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는 국가로, 개종 등으로 신앙생활을 저버리는 ‘배교(背敎)’를 할 경우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그런데도 B씨는 기독교로 개종했지만, 2016년 난민신청 때 '기독교 신앙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인정 처분 받았다. 이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냈으나 1, 2심에 연이어 패했다.
 
B씨는 소송이 진행되는 약 1년 동안 천주교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는 등 까다로운 천주교 신앙 생활을 모두 수행했다. B씨 변호인 측은 지난 2월 난민지위 인정 재신청 때 "확고한 신앙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첫 신청 때와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B씨는 지난 6월 두 번째 난민심사 때도 "좋은 심사결과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심사 50여일 만에 '난민 지위 불인정' 통보를 받았다.
 
B씨 부자의 사연은 지난해 A군의 학교 친구들이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A군은 친구들의 '국민청원' 등 도움 끝에 지난해 10월 재신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A군은B씨가 난민 재심사를 신청할 때 "아버지가 떠나가면 나 혼자 남게 되는데, 나는 아빠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다"며 "난민에 대한 시각이 안 좋은 경우가 많은데 개종은 거짓으로 할 수가 없다. 군대 안 간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군대 지원해서 갈 거고 세금도 낼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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