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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대법 판결 억울, 이달 중 소송 예정"

배익기씨. [중앙포토]

배익기씨. [중앙포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56)씨가 최근 나온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 즉 문화재청에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억울한 측면이 있어, 이달 중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무효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익기씨 "이달 중 무효소송 예정"
"대법 판결 억울한 측면이 있어서"

지난달 대법원은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주본의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지 않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배씨는 상주본을 회수하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때 최종 패소했다. 상주본 소유권이 문화재청에 있다는 사실을 대법원이 확인한 셈이다. 
 
배씨는 "문화재청 측과도 지난달 판결이 나온 이후 만났는데, 기존처럼 상주본 회수만 이야기해 뭔가 달라진 게 없었다"고 했다. 실제 문화재청은 지난달 17일 배씨를 만나 상주본 반환 거부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상주본 반환 문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측의 문서에는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고, 문화재를 계속 은닉하고 훼손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배씨는 "상주본을 내어주는 것에 1000억원을 주장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이 있기 오래전부터 해온 말이다. (나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현실적으로 1000억원이 가능한 금액은 아닐 수도 있다고도 본다. 그렇다고 얼마를 달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상주본 사례금 1000억원은 그가 문화재청이 상주본 가치를 최소한 1조 이상 간다고 본 것을 기준으로 두고, 10분의 1 정도 가치로 정해 주장하는 액수다. 
 
그는 상주본의 행방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최근 상주본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한 바 없다. 배씨는 "상주본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느냐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지가가 상주본을 챙겨 국가에 기증하는 것도 방법 아니겠는가. 이런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60대 독지가가 있다. 최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지만, 뭐든지 미리 공개하긴 어렵다"고 했다. 
 
배익기씨가 언론에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일부분. [배익기씨 제공]

배익기씨가 언론에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일부분. [배익기씨 제공]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훼손과 분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때 일부 훼손됐다. 배씨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상주본을 꺼내왔고 이후 자신만이 아는 곳에 상주본을 보관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서적 수집가인 배씨는 2008년 한 방송을 통해 자신이 상주본을 갖고 있다고 처음 알렸다.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2012년 사망)씨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기나긴 공방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판결했지만 배씨는 상주본 인도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2014년 대법원 무혐의 판결)되기도 했다. 
 
조씨는 사망하기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씨에게 상주본 인도를 계속 요구 중이다. 상주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판본이면서 표제와 주석이 16세기에 새로 더해져 간송본보다 학술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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