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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다신 지지 않을 방안이 있기는 한가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지난 주말 관악산에 올랐는데 우리 주변의 걱정과 갈등이 얼마나 큰지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그 많은 약수터 이슈가 일본으로 단일화됐지만 생각과 입장은 맞부딪쳤다. ‘건건이 미국에 엇박자더니 이제와 도와 달라는 정부가 꼴불견’이란 불만과 ‘아베에게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탄식이 많았다. ‘그게 바로 친일파 논리’란 반박도 강했다. 저마다 부글부글 끓었다.
 

‘12척 배’ 절박한 상황 내몰린 건
적폐청산 올인하며 잣대 다른 탓
과거를 정치무기 삼아선 못 이겨

아베의 막가파식 도발엔 분노 지수가 같은데도 화풀이 대상이 일본으로만 모아지지 않는 건 유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의병·죽창’에 ‘동경으로 이사가시든가’로 시작된 정권 핵심들의 친일·반일 갈라치기 선동은 하루가 다르게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혹독했던 식민 지배의 울분을 기억하는 국민에겐 시원한 말들이다. 넘치는 반일 영화와 드라마로 ‘닥치고 반일’ 무드가 촉촉한 마당이었다.
 
웬만하면 뭉치는 게 한·일전이지만, 대통령이 ‘12척의 배’로 총결집을 호소하고,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도 그걸 놓고 얼굴을 붉힌다. 한마디로 미덥지 못해서다. 왜 12척으로 싸워야 하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들었고, 그런 절박함으로 내몰렸느냐는 질책이 공감 만큼이나 많아서다. 정권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올인하는 과거 털기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를 잊지 잊지 않겠다는 각오야 나무랄 데 없다. 과거란 그저 지나가 버린 단절이 아니다. 현재에 살아 있고 미래의 의미가 된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라고 카뮈는 말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엄정한 잣대를 똑같이 들이대야 상대가 수긍한다. 원칙과 기준이 내 편 네 편 다르면 불만만 커진다.
 
당장 북한이 그렇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과거 캐기는 지난 10년 간의 보수 정권을 넘어 해방 직후와 일제 강점기, 동학 혁명과 구한말까지 무한 확장됐다. 끝없는 과거사 사죄 요구가 일본 경제보복의 빌미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전쟁은 물론, 지난 수십 년 간의 북한 테러와 무력 도발엔 사죄를 받거나 요구한 사실이 없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 해전은 오래 전 일도 아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상 발사체’ 군사 도발엔 꿀 먹은 벙어리더니 대통령은 대일 경제전쟁 해법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내놨다. 핵심 지지층은 정부 수립을 이끈 초대 대통령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통령을 친일파·미국 꼭두각시로 조롱한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고, 건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란다. 이쯤 되면 과거가 정치 무기다.
 
그래 놓고 총선 프레임은 돌연 ‘미래’로 옮아가 있다. 대통령은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버려야 한다’고 야당을 꾸짖었다. 여당은 ‘한국당이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건 객관적 판단’이라고 두들겨 팬다. 여당 실세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다음 총선은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일하는 정당이냐, 이념에 사로잡힌 정당이냐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냐에 대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시작된 전쟁이다. 피할 수 없다면 이겨야 한다. 대통령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믿음을 사야 한다.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끌어모아 한국당을 이길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야당은 낡은 이념 세력이고 자신들만이 미래 세력이란 말로 ‘초당적 협력’을 만들긴 어렵다. 국익보다 당익(當益)이란 의심을 잠재우기도 힘들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에만 매달리는 정권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역사를 편향적으로 왜곡하는 정권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보다 정직하고 존경 받아야 이길 수 있다. ‘죽창’ 아니면 친일파로 공격하는 수준으론 못 이긴다. 다음 주 광복절 기념사는 가늠자다. 솔선수범이 감동으로 이끈다. 마구잡이 비난으론 안 된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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