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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오일달러' 이젠 의사가 번다···함바 밥 먹으며 UAE서 2조원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SKSH)에서 황용승 소아신경과 교수(오른쪽)가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가운데는 통역 직원 칼리드. [사진 서울대병원]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SKSH)에서 황용승 소아신경과 교수(오른쪽)가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가운데는 통역 직원 칼리드. [사진 서울대병원]

숨이 턱 막혔다. 낮기온 42도, 밤에는 33도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풍 때문에 습도가 한국의 두 배다. 아랍에미리트(UAE) 7개 연합국의 한 곳인 라스알카이마 사막 한가운데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이 우뚝 서 있다. 5일 병원에 들어서니 환자의 감사 엽서가 빼곡히 꽂혀 있다. “병 치료에 애쓴 훌륭한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SKSH는 2014년 8월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을 시작했다. UAE 대통령실 산하 3개 왕립병원의 하나다. 한국 대학병원 수출 1호. 의료진과 운영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했다. 5년간 운영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 앞으로 5년 더 맡게 됐다. 병상은 246개, 대부분 1인실이다. 암·심혈관·뇌질환이 중심이며 외상·방사선 센터, 산부인과·외과·내과 등이 있다.
  
미 존스홉킨스 위탁병원과 동급
 
파티마 알자아비는 이 병원 전원(轉院)팀 직원이다. 가족이 병이 나서 모두 이 병원에 맡겼다. 아버지는 무릎이 아파서, 오빠는 팔이 부러져서 왔다. 어머니는 저혈당 쇼크와 폐렴으로 두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동생은 운동하다 가슴 통증을 느껴 응급실에 실려왔다.
 
“왜 가족을 여기에 맡겼나.”(기자)
 
“한국 의료진의 실력이 베스트다. 완전히 믿는다(fully trust).”(파티마)
 
“어떤 점이 우수한가.”(기자)
 
“(진료에) 큰 압박을 받는데도 친절하다. 빅 하트(마음이 넓다)에다 헌신적이다. 한국인과 일하는 게 처음에는 걱정됐는데 지금은 자랑스럽다.”(파티마)
 
명의 판단 기준의 하나가 ‘가족을 맡기는 의사’인데, 파티마는 SKSH를 명의병원으로 평가한다. 한국인 직원을 서슴없이 “브러더”라고 부른다. UAE 대통령실 의료사업단 압둘하디 알아흐바비 부실장은 “SKSH가 성공하기까지 숨은 조력자는 직원들이다. 이런 성공을 위해 팀워크와 리더가 필요한데, 이 리더가 서울대병원인 것이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SKSH 무스타파 알하시미 대외협력국장(의사)은 “한국 의료진은 의학적으로 우수하고 많은 도전을 극복하고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6일 라스알카이마 통치자 셰이크 사우드는 서울대 의료진을 초청해 치하했다.
 
서울대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대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병원의 외래환자는 2015년 1만8745명에서 지난해 10만3602명으로, 수술은 311건에서 1981건으로 늘었다. 세계 662개 병원에서 1만여 건의 진료 의뢰를 보낸다. 실력으로 선진국 의료기관과 경쟁한다. 미국의 유명 병원인 클리블랜드클리닉과 존스홉킨스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UAE 병원들과 같은 수준의 의료 수가를 받는다. 보험회사가 이렇게 평가했다. 예멘에 파병 간 UAE 군인이 부상했을 때 여기에 맡긴다. 성명훈 SKSH 원장은 “응급실 환자가 한국 전문의사가 없으면 불평한다”며 “미국·한국 등지로 원정진료갔다가 귀국한 UAE 주민의 10%가 우리 병원에서 계속 진료받는다”고 말한다.
  
예멘서 다친 UAE 군인들 도맡아
 
SKSH에는 서울대가 파견한 의사 51명, 간호사 43명, 의료기사 22명, 행정직 12명 등 131명이 근무한다. 의사의 절반, 간호사의 20%가 한국에서 갔다. 서울대 의료진이 주축이고, 세브란스·삼성서울·한림대·인하대·백병원·대항병원 등 15개가량의 병원 출신이 섞여 있다. SKSH에는 31개국 출신의 인력 784명이 근무한다. 협력을 이끌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이혜아 간호국장이 중심이 돼 한국 간호사 43명이 필리핀·인도·요르단 등지에서 온 간호사를 이끈다.
 
환자 만족도가 95~100%에 달한다. 40대 초반의 대장암 환자는 2기C 진단을 받고 이인택 진료부장한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어느 날 환자의 조카 둘이 이 교수 진료실로 커다란 초콜릿을 들고 왔다. 감사의 표시였다. 서울대병원은 2014년 12월 외래진료를 시작했다. 넉 달 동안 전쟁 치르듯 난관과 싸웠다. 집기가 없어 서서 회의했고, 식당이 없어 한국 건설회사 현장 함바집에서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 진료 시작 직전 소나기에 병원이 잠겨 물을 퍼내느라 성 원장까지 나섰다. 이듬해 1월 일곱 시간에 걸쳐 심장수술을 했다. 성 원장은 “당시 UAE에 제시한 진료 목표 날짜를 맞추기 위해 전우애로 똘똘 뭉쳤다”고 말한다. UAE 측에서 신뢰를 보냈다. 서울대병원 측은 SKSH가 10년에 걸쳐 2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관리비·인건비뿐 아니라 영상전송시스템(PACS) 등의 의료장비 수출에도 기여한다.
 
6일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1970, 80년대 중동 건설현장이 있었다면 지금은 하이테크 인력을 파견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건설현장의 오일달러가 한국 우수 인재 양성의 밑천이 됐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가 사막에서 오일달러를 벌고 있다”고 평가했다. UAE 측은 병원을 추가로 건설 중인데, 이곳의 운영자 입찰에 참가해 달라고 서울대에 요청했다. 쿠웨이트 알자히라 병원 운영 위탁 협상도 최종 단계에 와 있다.  
 
서울대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 현황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SKSH) 전경. [사진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아랍에미리트 왕립병원(SKSH) 전경. [사진 서울대병원]

병원 명 아랍에미리트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3차병원)
위치 UAE 라스 알카이마
병상 246개
인력 29개 국적. 의사 113명(서울대 51명)
     간호사 354명(43명)
     보건의료직 135명(22명)
     행정직 185명(12명)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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