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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헤리티지재단 토론 "日, 전략물자 북한밀수설 증거 내놔야"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가 "북ㆍ중ㆍ러 3국이 한ㆍ미 ㆍ일 관계를 이간질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며 한일 갈등 해결을 촉구했다.[헤리티지재단 유튜브]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가 "북ㆍ중ㆍ러 3국이 한ㆍ미 ㆍ일 관계를 이간질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며 한일 갈등 해결을 촉구했다.[헤리티지재단 유튜브]

 
“한ㆍ일 양국 또는 한ㆍ미ㆍ일 3국의 덜 정치적인 관리들이 수출통제 실무협의를 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첫걸음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일 무역분쟁: 파장과 대책” 토론회의 결론이다. “국내 정치용으로 지나치게 정치화"한 한일 갈등을 수출규제 관련 당국자끼리 조용히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 셈이다. 주최 측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동북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확인되지 않은 북한 밀수 우려를 계속 제기하는 데 이 문제까지 의제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7일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 주최로 열린 '한ㆍ일 무역분쟁: 파장과 대책' 토론회. 왼쪽부터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유키 다츠미 스팀슨센터, 라일리 월터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헤리티지재단]

7일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 주최로 열린 '한ㆍ일 무역분쟁: 파장과 대책' 토론회. 왼쪽부터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유키 다츠미 스팀슨센터, 라일리 월터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헤리티지재단]

내퍼 "한·일 자기성찰부터…북·중·러 이간질 내버려 둬선 안 돼"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토론 모두 발언에서 “최근 중국ㆍ러시아의 합동초계비행은 한ㆍ미ㆍ일 3국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었다”며 “이런 도전들이 한ㆍ일 양국과 한·미·일 3국 관계를 더 이간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ㆍ일 양국은 관계 개선의 책임이 있으며 최근 수개월 동안 신뢰를 훼손한 정치적 결정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 문제에 계속 관여할 것이며, 두 동맹의 대화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다"며 "한·미·일 세 나라는 국민의 평화·번영을 포함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단합할 것"이라고도 했다.   
 

스나이더 "한미동맹에 걸림돌 되면, 한국 안보 통제력 잃을 수 있어" 

 
한국 상황을 발제한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내퍼 부차관보의 발언은 한·일 양국 지도자에게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며 쓴소리부터 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며 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미국이 중재자 개입을 꺼리면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수출 규제의) 경제적 문제점만 갖고 국제 외교전에서 승리하기엔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지도자들이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처럼 높은 수준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와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없이 대북정책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한·일 갈등이 한미 동맹에 걸림돌이 된다면 한국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안보이슈에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츠미 "화이트 국가, 일본 정부 언제든 재개정 가능…보복 아니다" 

 
일본 측 발제자인 유키 다츠미 스팀슨센터 일본 국장은 “일본 정부의 결정은 수출규제이지 한국에 대한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며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도 법률이 아닌 정책 시행령으로 일본 정부가 결정하면 언제든 다시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국가는 글로벌 수출통제체제에 따라 각자의 수출규제 정책을 집행한다"며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라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다츠미 국장은 다만 “세입자에도 최소한 석 달 전에 퇴거를 통보하는 데 사전 경고도 없이 곧바로 7월에 화이트 국가 제외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간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정치 이슈화와 관계없이 기본으로 돌아가 한ㆍ일 수출규정 담당 당국자들이 어떤 이견이 있는지를 논의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양자 협의가 어렵다면 한ㆍ미ㆍ일 3자가 3년 전에 했어야 할 협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월터스 "미국도 수출규제 개정 검토, 글로벌 공급체인 교란 커질 것" 

 
라일리 월터스 헤리티지재단 아시아경제ㆍ기술정책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인의 파급 영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미 삼성전자가 이익 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고 한국이 화이트 국가로 복귀하려면 일본 각의 결정 절차가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수출 절차의 지연으로 한ㆍ일 양국은 물론 지역적으로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국 무역 갈등의 부정적 효과가 미국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월터스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첨단소재 수출통제 규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체인을 더 심하게 교란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국의 수출규정 개정을 고려할 때 한ㆍ미ㆍ일 3자 실무협의를 갖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 전략물자를 북한으로 밀수출했다는 증거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일본은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다츠미 연구원은 이 같은 질문에 “일부 정치인들이 TV 토크쇼에서 (한국에 수출한 일본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불법 재수출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아니지만 2008~2012년 탄소섬유가 한국을 통해 중국으로 재수출된 경우가 여러 건 있었고 탱크로리 같은 기계류가 불법 수출된 경우도 있었다”며 “그런 경우 일본 수출업체에 책임을 물어 기소하기 때문에 이번 규제도 일차적으로 한국 기업에 수출하려는 일본 수출업체에 타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막후 관여만 할 게 아니라 트럼프가 공개 휴전 촉구해야"

 
이에 클링너 연구원은 “일본의 주장이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점은 경제산업상은 ‘북한으로 밀수됐다고 한 적 없다’면서도 그런 우려를 계속 제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주장이 사실에 근거했다면 일본의 기술 소재가 한국 기업을 통해 북한에 흘러갔는지를 입증해야 하며, 그게 아니라 단순한 가설적 우려라면 일본의 수출규제 허점이나 일본 기업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의 밀수 의혹도 양자 또는 3자 협의에서 조사해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더 깊은 벼랑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걱정하게 할 이정표도 다가온다"며 "문 대통령 8·15 광복절 메시지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탈퇴, 일본의 화이트 국가 시행 여부에 따라 사태는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막후에서만 관여할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양국에 더는 해로운 조치를 중단하고 한 발씩 물러서라고 촉구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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