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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에 가습기살균제 내부자료 기업에 넘긴 환경부 공무원

“휴대전화나 컴퓨터, 그리고 각종 자료들 미리미리 정리해주세요. 형사사건은 민사와 달라서 대비를 빡세게(철저히)해야 합니다”

피해자들 “피해구제 환경부에 맡기지 말아 달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의 주무부처인 환경부 소속 공무원 최모(44)씨가 애경산업 관계자에게 보낸 메시지다. 최씨는 수차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명단, 실험 결과 보고서 등의 내부 자료를 애경산업측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애경산업으로부터 받은 대가는 200만원가량의 접대였다.

권순정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조·개발·판매 등에 관여한 SK케미칼, 애경산업의 전·현직 임직원 등 34명을 기소했다. [뉴스1]

권순정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조·개발·판매 등에 관여한 SK케미칼, 애경산업의 전·현직 임직원 등 34명을 기소했다. [뉴스1]

밥·술 얻어먹고, 화장품·와인 받아

6일 국회를 통해 받은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2017년 4월부터 올해 초까지 애경산업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 선물 등을 받았다. 유흥주점에서 인당 30만원의 술과 음식을 얻어먹거나 점심과 저녁에도 수시로 만나 식사 대접을 받는 식이었다. 최씨는 화장품 세트와 와이셔츠, 와인 등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카드 거래내역 등을 조사한 검찰은 최씨가 1년 9개월여 동안 203만원어치에 해당하는 향응과 금품을 받았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최씨와 애경산업 관계자와의 만남은 모두 단둘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들은 1~2달에 1번씩은 꼭 식사자리를 가졌다. 설‧추석과 같은 명절 때는 택배로 집에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 명단, 수사 상황 등 수시로 전달

최씨는 그 대가로 지난해 3월부터 애경산업측에 환경부 내부 문건과 동향 등을 전달했다. 가습기살균제의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에 대한 환경부 연구가 본격화되던 때다. 최씨는 2016년 5월부터 가습기살균제 대응 테스크포스(TF)에서 근무했다. 그는 TF 내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선정과 구제 방안 마련 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는 ‘CMIT‧MIT 사용 피해자 명단’뿐 아니라 ‘CMIT‧MIT 건강영향 연구 결과’ 등 환경부 내부 자료를 애경산업측에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를 시작한 이후다. 그는 환경부 관계자가 검찰에 출석해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일정 등도 애경산업측과 공유해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왔다고 한다. 
 
최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애경산업 관계자에게 "컴퓨터와 휴대전화 모두 별도의 장비를 사용해 여러 번 삭제해야 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확보한 검찰은 최씨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 외에 다른 환경부 공무원이 범죄에 연루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씨가 공무원 퇴직 후 취업을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지만 관련 증거는 발견하지 못 했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달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달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피해자측 "못 믿겠다. 청와대가 직접 챙겨달라"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6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해결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챙겨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를 주무부처로 하지 않는 범정부적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TF를 만들어줄 것 등을 요구했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환경부 서기관 혼자서 내부 정보를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에 넘기면서 겨우 200만원어치의 향응을 받았다는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이런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전담한다고 하면 어떻게 믿겠냐”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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