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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의 한반도평화워치] 북한은 최고의 경협 파트너가 한국임을 깨달아야

남북 경협의 전제 조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 대통령까지 세 나라 정상이 같이 있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전해지면서 한반도 평화 기대감을 다시 한번 높이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 해결하고
국제사회와 교류·협력 원한다면
개도국서 선진국 도약한 한국
경험·기술·자본 전수할 수 있어

북·미 협상에 진전이 생긴다면, 비핵화 논의 성과에 따라 북한 경제 제재 완화와 북한 경제 발전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남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하는 국제 원조뿐 아니라 북한과의 경제 협력 참여자들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하여 북한과 경제 협력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정하고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사업,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 투자가 필요한 일들에 관한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북한과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경협의 기본은 신뢰 구축
 
20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과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북한과의 협력 사업은 진행됐다. 남북 분단후 66년중 약 10여 년간만 남한과 북한은 실질적으로 다양한 교류를 해 본 경험이 있다. 나머지 기간은 국내·외적 여건과 환경으로 인해 남북한 교류가 제한적이어서 서로 적대적으로 대한 것이 사실이다. 서로 신뢰를 구축할 시간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비록 언어가 통하고 분단 전까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두 나라지만 반세기 이상 단절된 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한 두 나라다. 이런 두 나라가 경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전제해도 경제적 협력을 하기 위해서 많은 부문에서 서로를 알아가야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햇볕정책은 정치보다는 경제가 우선이며, 민간이 주도하고 관(官)이 뒤를 따르고, 쉬운 것부터 먼저 북한에 제공하는 등 네 가지 기본 방향이 있었다. 신뢰 구축을 통해 협력을 하고자 하였다.그러나 이후 20년간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남북이 실질적인 신뢰를 쌓았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지난 20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하였다. 특히 남한은 같은 기간 동안 국제사회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남북한의 경제 협력도 남한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일반적인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남한의 경제 개발 경험과 지식은 아주 특별하다. 많은 개도국이 현재도 진행형인 남한을 배우고 싶어한다. 남한은 개도국인 북한에도 다른 개도국을 지원하는 일반 원칙을 적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남한의 개도국 지원에 관한 원칙과 방향을 남한 국민과 북한에 자세히 알리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과 협력 사업을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남한에 있어서 북한은 특수한 존재다. 남한은 일반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이외에 북한에 관해서만 쓸 수 있는 남북협력기금이 있다.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을 포함해 경제적 협력 사업을 위하여 따로 북한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은 특별한 원조 대상국임을 의미한다.
  
북한은 특별한 원조 대상국
 
사용 가능한 재원의 규모가 얼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폐쇄적 국가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와 교류와 협력을 원한다면 국제사회의 관행과 규범을 빠르고 정확하게 가르쳐 줄 진정한 파트너는 남한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지 같은 말을 쓰고 역사와 문화의 배경이 같아서가 아니라 열악한 북한 경제와 같은 상황을 이미 경험하였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하여 경제적 번영을 이룬 남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 발전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남한이다. 아울러 북한은 경제 발전의 주체는 북한 자신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의 책임으로 국제적인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 발전이 진행되고 이를 위하여 북한의 경제 주체들의 기본적인 역량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를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는 나라도 남한이다. 남북이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남북한이 신뢰 구축을 전제로 경제협력 프로그램과 사업을 구상하고 시행하려면 참여 주체들의 대차대조표가 분명하고 투명해야 한다. 남한의 경우, 시장경제에 기반을 두어 많은 경제 주체가 다양한 기준과 조건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쉽게 얘기해서 남한 민간 기업은 북한과의 사업에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투자를 결정한다. 물론 정부가 의사 결정의 주체인 경우에는 단기적 경제 이익보다는 장기적이고 공공적인 기준에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남북한 경제 협력에서도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시설이나 환경 보호와 같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 경우에 북한 정부에 대한 추가적인 보증, 국제금융기구와의 연계, 다른 공여국의 재원 확보 등에서 일정 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적 부문에서의 협력을 통하여 남한과 국제사회의 민간 부문이 북한에 투자하거나 북한과 합작을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남북 경협은 윈-윈 게임 돼야
 
남한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싼 북한의 노동력을 확보하여 인건비를 낮출 수 있고, 개성공단이나 북한의 산업단지에 진출하여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대부분의 남한 기업의 의사 결정 대상이 아니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한 경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남한 경제 주체들에게 북한은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력 양성과 관련해서는 북한 유학생을 남한에 유치하여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장기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남한이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처럼 북한의 차세대 인재를 남한에서 양성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정책 당국자나 전문가에 대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국제기구나 다양한 국내·외 기관들과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모두 신뢰를 전제로 가능한 일이고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 한국이 촉진할 수 있어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남한은 113개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총영사관과 영사관을 합치면 143개국에 이른다. 반면 북한은 24개국에 대사관이 있으며 총영사관 등을 모두 합쳐 33개국에 공관이 있다. 북한의 경제 여건과 현실을 반영하여 수교국에 공관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북한과의 단독 수교국은 시리아를 포함하여 4개국이며, 남한의 단독수교국은 32개국이다.
 
2018년 기준 북한은 유엔을 포함해 33개의 기구에 가입돼 있다. 남한은 유엔 및 산하 기구 26개와 89개의 정부 간 기구에 가입하여 총 115개 기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원조 수혜국인 북한에 상주하는 국제기구는 원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유엔 기구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원조 공여국인 남한에는 유엔 기구를 포함하여 한·아세안센터 등 지역 기구, 국제벡신연구소, 세계은행 사무소 등 다양한 목적과 영역에 따라 국제기구들이 활동하고 있다.
 
남북한 경제 협력 프로그램은 두 나라만의 사업과 활동으로는 북한의 경제 발전과 국제화를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양한 국제기구와 부문에서의 활동을 통하여 북한 사회가 빨리 국제적 관행과 규범을 따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엔을 포함하여 다양한 정부 간 기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남한의 경험과 지식을 북한과 공유하는 것은 북한을 국제사회에 빠르게 편입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통일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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