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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뺀 '올림픽 보이콧' 논의···4년 기다린 선수들은 애탄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유도대표팀은 25일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올림픽 출전권 포인트가 걸려 있는 대회다. [프리랜서 김성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유도대표팀은 25일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올림픽 출전권 포인트가 걸려 있는 대회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은 6일, 웨이트 트레이닝센터 앞 전광판에선 ‘도쿄 올림픽 D-353’이라는 글자가 한낮인데도 밝게 빛났다. 내년 도쿄올림픽 개막일(2020년 7월 24일)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수은주는 섭씨 34도를 가리켰고 선수들 이마에선 땀방울이 흘렀다.
 
선수촌에서 마주친 선수들 표정이 미묘했다.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에 따른 한·일 관계 악화, 그리고 그에 따라 나오기 시작한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 때문이었다. 한 전문여론조사기관은 5일 “국민 10명 중 7명이 도쿄 올림픽 보이콧에 찬성”이라고 전했다. 또 같은 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도쿄 올림픽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보이콧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촌에서 만난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민감한 시기에 실명으로 보이콧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익명보도를 조건으로 몇몇 선수가 입을 열었다. 한 선수는 “한·일 관계도, 국민 정서도 이해하겠다. 그래도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4년 아니, 평생 준비한 선수들이다. 선수 십중팔구는 ‘보이콧이 과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수출대상국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뒤, 일본과 스포츠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국내 팀과 경기단체는 일본 대회 출전이나 전지훈련을 백지화했다. 일본팀 국내 초청도 취소가 잇따랐다. 그렇다 보니 대회 출전차 일본을 갈 수밖에 없는 경우 난감해한다.
 
오는 25일 일본 도쿄에서 세계유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우승자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절대적인 랭킹 포인트를 2000점 확보한다. 여타 대회의 3배 이상이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세계선수권 포기는 올림픽 포기나 다름없다. 랭킹포인트 부족으로 올림픽 출전자격을 얻지 못하면, 국내선발전에서 1위를 해도 올림픽에 못 나간다”고 말했다. 매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도 대회지가 일본이라는 얘기는 되도록 삼간다.
 
2020 도쿄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에 선수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사진은 올림픽 개막을 353일 앞둔 6일 진천선수촌. 프리랜서 김성태

2020 도쿄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에 선수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사진은 올림픽 개막을 353일 앞둔 6일 진천선수촌. 프리랜서 김성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일본 정부는 내년 도쿄올림픽이 ‘부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여긴다. 그 일환으로 야구 한 경기를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67㎞ 떨어진 아즈마 구장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올림픽 보이콧’ 주장의 근거 중 하나가 선수 안전 문제다. 선수 생각은 어떨까. 국가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큰 한 프로야구 선수는 “2008년 베이징에서 선배들이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감동했다.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 다시 빠질지 모른다. 방사능이 걱정되지만 일단은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만난 선수 대부분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산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선수단에 공급하는 문제는 크게 우려했다. 한 선수는 “진짜로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식단에 올라오냐”고 되물은 뒤 “즉석밥·라면·반찬에 물까지 싸가야겠네”라고 걱정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한 선수는 “방사능과 음식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올림픽이 일생에 한 번뿐이라고 해도 대책과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숨 걸고 갈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래당원들이 7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이콧도쿄,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거부 기자회견에서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당원들이 7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이콧도쿄,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거부 기자회견에서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을 보이콧할 경우, 선수들은 명예와 각종 혜택(포상금·연금·병역 등)을 포기해야 한다. 오히려 이는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종목별 국제단체로부터 향후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 출전 기회 박탈 등의 징계를 받을 소지가 있다.
 
보이콧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왔지만, 참가 여부 결정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대한체육회가 통합운영 중)가 한다. 김보영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실제 보이콧 논의는 현재 없다”며 “올림픽 참가 결정이 KOC 소관이라고 해도 KOC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결정하지는 않지만, 실무적으로는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치용 선수촌장은 “올림픽까지 아직 1년이 남았다. 선수들은 일단 올림픽에 참가할 거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맞다”며 “후쿠시마산 식자재에 대한 불안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급식소 운영과 도시락 지원 확대 등은 고려해 볼 것”이라고 했다. 선수촌을 나오는 길에 만난 한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하고 있다. 올림픽 보이콧도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일본 땅에서 일본을 꺾고 우리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진천=박린·피주영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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