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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통상의 무기화’…"2022년 한국 GDP 3.3% 감소할 수도”

자유로운 국가 간 무역을 지향하는 국제통상 질서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자국의 이익이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국에 무역제재를 무기로 사용하는 이른바 ‘통상의 무기화’ 전략이 확산하면서다. 격해지는 미ㆍ중 무역 전쟁이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등은 정치ㆍ외교적 갈등에 무역을 압박 수단으로 끌어들인 사례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분쟁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7일 세계무역기구(WTO)와 월스트리트저널(WSJ)ㆍ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 경제 1위 국가인 미국의 통상 무기화가 글로벌 교역질서에 충격을 준 가장 큰 기류 변화로 꼽힌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출범한 이후 통상 무기화를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양자 간 이뤄진 자유무역협정(FTA)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시작으로 한국과 직결된 한ㆍ미 FTA까지 개정했다. 특히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지난해부터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겼고, 수입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도 추진 중이다. 1962년 도입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1995년 WTO 발족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2년 만에 부활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한국 등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않도록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기도 했다.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전방위적인 경제 보복을 가한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 10% 관세부과에 맞서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 사실상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미 농업 종사자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 종사자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심어주겠다는 게 중국의 속셈으로 분석된다. 일본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국제 정치의 도구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이 짙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이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우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사회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전처럼 자유무역주의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다. 영국이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것이 한 예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ㆍ브라질 등이 경제 ‘덩치’를 키워 선진국을 위협하고 있는 점도 국제 사회에서 달라진 변화다. 과거 자국 기업의 ‘하청 기지’였던 개도국이 이제는 선진국의 경쟁상대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전통 경제학이 신뢰해온 ‘교역 이익’에 따른 시장 협력보다는 자국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한 무역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립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19세기 후반 이후 영국이 국제화 분위기를 만들었고 미국이 뒤를 이어 글로벌 시장의 경계를 넓혀왔으나, 최근 몇 년 새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보호주의로 뒷걸음치고 있다”며 “경제가 사회 이슈와 결부되고 국내 정치적 역학까지 엮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하던 자유무역 원칙이 강력한 도전을 받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WTO에 따르면 2017년 10월∼2018년 10월까지 수입규제는 118건, 영향 규모는 총 5883억 달러로 수입규제 건당으로 계산하면 영향 범위는 5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미ㆍ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간 수입규제는 31건, 영향 규모는 총 3395억달러로 건당 110억달러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이번 집계가 중간집계인 만큼 2018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수입규제 영향 규모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무역분쟁 경제영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22년 무역분쟁 경제영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처럼 글로벌 무역분쟁이 악화하면서 3년 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WTO의 ‘글로벌 무역분쟁의 잠재적 경제효과’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2022년 한국의 실질 GDP는 3.34%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아세안(―4.12%)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 폭이 크다. 중국(―3.14%), 미국(―2.18%), 일본(―1.9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예측은 국가 간 무역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수입 관세 인상과 보복관세 공격 등 최악의 비협조적 관세 부과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라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강대국들이 자국의 정치ㆍ안보적 이익을 위해 무역을 무기로 동원하고 다른 나라들이 이런 사례를 따라 하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경우 결국 모두에게 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WTO 경제조사통계국 소속인 에디 베커스와 로버트 테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GDP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감소한다면, 그 뒤에는 많은 국가에서 부문별 생산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많은 경제에서 자원과 노동, 자본의 고통스러운 조정과정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전반적으로 글로벌 무역분쟁은 비교우위로부터 멀어지는 자원의 재분배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무역분쟁으로 인한 후생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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