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컨템포러리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

 
 

[유주현 기자의 컬처 FATAL]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8월 30일~9월1일
스웨덴 재즈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 라이브 연주
흥겨운 스윙 리듬 타지만 안무는 안성수 스타일 그대로

지난해 봄. 국립현대무용단의 2018 시즌 개막작이자 안성수 예술감독의 두 번째 신작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의 제목이 ‘스윙’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갸우뚱했다. ‘스윙’하면 고전영화 속 재즈클럽 흑인 댄서들의 흥겨운 발재간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기실 ‘스윙’이란 1920년대 미국 뉴올리언스 흑인 노예의 후예들이 만들어 1930~40년대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에너제틱한 재즈 음악과 춤이다. 인간의 몸짓에 의미를 부여하고 철학을 추구하는 ‘현대무용’의 최전선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 아닐까.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그런데 국립현대무용단은 과감히 스윙에 접근했다. 유럽에서 정통 재즈밴드를 초청해 라이브 연주까지 시켰다. 스위덴의 남성 6인조 스윙재즈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콜라보로 마치 한 편의 콘서트 같은 무용 공연을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만든 음악을 북유럽 스웨덴의 밴드가 연주하고 한국 무용수들이 춤으로 풀어낸다는 독특한 정체성이 오늘의 ‘컨템포러리 댄스’에서는 어떤 경계도 무의미해졌음을 웅변하는 듯하다. 스윙재즈가 80년대 스웨덴을 본거지로 부활했고 지금 세계에서 스윙댄서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니, 혼돈의 정체성에 명분도 있다.  
 
예상대로 ‘스윙’은 1000석 규모 CJ토월극장을 일찌감치 전회차 전석 매진시킨 더없이 대중적인 무대다. 트롬본·클라리넷·색소폰·트럼펫·기타·더블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밴드가 ‘머스크랫 럼블(Muskrat Rumble)’ ‘빅 버터 앤 에그 맨(Big Butter and Egg Man)’ ‘맥 더 나이프(Mack the Knife)’ ‘싱 싱 싱(Sing Sing Sing)’ 등 총 17곡의 익숙한 재즈 넘버를 정통 뉴올리언스 스타일로 뽑아내는 질펀한 스윙 리듬에 국내 최고의 현대무용 댄서들이 몸을 맡긴다. 밴드의 보컬 폴 월프리드슨은 곡 사이사이 객석에 농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운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하지만 춤은 안성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다. 빠르고, 뜨겁고, 아름답다. 안성수 예술감독은 늘 ‘영화나 드라마처럼 즐길만한 공연을 만든다’고 심플하게 말하지만, 특유의 ‘빠르고, 뜨겁고, 아름다운’ 무대를 잘 뜯어보면 구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발레 테크닉에 한국색을 가미한 ‘안성수 스타일’이라는 원재료에 스윙 음악이란 튀김옷을 입히고 스윙 스텝이란 MSG를 뿌려 대중의 입맛을 저격했달까.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공연의 클라이맥스라 할 만한 ‘맥 더 나이프(Mack the Knife)’ 한 장면만 봐도 그렇다. 대중에게 너무도 익숙한 ‘맥 더 나이프’의 재즈선율은 일단 객석을 클럽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수줍은 듯 스윙 스텝을 밟으며 등장한 여성 무용수가 이내 격렬한 솔로를 추며 현대무용의 테크닉을 과시한다. 여기에 역동적인 남성 2인무가 찰떡호흡으로 어우러지다 또 다른 여성 무용수와 발레 색이 강한 3인무로 엮인다. 다시 두 여성이 잠시 각자 개성적인 춤사위로 배틀 구도를 이루다 어느새 화려한 군무의 스펙터클로 집대성되며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음악으로 문턱을 낮췄지만 현란한 안무다. 보기엔 그저 즐겁지만, 초연 당시 8개월이 넘는 연습기간이 필요했을 정도로 댄서들에겐 고난도의 작업이다. 각자 폭발하는 에너지를 가진 현대무용수들이 파트너십이 핵심인 스윙 리듬을 소화하다 보니 ‘피를 보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2019년 뜨거운 여름, 1년여만의 재공연을 앞두고 무용수들은 또다시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 터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은 “세계대전 시절 힘든 환경 속에서 스윙 음악과 춤을 통해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했던 젊은이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인 지금의 청년들이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흥겹게 스윙 리듬을 타는 국립현대무용단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캠벨 스프가 현대미술 작품이 된 것처럼, 관객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현대무용작품이 나올 때도 됐다. “컨템포러리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안성수의 철학 그대로, 우리 시대의 좋은 춤이란 보는 사람도 덩달아 추고 싶게 만드는 춤 아닐까. 
(이 글은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프로그램북에도 게재됩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