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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장기화하면 日 금융관세 보복 등 추가조치할 것”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이 금융·관세 보복 등 추가 조치를 취해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8일 ‘한·일 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주제로 연 통일전략포럼에서다. 포럼에는 이수훈 전 주일 한국대사,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정혜경 전 강제동원 피해조사 지원위원회 조사과장,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 조진구 경남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경남대 극동연구소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하나’ 포럼

  
일본 전문가인 이원덕 교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해결 안 돼 내년 국내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압류 등 판결에 따른 조치가 실행되면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일본의 금융·관세 보복조치, 비자발급·송금 제한, 한국자산 동결 등 추가 보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가 각 성청으로부터 약 100여 개에 이르는 보복 항목을 제출받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YTN캡처=뉴스1]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YTN캡처=뉴스1]

 
이 교수는 “양국 경제전쟁으로 비화되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배 불법성과 사죄를 적시하되, 물질적 배상은 포기하고 피해자 구제문제를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특별성명 발표도 생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물질적 배상을 포기하지만, 정신적 역사 청산을 요구할 경우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해 도리어 반격이 되고, 한·일 관계 국면을 극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중국도 일본에 대해 배상을 포기하는 전후처리 방식을 취했고, 이후 대일 외교에서 우위에 섰다"면서다. 이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제소를 통해 제3의 국제사법기관 판결로 결론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배경을 두고는 정부 여당과 학계 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와 조진구 경남대 교수 등이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정부에 표출한 것이라 본 반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특위 부위원장은 아베 일본 총리의 집권 연장, 동아시아 패권 우위 확보 등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부상, 남북관계 진전 국면에서 일본 소외를 차단하고,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동아시아 패권 유지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진단이 다른 만큼 향후 한일 갈등 해결 방법도 차이가 컸다.   
김 부위원장은 “지금 국면을 일본과의 경제전쟁”이라고 규정한 뒤 “국민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정부 대응과 분리해 가야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경제력에서 열위에 있는 만큼 민관이 함께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65년 청구권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며“여당 입장에서 나설 순 없지만 당시 문제가 미봉된 탓에 양국 간 지속된 갈등으로 65년 체제가 금이 가고 있는 건 맞다”고 우회적으로 동의했다.  
올해 초 이임한 이수훈 전 주일 한국대사도 “아베 정부가 과거사에서 비롯된 감정을 경제 분야로 표출해 정경분리 원칙을 저버렸다”며 “국내 분열된 대응보다 정부와 힘을 합쳐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가세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요구 및 아베 규탄행동 전면 확대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요구 및 아베 규탄행동 전면 확대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조 교수는 “1965년 체제가 불완전할지라도 청구권 협정 파기는 양국 관계가 65년 국교 수립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대재앙”이라며 “양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서로 맞서기보다는 냉정하게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과 별개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있어선 정부가 사태 해결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혜경 전 강제동원 피해조사 과장은 “역대 정부가 대일 역사문제를 외교 현안으로만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준 상처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는 아시아·태평양지역 4000만 명의 피해 역사다. 한·일 감정 문제로 다루지 말고, 피해 타국과 연대에 나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주최로 열린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용화 할아버지가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주최로 열린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용화 할아버지가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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