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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데 웃기다…취준생·사회초년병 힘 합친 생존분투

‘엑시트’에선 흔한 일상용품이 재난탈출 무기가 된다. 왼쪽부터 주인공 의주(윤아)와 용남(조정석)이 쓰레기봉투로 만든 방호복을 입고 독가스를 피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에선 흔한 일상용품이 재난탈출 무기가 된다. 왼쪽부터 주인공 의주(윤아)와 용남(조정석)이 쓰레기봉투로 만든 방호복을 입고 독가스를 피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을 잇는 코미디 흥행작이 탄생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코믹 재난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가 첫 주말 흥행 1위에 오르며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4년 전 여름 시장을 달군 1000만 영화 ‘베테랑’을 앞질렀다. 개봉 하루 전 예매율만 해도 나란히 개봉한 ‘사자’가 앞섰다. 그러나 불과 개봉 첫날 판도가 뒤집혔다.
 

350만 돌파 ‘엑시트’ 흥행 코드
재난 희화화 않고 웃음 버무려
조정석·윤아, 몸 던진 등반 액션
“답답한 사회, 코미디 흥행 도와”

‘엑시트’의 주인공은 유독가스로 뒤덮인 신도심에 갇힌 청년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후배 의주(윤아). 가족 눈총, 상사 갑질에 시달리던 이들이 산악동아리 ‘에이스’ 시절 경험을 되살려 자력 생존하는 탈출기가 20·30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한국 재난영화의 단골 소재인 비극이나 신파 없이 고층건물을 기어오르고 질주하는 시원시원한 액션 스타일도 입소문을 탔다.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팝콘무비”란 게 주요 포털·평점 사이트 관객들의 주된 반응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나랏말싸미’ ‘사자’ 등 올여름 다른 한국영화들이 진지하고 다크한 반면 ‘엑시트’는 시원하고 가볍다”면서 “한국 재난영화의 고질적인 신파 코드를 벗어나 유머러스하고 깔끔한 재미로 차별화했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칫 무거워질 법한 재난 상황을 희화화하지 않되, 코미디와 균형감 있게 엮어냈다”며 “비극을 살짝 비틀어 가볍지 않은 웃음을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촬영 전 직접 암벽등반을 배워 액션을 소화한 조정석(왼쪽)과 윤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촬영 전 직접 암벽등반을 배워 액션을 소화한 조정석(왼쪽)과 윤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엑시트’는 요즘 젊은 세대를 반영한 캐릭터 설정부터 영리했다. 용남은 몇 년째 구직에 실패한 ‘취준생’, 의주는 하루하루가 고달픈 사회초년병이다. 이번에 장편 데뷔한 이상근 감독이 애초 연기 자욱한 가스 테러를 택한 것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재난 상황에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젊은 세대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였단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는 “영웅 아닌 보편적 인물,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힘을 합쳐 생존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야기여서 더욱 응원하게 된다”면서 “재난영화에 상투적으로 나오는 국가권력 등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면 오히려 공감이 덜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응급환자를 옮기려 대걸레와 담요로 들 것을 만들고, 쓰레기봉투·고무장갑으로 방호복을 만드는 등 극 중 용남과 의주가 생활소품을 활용하는 모습은 흡사 맥가이버 같다. 평소 쓸데없다고 핀잔 듣던 용남의 암벽 등반·철봉 기술이 재난 탈출에 필살기로 쓰일 땐, 묘한 쾌감과 함께 뭉클함까지 느껴진다. 이런 재난대피요령은 관객 사이에도 화제가 됐다.
 
유독가스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을 게임하듯 돌파해나가는 맨몸 액션 장면들도 제법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윤진율 무술감독은 “100m 넘는 빌딩 사이를 쉽게 건너는 게 할리우드 재난영화 스타일이라면 ‘엑시트’는 3~4m 거리도 막상 뛰려면 겁이 덜컥 나는 실제 상황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김현민 저널리스트는 “본인은 처절한데 인간적인 요소와 웃음이 배어난다는 점에서 성룡 세대 맨몸 액션 코미디가 연상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윤아는 이번이 첫 스크린 주연. 조정석도 그간 영화 주연으론 큰 흥행을 맛본 적 없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입지가 달라질 듯하다. 특히 직접 암벽등반을 배워 소화했다는 액션 장면들이 발군이다. 각각 몸 쓰는 데 능한 뮤지컬 배우, 아이돌 출신의 강점을 잘 살렸다.
 
강유정 평론가는 “올여름 대진표만 보면 ‘나랏말싸미’의 송강호, ‘봉오동 전투’의 유해진·류준열, ‘사자’ 박서준이 그간 더 강력한 필모그래피를 가져왔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엑시트’의 앙상블이 가장 매력적”이라면서 “투톱 주연뿐 아니라 박인환·고두심·김지영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장르적으로 잘 융합됐다”고 짚었다.
 
이번 영화는 용남이 어머니(고두심) 칠순 잔치에 갔다가 재난을 겪는다는 설정이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고, 천덕꾸러기 같던 용남이 친지에 인정받는 과정은 중·장년층 관객에게도 어필할 만하다. 10·20대 자녀가 부모와 함께 보는 가족 관객도 적지 않다.
 
짜릿한 액션을 일반 2D뿐 아니라, 움직이는 좌석·물·바람 등 특수효과를 더한 4D, 아이맥스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려는 N차 관객도 벌써 나타났다. 지난 주말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엔 이 영화를 벌써 두세 번 봤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올해 첫 1000만 대열에 합류한 ‘극한직업’에 이어 ‘엑시트’ 등 가볍게 즐기는 코미디의 인기가 계속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웃을 일 없이 사회가 답답한 형국인데 누가 심각한 영화를 보려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코미디 혹은 정반대로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은 지점을 건드려주는 이야기가 호응을 얻을 것”이라 내다봤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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