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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아니지만…우리동네 신문고 ‘1000명 청원제’

지난 3월25일 서울 영등포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영등포구청 관계자들이 노점을 철거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월25일 서울 영등포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영등포구청 관계자들이 노점을 철거하고 있다.[연합뉴스]

3월 25일 진행된 서울 영등포역 앞 거리 노점상 철거 작업은 2시간 만에 45곳이 정리됐다. 평소 같으면 격렬한 반발이 일어났겠지만 1000명 넘는 구민들이 구청에 철거를 요구했다는 소식에 상인들도 큰 저항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워낙 반발이 커서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사업이었다"며 "얼마나 많은 구민이 철거를 원한다는 게 공개됐고, 구청장이 직접 이행을 약속하면서 일이 빠르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청들이 민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구민청원제를 도입하고 있다. 구청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주요 사안에 대한 구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5일 현재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구민청원제를 운영하는 곳은 강남·서초·송파·영등포구 등 4곳이다. 서초구는 구민 500명, 이외 3개 구는 1000명의 동의를 얻으면 구청장이 직접 답변을 내놓는다.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공식 답변을 내놓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형태다.
 

다양한 정책·빠른 정책 수립 장점 

송파구의 '1000명 구민청원제' 게시판. 반려동물 정책 등이 올라와있다. [사진 송파구 홈페이지]

송파구의 '1000명 구민청원제' 게시판. 반려동물 정책 등이 올라와있다. [사진 송파구 홈페이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영등포구다. 지난해 10월 '영등포 신문고'를 운영하기 시작한 뒤 현재까지 201건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 가운데 5건이 구청장 답변을 받았다. 영등포역 앞 정리 외에 도서관·유치원 건설, 미세먼지측정소 이전, 영등포역 지하화 등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제의 장점으로는 행정력 절약이 꼽힌다. 영등포구 소통기획과 박춘희 팀장은 "기존 방식으로 접수되는 민원은 '얼마나 많은 구민들이 원하는지'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게 많다"며 "영등포 신문고를 운영해보니 사소한 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론 많은 동의를 받게 되는 민원이 종종 있어서, 행정력을 어디에 집중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단골 민원은 "학교·지하철역을 새로 지어달라"는 등의 교통·건축 분야지만 다른 정책 제안도 청원을 통해 공론화된다. 3월 청원제를 시작한 송파구에선 11건의 청원 가운데 4건이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정책 제안이다. 이외에도 이동식 풀장 설치, 유치원 통학버스 대기공간 차양막 설치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 제안 0건…아직은 정착 단계

서초구가 운영하는 '500 주민청원제'(왼쪽) 게시판과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 모습. 게시물이 0건인 청원게시판과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 서초구 홈페이지]

서초구가 운영하는 '500 주민청원제'(왼쪽) 게시판과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 모습. 게시물이 0건인 청원게시판과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 서초구 홈페이지]

 
하지만 강남·영등포구를 뺀 2개 구는 아직 10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은 청원이 없다. 서초구는 구청장이 직접 답변을 약속한 민원의 동의 기준을 500회로 정해 지난해 10월 '500주민청원' 게시판을 운영을 시작했지만, 5일까지 한 건의 청원도 올라오지 않았다.
 
서초구는 주민이 올린 게시물을 1차 심사한 뒤 '500주민청원'에 공개하는데, 아직 이 심사를 통과한 게 없어서다. 류은아 서초구청 주무관은 "지금까지 50건의 청원이 올라왔지만 공개 논의에 부칠만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송파구에선 1000건의 동의를 모으는 시한이 열흘이어서 아직 이 요건을 통과한 민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청원제를 시행하면서 많은 홍보를 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이 인기를 끌며 주의를 끌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제도는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도 "자칫하면 특정 지역 주민들의 일방적 목소리가 구민들의 대표 여론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익적 제안과 민원을 구분하기 위해 구청이 주민들과 꾸준히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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