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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에게 신사참배 강요하던 그곳에 ‘일제 단죄문’ 선다

광주광역시 남구 구동 광주공원 입구 계단. 일제 강점기 천황에게 신사참배 하기 위해 '광주신사'로 가던 계단이었다. 진창일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 구동 광주공원 입구 계단. 일제 강점기 천황에게 신사참배 하기 위해 '광주신사'로 가던 계단이었다. 진창일 기자

 
7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공원으로 오르는 계단.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인 광주신사 계단입니다’라는 낯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6·25 한국전쟁 당시 나라에 목숨을 바친 광주·전남 1만5867명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광주광역시, 일제 잔재물 65곳에 '단죄문' 설치
신사참배 강요당했던 계단, 친일파 선정비 등
8일 광주공원 계단 앞에서 단죄문 제막식 열려

 
광복 전에는 일본 천황(일왕)을 신격화하며 신사참배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근처 정자에서 더위를 식히던 시민에게 이곳의 과거를 묻자 “나이가 예순일곱인 나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을 지금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알 턱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옆에 있던 박모(76)씨는 “지금이라도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했던 그 자리에 단죄문을 세운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8일 오전 11시 74년 전 조선인들이 일본 천황에게 고개를 숙이러 올라가던 광주공원 계단 앞에서 ‘친일 잔재 청산,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에 대한 단죄문 제막식’이 열린다. 광주광역시는 2018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광주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통해 비석과 누정현판, 군사·통치시설, 교가 등 다양한 일제 잔재물을 확인했다. 광주시는 이 중 65곳의 일제 잔재물에 단죄문을 세울 계획이다.
 
광주공원은 친일잔재 전수조사 결과 대표적인 일제 잔재물 집합체로 확인됐다. 일제는 1913년 광주 최초의 공원으로 광주공원을 만들고 이후 일본의 신(神), 명치(메이지) 천황의 위패와 함께 ‘광주신사’를 세웠다. 시민들은 광복을 맞자마자 신사를 부쉈다. 남은 건 광주공원 입구 계단과 중앙광장에서 현충탑으로 올라가는 계단뿐이었다.
광주공원 인근 사적비군에서 대표적 친일파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 등의 선정비가 뽑혀 있다. 진창일 기자

광주공원 인근 사적비군에서 대표적 친일파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 등의 선정비가 뽑혀 있다. 진창일 기자

 
광주공원에서 약 100m 거리의 광주공원 사적비군도 일제 잔재물로 얼룩진 곳이다. 사적비군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은 권율 장군 창의비, 어사 조헌의 의적비, 서헌거사의적비를 비롯해 역대 도순찰사, 관찰사, 도지사, 목사 등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 대표적 친일파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 등의 선정비가 뽑혀 있다.
 
임시 단죄문은 이들을 ‘일제 국권침탈 협력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윤웅렬은 경술국치 이후 일본의 조선 강제 병합에 기여한 공로로 남작 작위를 받았다. 이근호는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으로 형제가 모두 남작 작위를 받았다. 홍난유는 광주 군수로 유임됐다. 윤웅렬의 선정비는 2016년 2월 누군가 돌로 내려쳐 훼손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광주시는 65곳의 일제 잔재물 중 국·공유지에 위치한 25곳에 단죄문을 우선 설치하고 나머지 사유지에 위치한 잔재물은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설치할 방침이다. 광주공원뿐만 아니라 원효사 송화식 부도비·부도탑과 너릿재 유아 숲 공원 내 ‘서정주 무등을 보며’ 시비, 사직공원 인근 양파정 정봉현·여규형·남기윤·정윤수 현판, 세하동 습향각 신철균·남계룡 현판 등이 포함된다.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공원 인근 사적비군에 위치한 친일파 윤웅렬의 선정비. 2016년 누군가에게 훼손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진창일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공원 인근 사적비군에 위치한 친일파 윤웅렬의 선정비. 2016년 누군가에게 훼손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진창일 기자

 
단죄문은 철판 소재로 검증된 친일 인사의 행적과 일제 잔재 시설물의 역사적 사실이 기록된다. 제막식이 열리는 8일에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광복회원·시민 등이 부르는 독립군의 애국가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 울려 퍼진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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