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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토니 모리슨, 글쓰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지난 5일 88세로 별세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 [AP=뉴시스]

지난 5일 88세로 별세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 [AP=뉴시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그 시선, ‘하얀 시선’ (the white gaze) 없이 글을 쓰는 겁니다.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들, 특히 남자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저는 그들이 저를 대상으로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죠. 제가 관심 있는 것은 바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제 경험입니다. 좋든 나쁘든, 그게 제게는 우주였으니까요.”
 
2015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던 소설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말이다. 누구보다 글쓰기에 대해 치열했으며, 자신이 여성이고, 특히 아프리카계 작가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3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모리슨이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향년 88세. 모리슨은 생전에 11편의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하며 흑인 여성 작가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동시에 대중적 사랑을 받은 ‘드문’ 작가다.
 
가장 푸른 눈

가장 푸른 눈

1970년 인종차별을 겪은 흑인 소녀의 비극을 다룬 장편 소설  『가장 푸른 눈』 (사진)으로 등단해 주목받았다. 인종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미쳐버리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던 어린 소녀 피콜라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로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은 1987년 출간된  『빌러비드(Beloved)』 였다. 성적 억압을 겪은 한 흑인 여성이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으로, 1998년 오프라 윈프리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 1920년대 할렘가를 배경으로 흑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소설  『재즈』 (1992)를 발표했으며, 이듬해 미국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며 “시각적인 힘과 시적인 표현으로 미국 현실의 본질적인 면을 생생하게 드러냈다”고 언급했다. 
 
NYT는 6일 “모리슨은 자신의 작품에서 미국의 노예제도와 그 유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그의 소설에는 알코올 중독, 강간, 근친상간, 살인 등 흑인들의 현실이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묘사돼 있다”고 전했다.
 
모리슨은 1931년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흑인 노동자의 딸로 태어났으며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를 졸업하고 코넬대 대학원을 나왔다. 1958년 자메이카인 건축가였던 해럴드 모리슨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1964년 이혼했다. 모리슨은 1965년부터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의 독자들은 SNS에 생전에 작가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만 한다” “언어만이 이름 없는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나홀로 영웅 같은 작가는 이제 필요 없다. 영웅적인 작가들의 단호하고 전투적이고 강력한 운동이 필요할 뿐” 등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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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활동하며 프린스턴대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친 모리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작가이자 교육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6일 모리슨에 대해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었다”며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산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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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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