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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잠갔다 풀었다…일본 ‘수도꼭지 전략’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강화했던 3개 품목과 관련해 36일 만에 첫 수출 허가를 내줬다. 반도체 핵심소재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8일 기자회견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안전보장상의 우려가 없는 거래로 확인된 최초의 안건에 대해 수출허가를 이미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개별 결과는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지만 한국 정부가 마치 (수출규제 강화를) 금수조치인 것처럼 부당하게 비판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공표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소재 36일 만에 첫 허가
세코 산업상은 ‘추가 규제’ 엄포
업계 “일본 기업 피해 큰 품목 허용”
국제여론 보며 한국 흔들 가능성

세코 경제산업상은 수출 허가의 구체적인 품목이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주문을 받은 JSR이나 신에츠케미컬이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한 수출 심사 건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개별심사의 경우 90일 정도의 표준심사 기간이 있지만 이번 신청에 대해선 1개월 정도 만에 허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이 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용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라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선 일본 기업의 실리를 위한 선택이다. 일본 JSR과 신에츠케미컬의 삼성전자에 대한 EUV 포토레지스트 수출 비중은 50%가량 된다. 삼성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벨기에에서 해당 품목을 들여와 6~10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삼성의 재고 확보로 일본 수출규제의 타격은 미미한 반면 일본 업체의 매출만 줄어드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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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수도꼭지를 열었다 닫았다 하듯 국제 여론과 한국 내 반발을 봐가며 수출규제를 풀고 조이겠다는 전략이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정당한 거래의 경우 일본 정부는 자의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외환법 규정에 기초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 허가를 내준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심사를 패스(통과)하면 허가가 나온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3개 품목 이외에도 부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해당 품목을 개별허가 신청 대상으로 추가하는 것을 포함해 철저한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우회무역이나 목적 외 수출 등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엄정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수출 허가를 통해 “금수조치가 아니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 측을 압박하겠다는 태도다.
 
일본 기업, 자국 정부에 우려 전달…일본 무역수지 흑자폭 87% 감소
 
일본은 이런 식으로 한국을 계속 흔들어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수출 허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일본에 대한 한국의 비판을 봉쇄하는 목적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일본은 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미사일 발사체의 촉매제로 전용될 위험성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EUV 포토레지스트의 사용량 자체가 많지 않고 사용처와 사용량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재무성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잠정) 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10조4765억 엔(약 119조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2242억 엔의 흑자를 냈지만 흑자 폭은 87.4%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EUV 포토레지스트에 이어 고순도 불산이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승인도 제한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 소재를 공급하던 일본 기업들이 보관 장소나 한국을 대체할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불산을 생산하는 일본 스텔라케미파나 모리타화학공업은 화학물 관리규정을 받는 보관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감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도 자국 정부에 한국 업체 이외로의 수출이 쉽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장정훈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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